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2022년 10월28일 감리단장 이광철씨가 지반함몰로 매몰된 경기 양주시 은현면 청담천·회암천 차집관로 정비공사 현장에 구조대원들이 모여 있다. 이광철씨 유족 제공 광고“감리단장은 현장에 나가 공사가 제대로 되는지 살피라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남편은 그 일을 하다 숨졌는데도 중대재해처벌법의 보호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그렇다면 감리는 자기 보호를 위해 현장에 나가지 않고 사무실에서 펜으로만 공사를 감독하라는 겁니까.” 4년 전 양주시의 한 하수관로 공사 현장에서 숨진 감리단장 이광철(당시 66)씨 아내는 한겨레에 이렇게 털어놨다. 이씨는 34년간 건설 현장을 지켰다. 하루 두세 차례 현장을 확인했고, 가족에게는 “언제나 ‘이 공사는 내가 한 공사’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사람이다. 이씨는 2022년 10월28일 오전 10시17분께 양주시 은현면 청담천·회암천 관로 공사 현장을 살피다 지반이 꺼지며 생긴 구덩이에 빠져 매몰됐다. 당시 광역상수도관 아래로 새 하수관을 넣기 위해 땅을 떠받치던 흙막이 강재 일부를 잘라낸 상태였다.광고 국토안전관리원은 하천과 지하 작업공간 사이에 약 5m의 수위 차가 있었는데도 물과 토사를 막을 조처가 부족했고, 지반 침하와 흙 유실 가능성도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위험구역 출입도 통제하지 않았다며 시공사의 안전조치 미비를 사고 원인으로 지목했다. 공식 조사에서 시공사의 안전조치 미비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만큼, 유족은 현장소장뿐 아니라 원도급사의 안전관리체계도 법정에서 다뤄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씨는 감리업체 케이지엔지니어링 소속이고 원도급사 수지종합건설과 직접 계약하지 않아, 수지종합건설이 안전을 책임져야 할 ‘종사자’가 아니라는 게 수사기관의 결론이었다.광고광고 사고 뒤 유족은 2023년 7월께부터 1년 넘게 노동부에 거듭 물었다. 현장에서 공사를 감독하다 숨진 감리단장이 왜 시공사의 ‘종사자’가 될 수 없느냐는 것이었다. 법은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사업을 위해 대가를 받고 일한 사람을 종사자로 규정하지만, 노동부는 시공사와의 계약관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서면계약은 없어도 실질적인 계약관계는 확인돼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유족은 이씨가 발주처가 위탁한 감리업무를 수행하며 해당 공사를 감독했는데도, 직접 계약이 없다는 이유로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2022년 10월28일 경기 양주시 하수관로 공사 현장을 살피다 지반함몰로 숨진 감리단장 이광철씨의 유골함. 유족 제공 의정부지검은 지난해 12월30일 현장소장 김아무개씨를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수지종합건설·장헌산업·영화산업개발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반면 수지종합건설 대표와 양주시·강수현 당시 시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는 각하됐다. 지난 6월23일 첫 공판에서 김씨 변호인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인정했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는 추후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수지종합건설과 영화산업개발은 공소사실을 인정했지만 장헌산업은 부인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11일 열린다.광고 이에 따라 현재 재판에서는 감리단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의 보호 대상인지, 원도급사의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는 다뤄지지 않고 있다. 유족은 이처럼 재판에 넘겨지지 않은 책임 주체와 혐의를 다시 판단받기 위해 지난 2월5일 불기소 처분에 항고했지만, 이달 4일 기각됐다. 재정신청을 통해 서울고법의 판단을 구할 예정이다. 이씨 사건에서 법정에 오르지 못한 질문은 3년7개월 뒤 다시 현실 문제가 됐다. 지난 5월26일 서울 서소문고가 철거 현장에서도 구조물을 확인하러 들어간 감리단장이 붕괴 사고로 숨졌기 때문이다. 공사 방식과 계약구조는 다르고 수사도 진행 중이지만, 위험을 확인하고 감독해야 할 감리자가 숨졌다는 점에선 공통분모가 있다. ‘감리단장은 누구의 보호를 받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제기되는 이유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법학박사·전 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장)는 ‘계약관계’를 판단 기준으로 삼은 노동부 해석을 문제 삼았다. 정 교수는 “법은 계약 형식과 관계없이 사업을 위해 대가를 받고 노무를 제공한 사람을 종사자로 규정한다”며 “감리단장이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법적 근거는 전혀 없다. 원도급사의 의무 위반을 따지는 단계까지 가지도 않고 처음부터 보호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문제”라고 했다. 송상호 기자 ss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