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서울대학교 정문. 서울대 제공 광고 한승훈 |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종교학)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된 고등교육 정책이다. 그 원안은 대학 서열화와 그로 인한 지역 인재 유출과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거점국립대학에 서울대 수준의 예산을 지원해 상향 평준화하자는 것이었다. 과거에 논의되었던 비슷한 성격의 정책들인 서울대 폐지론이나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등의 구상에 비하면 단순하고 직관적인 해법이다. 서울대를 없애거나, 이름을 바꾸거나, 모든 국공립대를 하나로 합치는 등의 파격적이지만 실효성은 의심스러운 개혁 대신, 기존의 체제를 유지하면서 예산을 크게 늘려 대학들의 역량을 키우자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교육정책 분야에 전문성이 없지만, 업계 종사자 입장에서는 꽤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본다. 대학, 지역 간의 불균형이란 대개 윗목이 너무 따뜻해서가 아니라, 아랫목까지 충분히 데울 수 있을 만큼의 자원이 공급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기 때문이다.광고 실제 정책 수행 단계에서는 ‘서울대 수준의 예산’을 어떻게 배분, 관리할 것인지가 쟁점화되었다. 4월에 발표된 그 구체적 실행 방안은 여러모로 실망스럽다. 먼저 지원 대상이 9개의 거점국립대 전체에서 공개경쟁 방식으로 선정될 3개 대학으로 크게 줄었다. 소수의 대학에서 시범 운영을 해본 뒤, 그 성공 모델을 다른 대학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예산의 사용처 또한 지역 산업 발전과 인공지능(AI) 인력 양성을 중심으로 지정된다. 지원 대상과 분야 모두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런 방침은 이 정책의 원안보다는 오히려 과거 정권들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들과 닮았다. 한정된 재정을 정부 시책과 산업계의 요구에 맞도록 구조를 개편한 대학에 몰아주겠다는 논리가 반복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게다가 여기에는 소수의 거점국립대를 제외한 대학들이 배제된다. 거점국립대들도 경쟁을 거쳐야 한다. 구성원들은 신청 기한인 지난 7월 말까지 지원 조건에 맞는 추진계획서를 작성하느라 자기 연구와 교육을 미뤄가며 격무에 시달려야 했다. 거점국립대 각각의 강점과 특성을 살리는 대신 똑같은 조건을 요구하며 경쟁을 붙이는 형태가 대학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무시하는 방식이라는 반발도 드세다. 물론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나머지 대학들 처지에서는 그런 불평마저 배부른 소리겠으나.광고광고 이 혼선의 핵심적인 원인은 대학에 대한 지원을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하나로 여기는 정부와 고등교육의 자율적 발전을 위한 투자를 요구하는 학계 사이의 관점 차이다. 서울대가 서울대인 이유는 정부나 지역, 기업의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을 해서가 아니라 거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서이다. 대학평가 순위나 입학생 충원율, 졸업생 취업률 같은 지표에 목을 맬수록 대학 본연의 기능인 학술연구와 교육은 부차적인 문제가 된다. 서울대나 국가 과학기술원들이 다른 대학들보다 그런 기능을 더 잘 수행하고 있다면, 그것은 정부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무리한 구조조정을 하거나 실적 경쟁으로 구성원을 쥐어짜지 않아도 공적 지원과 우수 인력을 안정적, 독점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약간의 과장과 상당 부분의 진심을 담아 이렇게 주장하려 한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의 성과는 종교학과 10개를 만들 수 있는가를 지표로 측정될 수 있다. 필자의 전공인 종교학은 인문학에서도 소수 분야다. 미국은 200여개, 영국·독일·일본 등은 수십개 안팎의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으니 국제적으로도 규모가 그리 크지 않지만 한국의 경우는 특히 심각하다. 국공립 교육기관 중에서는 서울대와 한국학중앙연구원에만 전공 과정이 설치되어 있고, 사립대의 경우에는 1997년 경제위기 이후의 대학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부분이 폐과되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오늘날 이 학문에 대한 학술적, 사회적 수요에 비해 연구자, 강의자의 배출은 턱없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비슷한 위기에 처한 인문사회과학 전공들이 모든 거점국립대에 서울대와 같은 수준으로 갖춰진다면 그것만으로도 학문 생태계는 유지될 수 있다. 전문연구자를 양성하는 대학원에는 최대한 다양한 분과를 설치하고, 학부 모집단위는 사회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인문학에 특혜를 주라는 말이 아니다. 대학의 역사에서 인문학은 산업혁명이나 스푸트니크 쇼크 시기처럼 고등교육 전반에 대한 투자가 폭증할 때 함께 발전했다. 대학 정책이 잘되어가고 있는지는 과감하게 투여된 예산이 산업적 효용이 적은 학문들에까지 얼마나 미치는가로 측정할 수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와 종교학과 10개 만들기 [한승훈 칼럼]
한승훈 |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종교학)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된 고등교육 정책이다. 그 원안은 대학 서열화와 그로 인한 지역 인재 유출과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거점국립대학에 서울대 수준의 예산을 지원해 상향 평준화하자는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