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해 7월19일 내린 극한호우로 경남 산청군 신안면 청현리 딸기 하우스밭이 21일 폐허가 되어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광고“그때 생각하면 밤새도록 한잠도 못 잘 때가 있어요. 온 천지 약국을 다니면서 수면제를 사다 먹었어요.”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집에 살았던 유순애(75)씨는 2022년 8월8일, 그 밤의 끔찍했던 기억을 여전히 맴돈다. 시간당 140㎜ 넘게 쏟아지는 폭우 속에 집 화장실 변기와 배수구에서 오수가 솟구쳤다. 가슴팍까지 물이 차오르고서야 가까스로 집에서 빠져나왔다. 그날 밤 유씨 집 맞은편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은 집에 갇혀 목숨을 잃었다. 유씨 부부는 현재 금천구의 한 빌라 2층으로 이사했지만, 트라우마는 사라지지 않았다. 유씨는 26일 한겨레에 “가슴을 짓누르던 물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전국 호우특보가 24일을 기해 모두 해제되며 국지적으로 시간당 100㎜ 넘는 비를 쏟아냈던 올해 장마도 마무리됐다. 전국적으로 1300여건에 이르는 주택·시설 침수 피해가 신고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폭우로 일상을 잃은 피해자들의 우울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재난 가운데서도 ‘수해’가 지닌 특성에 맞춘 실효성 있는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미다.광고기후변화로 ‘이례적인 집중호우’가 매년 반복되는 상황에서 수해 피해자들은 큰비 소식을 들을 때마다 자신이 겪었던 고통을 되새긴다. 일종의 ‘트리거’가 되는 셈이다. 지난해 경남 산청군 집중호우 당시 운영하던 분식집에서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는 경험을 했던 박도순씨는 “이번 장마 때 발송된 ‘재난성 호우 긴급재난문자’를 보고도 화들짝 놀랐다. 뉴스에 ‘비 소식’만 나와도 불안해지고 예민해진다”고 했다. 박씨를 한층 힘들게 한 것은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다. 박씨는 1천만원 넘는 가게 수리 비용을 들이고, 7개월 이상 장사도 중단해 생계를 걱정할 정도의 처지에 놓였다. “물이 넘친 동네 둑만 봐도 마음이 울렁거려요. 많이 울어요. 술이나 수면제에 의지해서 겨우 자곤 합니다.”실제 그린피스가 지난 16일 발표한 ‘2025년 산청 수해 실태조사 최종 보고서’를 보면 수해를 입은 산청 이재민 응답자(126명) 중 87명(69%)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 범위에 속해 있었다. 70명은 ‘심각한’ 위험 등급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재난회복연구센터 관계자는 “정신적 외상의 강도, 물적 피해 정도와 복구 가능성 등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침수 상황은 이 같은 요소가 고루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광고광고현재도 수해 피해자에 대한 심리지원과 치료는 이뤄진다. 행정안전부 산하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가 1차로 피해자들에 대한 심리 상담을 지원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는 위험군은 보건복지부 산하 권역별 트라우마센터에서 치료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실효성과 전문성이다. 가령 상담과 진료는 대개 일과 시간인 오전 9시~저녁 6시 이뤄져, 침수 초기 집, 농장, 가게 등 ‘생계 기반’을 복구하는 데 몰두해 있는 피해자들에게는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이윤호 한국재난심리연구소장은 “수해 상황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상담사와 연결이 되면서 피해자가 더 이상 상담을 원치 않는다며 치료를 끊는 경우도 있다”며 “수해라는 재난 특성에 맞춰 지원 방식을 설계하고, 전문적 심리 상담과 치료의 연계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체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정봉비 기자 bee@hani.co.kr
“가슴 짓누르던 물 느낌 생생”…장마 끝나도 ‘수해 트라우마’는 그대로
“그때 생각하면 밤새도록 한잠도 못 잘 때가 있어요. 온 천지 약국을 다니면서 수면제를 사다 먹었어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집에 살았던 유순애(75)씨는 2022년 8월8일, 그 밤의 끔찍했던 기억을 여전히 맴돈다. 시간당 140㎜ 넘게 쏟아지는 폭우 속에 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