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22일 서울 노원구 노원에너지제로주택 외벽 태양광 패널 전경.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광고서울에 올해 첫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지난 4일 오후 3시께. 서울 노원구 박무랑씨 집의 실내 온도는 28도였다.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9.2도로, 숨이 턱 막히는 폭염 속에서도 박씨는 에어컨 대신 선풍기만 켜놓은 채 오후를 보냈다. “현관문을 열면 열기가 확 느껴져 다른 세상 같은데 그래도 집 안은 견딜만해서 낮에는 선풍기만 켜고 지내요. 에어컨은 주로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저녁에만 틀어요.” 박씨가 사는 곳은 서울 노원구의 ‘에너지제로주택’이다. 아파트 3개 동 106세대와 연립주택 9세대, 단독주택 2세대 등 모두 121세대가 입주한 국내 최초의 ‘제로에너지 공동주택’ 실증단지다. 2017년 11월 준공된 이 단지는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단독주택에서도 에너지 자립이 가능한지를 검증하기 위해 노원구·국토교통부·서울시가 함께 조성했다. 광고 폭염에도 박씨 집의 실내 온도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는 외부의 열을 차단한 ‘패시브(passive) 설계’에 있다. 28㎝ 두께의 단열재를 건물 안쪽이 아닌 외벽에 설치하고, 창에는 47㎜ 두께의 특수 코팅 삼중 유리를, 현관문에는 진공 단열재와 이중 고무패킹을 넣어 집안으로 새어드는 열을 최대한 막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창밖에 설치된 전동 블라인드다. 설계에 참여한 이응신 명지대 교수(제로에너지건축센터)는 “햇빛이 유리를 통과한 뒤 실내에서 막으면 일사량의 절반도 차단하지 못하지만, 외부 블라인드를 내리면 75~80%를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여름에는 실내 온도가 26~28도, 겨울에는 20~22도 수준으로 유지된다. 냉난방과 온수는 지열 히트펌프가 담당한다.광고광고22일 서울 노원구 노원에너지제로주택 외벽 태양광 패널 전경.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외부와 내부의 열 교환을 최대한 막는 대신 집안에 설치된 열회수형 환기장치가 환기를 맡는다. 실내 공기를 내보내는 과정에서 냉기를 회수해 외부 공기를 식혀 들여보내는 방식이다. 노원에너지에너지제로주택은 에너지도 자체 생산한다. 옥상과 건물의 동서남쪽 외벽에 설치한 태양광 패널과 지열 시스템을 이용해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이렇게 생산한 에너지로 에너지 자립률은 98%에 달한다. 광고22일 서울 노원구 노원에너지제로주택 홍보관.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에너지 절감 효과도 뚜렷하다. 한국 평균 공동주택의 연간 에너지 요구량은 2009년 기준 121만5402킬로와트시(㎾h)인 반면, 노원 에너지제로주택은 48만3100㎾h(2020년 기준)로 약 60% 적었다. 이 같은 건축 성능은 기후위기로 폭염이 일상화된 시대에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수단을 넘어 ‘기후 적응 인프라’로 작동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2025년 서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 사망자 6명 가운데 절반인 3명이 집 안에서 쓰러지거나 의식을 잃었다. 냉방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주거환경이 생명과 직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제로에너지 정책은 아직 초기 단계다. 정부는 2023년부터 공공건축물에 제로에너지건축물 5등급 인증을 의무화했고, 지난해부터는 민간 공동주택에 이보다 낮은 ‘5등급 수준’을 적용했다. 5등급은 에너지 자립률 20% 이상만 충족하면 되는 사실상 최저 등급이다. 이 단지 건축을 총괄한 이명주 명지대 교수(건축학부)는 “우리나라는 아직도 제로에너지 건축을 기후위기 대응이 아닌 규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폭염과 한파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는 에너지 절약을 넘어 사람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건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