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민주노총과 진보당 등이 2025년 8월 국회 본청 앞에서 노란봉투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 김소연 | 사회정책부장광고 “광주 군공항에 반도체 공장을 만든다고 하니까 노조에서 ‘협상을 해야 할 사안이다. 노동쟁의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는데, 꽤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호남 반도체 투자 계획을 단체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힌 것을 겨냥해 꺼낸 말이다. 일부 대기업 노조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이 깜짝 놀라고 있다”, “쟁의 대상이 아닌 것 같다”며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그러면서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쟁의 대상이 확장되지 않았냐, 너무 광범위한 것 같다”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지침 등으로 기준을 명확히 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광고광고 노동계는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3월10일 시행된 노란봉투법은 노사관계에서 크게 세가지를 바꿨다. 그동안 실질적 지배력이 있지만 대화조차 할 수 없었던 원청 사업주를 상대로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했다. 헌법에 명시된 파업을 두고 회사 쪽이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마지막으로 노동쟁의 개념이 확대됐는데, 대통령이 지적한 건 이 부분이다. 기존엔 노동쟁의 대상이 임금과 근로시간·복지·해고 등 근로조건에 한정됐지만, 노란봉투법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으로 범위가 넓어졌다.광고 정리해고가 대표적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는 전체 인원의 약 36%에 이르는 2646명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를 발표했다. 벼랑 끝에 몰린 쌍용차 노조는 불법을 감수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경찰의 강경 진압이 이뤄져 다수의 노동자가 크게 다쳤고, 노조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까지 감당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 등 3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우리 사회 큰 비극으로 남아 있다. 노동쟁의 대상이 중요한 이유는 교섭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정리해고가 쟁의 대상이 되면서, 회사는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한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회사의 일방적 구조조정→노조 불법 파업→공권력 투입, 손해배상→극한 갈등’으로 이어지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 사회 노사관계를 한 단계 진전시킨 획기적인 변화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기준 마련을 지시했지만, 노동부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 전인 지난해 12월 이미 해석지침을 만들었다. 지침에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이 다양한 층위와 유형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개정법상 노동쟁의 대상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일률적으로 정형화하기 어렵다”며 “근로조건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사안별로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노동쟁의 기준을 세세하게 만들기 쉽지 않다는 노사관계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이건 대상이고, 저건 아니라고 노동쟁의 대상을 하나하나 나눌 경우, 오히려 노사교섭 기회를 뺏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기껏 노동쟁의 범위를 넓혀놓고, 다시 축소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도 어렵다.광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노사 자율과 노동위원회에 맡겨야 한다. 세금도 떼지 않은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이 교섭 대상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에스케이(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자기들끼리 교섭을 통해 ‘영업이익의 10%’ 성과급에 합의했다.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5월 같은 문제로 갈등이 커졌지만, 노동위원회는 교섭 대상이라고 판단해 사전 조정이 이뤄졌다. 막판 고용노동부까지 중재에 나서며 우여곡절 끝에 파국 없이 절충점을 찾았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존중’을 표방한 이재명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정책이다. 이제 시행 4개월을 넘긴 상태지만, 노사 갈등이 생길 때마다 노란봉투법 때문이라며 경영계 등으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까지 노란봉투법을 흔들려고 하니, 당혹스러움이 앞선다. 삼성전자·에스케이하이닉스 노조는 우리 사회 최상위 고소득 노동자들이다. 이들이 사회적 연대 없이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만 내세우는 것은 비판받을 일이지만, 그렇다고 노동기본권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