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삼성전자의 성과급 합의는 내부적으로 사업부로 나눈 경영 방식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는 우리 기업 체제와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과제도 남겼다. 지난달 16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로 차량들이 드나들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 윤홍식 |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복지국가재구조화연구센터장광고 냄비가 요란하게 끓는다. 뜨거운 물은 가장자리까지 차올라 넘칠 듯 흔들리고, 뚜껑은 가볍게 들썩인다. 뜨거운 수증기가 벌어진 좁은 틈을 기어코 비집고 나온다. 모두가 놀라, 그 들썩임을 본다. 불이 꺼진다. 요란함은 순식간에 잦아든다. 물은 다시 제자리로 내려앉고, 뚜껑은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도 그랬다. 온 나라를 뒤흔들던 일이었다. 수억원의 성과급, 6억원, 600만원, 0원, 소외된 노동자의 박탈감, 초과이윤의 배분.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겠다. 그 무성했던 말들은 신문 지면에서도, 뉴스 화면에서도, 사람들의 대화에서도 슬며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논란이 정리된 것일까? 아니다. 불을 꺼버린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성장의 성과를 어떻게 누구와 나눠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 같다.광고광고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은 단순히 잘나가는 한 대기업의 보너스 갈등이 아니었다. 그것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밀봉했던 질문을 끓어오르게 한 사건이었다. ‘선 성장 후 분배’라는 주문 아래 미뤄두었던 질문, 성장만 하면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강요받았고 우리 자신도 믿고 싶었지만, 한번도 그 진위를 정면으로 묻지 않았던 질문이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끓는 냄비에서 뜨거운 물방울이 튀어 오르듯 온갖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논의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최승호 노조위원장이 했던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정규직은 공부도 많이 한 분들이고, 입사할 때 채용 조건이 달랐는데, 일률적으로 같은 선에서 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능력주의가 노동자 내부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는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광고 하청업체와 다른 사업부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연대해야 할 동료가 아니라, 경쟁에서 뒤처졌으면서도 내 몫을 넘보는 타인으로 여겨졌다. 자신들을 노동자라 부르면서도 다른 노동자와의 연대는 거부하는 노동조합의 씁쓸한 초상이다. 이익이 있으면 모이고 없으면 흩어지는 이익단체와 다를 바 없는 노동조합을 목격한 것이다. 소수에게 집중된 이윤을 나누기 위한 다양한 대안도 나왔다. 기금을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다. 삼성전자 노사가 일정한 재원을 출연해 하청 노동자와 협력업체, 반도체 생태계와 지역사회에 돌려주자는 구상이다. 그러나 기업이 자발적으로 내놓는 재원에 공정한 분배를 맡길 수는 없다. 기금은 기업의 선의에 기대는 사후적 보완책일 뿐, 분배의 원칙을 대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초과이윤에 대한 성과급 배분 대상을 협력업체와 반도체 생태계 전체로 확대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반도체 관련 산업 종사자는 전체 취업자의 1%를 넘지 못한다. 독일식 공동결정제도를 벤치마킹하자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독일식 제도를 떠받치는 사회적 숙련 체계와 산별 노조, 기업 간 협력이라는 맥락을 외면한 채 제도의 껍데기만 옮겨올 수는 없다. 공동결정제도는 홀로 작동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은 몇몇 제도로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모두의 자원과 노력으로 이룬 성장의 성과가 소수 기업과 일부 노동자에게 집중되는 한국의 불평등한 생산과 분배 방식을 드러낸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 전체를 되돌아보지 않고서는 풀 수 없는 거대한 문제였다.광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고 백가쟁명식 논란이 이어졌지만, 아무런 구체적 개혁도, 사회적 합의도 없이 끝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주재로 ‘기업 초과이윤의 사회적 배분’ 문제를 논의하려던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가 사실상 취소된 것도, 정치가 이 질문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는, 결국 소수의 대기업이 주도하는 첨단 제조업과 수출 중심의 성장 방식을 건드리지 않고는 대안을 논할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일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 소수 대기업에 생산과 이윤을 집중시키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국외 시장에 판매하는 방식은 지난 30년간 한국을 선진국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그 성장이 더 이상 모두를 위한 성장이 아니라면, 그 성장 방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 충돌하는 이해를 공론의 장으로 불러내 새로운 성장과 분배의 질서를 세우는 것, 그것이 정치의 몫이다.
냄비처럼 끓다 식은 삼성전자 성과급 논란 [세상읽기]
윤홍식 |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복지국가재구조화연구센터장 냄비가 요란하게 끓는다. 뜨거운 물은 가장자리까지 차올라 넘칠 듯 흔들리고, 뚜껑은 가볍게 들썩인다. 뜨거운 수증기가 벌어진 좁은 틈을 기어코 비집고 나온다. 모두가 놀라, 그 들썩임을 본다. 불이 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