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코로나19 유행 당시인 2020년 입학생을 맞는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실이 텅 비어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광고1983년 리콴유 당시 싱가포르 총리는 국경일 기념 연설에서 ‘고학력 여성, 특히 중국계 여성’의 출생률 저하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여성 대졸자들을 번식(breeding) 풀에 포함하지 않고 그들을 선반 위에 내버려둔다면, 결국 더 멍청한 사회로 끝나게 될 것입니다. (중략) 그러면 어떻게 되죠? 다음 세대에는 멍청한 사람들을 부양할 똑똑한 사람이 줄어듭니다.” 연설에 그치지 않았다. 리콴유는 ‘고학력 어머니 우대 제도’를 통해 대졸 여성의 셋째 이후 자녀에게 학교 입학 우선권을 부여하려다 반대에 부딪혀 폐지했다. 또 중등교육 자격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30살 미만 여성이 둘째 출산 이후 불임 시술을 받으면 1만 싱가포르 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650~700만원가량)를 지급했다. 국제사회가 보편적 인권 원칙을 손에 든 1980년대에도 국가 주도의 노골적인 ‘우생학’이 전개된 것이다. 야만적인가. 이주희 이화여대 교수(사회학)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조건에 놓이는 이를 구조적으로 선별해 왔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당시의 싱가포르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단언한다. “(정부의) 노골적인 개입이 없었다는 사실은 정부 정책이 출생률에 미친 영향력이 약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오히려 그 작동 방식이 한층 구조적이었다는 증거다.” 노동시장과 불평등, 젠더 및 돌봄 문제 등을 두루 연구해 온 그는 이달 출간한 책 ‘저출생 우생학 사회’에서 우리 사회의 저출생 문제가 얼마나 신중한 ‘선별’의 결과인지 파헤친다. 마치 규제 없는 미국의 정자·난자 시장이 사회가 기대하는 규범을 ‘건강한 신체’로 체화한 기증자들을 선별하듯, 한국 사회에선 ‘보이지 않는 손’이 재생산에 적합한 몸들을 선별하고 국가는 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뜻이다.광고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 담론부터 계층화된 재생산의 문제를 짚은 연구는 많다. 이런 관점에서 정책은 실패를 거듭해 왔다. 저자는 우리가 단순히 정책 실패를 겪은 것이 아니라, 저출생이 그 자체로 “출산 가능한 집단을 좁혀가는 구조적 선별의 결과”라고 본다. 경제적 안정, 안정된 고용, 적절한 주거, 양육을 감당할 자원을 갖춘 이성애 부부가 선별된 ‘정상 부모’의 상이다. 국가의 직접적 개입 없이도 우생학의 기준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적 우생학’ 사회에서 출산은 선택이 아니라 ‘자격’의 문제가 된다. 소득은 새 시대 우생학의 핵심 잣대다. 가계 소득의 10%에 이르는 사교육비를 비롯해, 한 아이를 키워내는 데 너무 큰 비용이 개인에게 전가된다. 이런 까닭에 누군가에게 ‘조정 가능한 선택’인 출산이, 그보다 위태로운 이들에게는 “애초에 고려하기 어려운 위험”이 된다. 그러므로 문제는 합계출산율이 아니라, 계층별로 갈라지는 출산 가능성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가 연구 조교(이선미·임나연)의 도움을 받아 심층 면접한 10명의 사례자 가운데 자녀를 원치 않는 30대 기혼자 남성은 “(이런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아이한테 못 할 짓 같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광고광고 구조적 성차별도 ‘조건부 특권’으로서 출산의 문턱을 높인다. 연구에 따르면 서구에서 합계출산율은 성평등에 대한 여성들의 열망은 높지만 제도는 뒷받침되지 않을 때 일시적으로 낮아졌다가, 성평등 혁명의 완성 단계에서 다시 우상향한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 사회는 지금 “성역할 전환이 시작되었으나 완결되지 못한 사회가 겪는 구조적 교착 상태”에 가깝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로 불이 붙은 성평등 혁명은 남성의 돌봄 참여를 통해 2단계에 들어가는데, 아직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까닭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체 육아휴직 수급자 10명 중 4명가량이 남성이지만, 그럼에도 여성은 출산과 육아로 승진 차별을 겪고 육아휴직을 택한 남성은 편견을 감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저출생 우생학 사회 l 이주희 지음, 은행나무, 2만2000원 그리고 정치권력은 젠더 갈등을 부추겨 이런 구조를 은폐한다. 정치는 “노동정책을 바꾸고, 차별을 시정하고, 돌봄을 사회화하고, 조세와 복지를 재설계해야” 하지만 그러는 대신 젠더 갈등을 내세워 책임을 피한다. 제도가 해결할 문제는 “여성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해서 생기는 문제”가 되고, “성평등이 부족해서 벌어진 현실은 성평등이 과잉이어서 생긴 혼란으로” 변질된다.광고 저자는 난마처럼 얽혀 도무지 풀어내지 못할 듯한 ‘저출생 우생학’의 해법을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파격적으로 제안한다. 현금성 지원을 넘어 종일 제공되는 영유아 돌봄은 누구나 동의하겠지만, 사교육에 대한 누진적 과세로 공교육 강화를 위한 재원을 확보하자는 주장에는 ‘출산의 특권’을 누리는 기득권의 반발이 뒤따를 듯하다. 그러나 투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과열된 사교육 경쟁이 공교육에 미치는 부정적 외부 효과를 고려하면, 논의해 볼 만한 주제다. 아울러 그는 구직자에게 개인별 상황 평가를 토대로 훈련과 임금 보조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스웨덴식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 한국식 공공부조의 한계를 넘어설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고 가족 내 부양 관계를 전제로 설계된 소득세 체계를 성평등한 개인 단위 세제로 개혁하자고도 제안한다. 강단 학자일 뿐 아니라 국민경제자문회의·최저임금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일자리위원회 등 정책 현장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로서 내놓은 정책 패키지에 가깝다. 무엇보다 이런 구조적 우생학의 흐름은 우리 사회를 퇴보시키는 특단의 위기라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문제의식에 공감이 간다. 그는 이렇게 짚었다. “구조적 우생학이 만들어내는 것은 더 나은 인간이 아니라, 더 좋은 기준에 맞추어 선별된 인간이다. 그런 인간들로 구성된 사회는 더 공정하지도, 더 자유롭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더 안정적이지도 않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보이지 않는 우생학’이 만든 저출생 [.txt]
1983년 리콴유 당시 싱가포르 총리는 국경일 기념 연설에서 ‘고학력 여성, 특히 중국계 여성’의 출생률 저하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여성 대졸자들을 번식(breeding) 풀에 포함하지 않고 그들을 선반 위에 내버려둔다면, 결국 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