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전작 3편뿐인 나 감독, 600억 대작 맡아 최고의 스릴러 ‘추격자’엔 ‘엠83’ 음악을 ‘황해’의 ‘구남’ 보며 송창식의 ‘애인’을 비무장지대 인근 외딴 마을 호포항을 배경으로 정체불명의 존재와 맞서는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 ‘호프’의 한 장면.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광고 이피디의 큐시트광고 제작비 600억원이 들어간 나홍진 감독의 4번째 영화 ‘호프’가 지난주부터 상영 중이다. 개봉 첫날 영화를 보러 가면서 이런 질문이 먼저 떠올랐다. 나홍진이라는 이름값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단 3편만 찍은 감독이 어떻게 우리나라 역대 제작비 기록을 세우는 대작을 찍을 수 있었을까? 해답은 그의 전작들에 있다. ‘호프’를 볼 계획인 독자들에겐 예습용으로, 이미 본 독자들에겐 복습용으로, 볼 계획이 없는 독자들에겐 재미있는 영화를 소개하는 의미로 나홍진 감독의 전작을 돌아본다. 1. 추격자광고광고 봉준호 감독(이하 호칭 생략)도 박찬욱도 시작은 미미했다. 연상호나 최동훈의 데뷔작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창동의 ‘초록물고기’ 정도가 완성도 면에서 비슷한 평가를 받을까? 나홍진은 첫 영화 ‘추격자’로 흥행에서도 500만 관객을 넘겨 대박을 터뜨리고 작품성에서도 대종상에서 작품상을 받으며 단숨에 거물급으로 올라섰다. 나는 이 영화가 우리나라 영화 최고의 데뷔작인 동시에 최고의 스릴러라고 확신한다. 게다가 당시 기대주 정도였던 배우 김윤석과 하정우를 일약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시키기도 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검거된 때가 7월이라는 점을 고증해 요즘같이 무덥고 습한 한여름을 배경으로 한다. 원래 제목이 ‘밤의 열기 속으로’였을 만큼, 서울이라는 대도시의 한여름밤을 끈적하게 담아냈다. 반면 내용은 서늘하기 짝이 없다.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프랑스의 일렉트로닉 아티스트 ‘엠(M)83’의 차가우면서 뜨거운 음악이 내 머릿속에 흘렀다. 특히 2005년 앨범 ‘비포 더 돈 힐스 어스’(Before the Dawn Heals Us)의 첫번째 트랙 ‘문차일드’(Moonchild). https://youtu.be/lsjYfqbrju0?si=LJSzkRCzSTmd8tvH 2. 황해광고 데뷔작이 성공한 가수나 작가가 두번째 작품을 말아먹는 경우는 허다하다. ‘소포모어 징크스’라고 하는데, 숫자만 놓고 보면 나홍진 감독의 ‘황해’ 역시 소포모어 징크스에 걸렸다고 할 수 있다. 전작의 반도 안 되는 관객 수에 평가도 썩 좋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재평가되어 지금은 시대를 잘못 만난 수작 정도로 명예 회복을 했다. 내 평가는 그것보다 더 후해 별 4개는 거뜬히 줄 수 있다. 참고로 아직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 내가 별 4개를 주고 싶은 영화는 없다. 출연진을 보면 이 영화는 전작 ‘추격자’의 흐름을 이어간다. ‘추격자’에서 포주 역을 맡아 연쇄살인범 하정우를 쫓았던 김윤석은 ‘황해’에서도 청부업자 역으로 등장해 하정우를 쫓는다. 장르로는 액션 스릴러 누아르 등등으로 분류될 텐데, 큰 틀에서 보면 이야기는 치정극이다. 황해를 건너온 연변(옌볜) 청부업자들이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놓은 이유는 결국 여자 때문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찾아 밤거리를 헤매는 구남(하정우)의 불안한 얼굴 위로 송창식의 노래 ‘애인’이 흐르면 잘 어울리겠다. 어제 나는 슬펐네/ 그 여자는 떠났네 떠난다는 말 없이/ 사라져가 버렸네 (중략) 어젠 비가 내렸네/ 종일토록 내렸네 쏟아지는 빗속에/ 사라져가 버렸네 1975년에 발표된 송창식 1집에는 비가 많다. 제목에 비가 들어가는 노래도 두 곡(밤비, 비와 나)이고, 이 노래도 빗속으로 사라진다. https://youtu.be/3lyJw4s2diw?si=jzcxm8mEsXgfNFQb 3. 곡성 ‘황해’ 이후 6년 만에, 김윤석·하정우 콤비와 결별하고 장르까지 바꿔 새롭게 도전한 세번째 영화에서 나홍진 감독은 또 한편의 걸작을 만들어냈다. 천만 관객을 넘긴 ‘파묘’가 나왔어도 나는 ‘곡성’이 우리나라 최고의 공포 영화라고 생각한다. 전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너끈히 손가락에 꼽히는 오컬트 무비다. 이 영화의 많은 것은 이율배반적이어서, 추악하면서도 아름답고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이다. 선과 악이 앞뒷면인 동전이 정신없이 도는 모습과도 같다. 마침내 동전은 쓰러지고 어느 쪽인지 확인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지러워진 우리는 우리 눈조차 믿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버린다.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엔딩 크레디트에 한영애의 쓸쓸한 절창이 흘러도 좋겠다. 일제강점기의 노래를 다시 부른 앨범 ‘비하인드 타임’(Behind Time)에서 ‘황성옛터’를 들어보자. 황성 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중략) 성은 허물어져 빈터인데/ 방초만 푸르러 세상이 허무한 것을/ 말하여 주노라 https://youtu.be/9BF7rTI9Zj4?si=CRMRXJOzZcczfM-o 4. 호프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 무척 엇갈리고 있다. 나는 한번 더 봐야 자신 있게 평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첫 관람 뒤 총평을 내놓자면, ‘영화사에 길이 남을 추격 신을 만들어낸, 4번째로 좋은 나홍진 영화’ 정도로 하겠다. 두번째 관람에서는 더 많은 것들이 보이길 기대하면서, 그 멋진 추격 장면을 위한 화끈한 헤비메탈 연주곡을 골라본다. 메가데스가 2009년에 발표한 곡 ‘다이얼렉틱 카오스’(Dialectic Chaos). https://youtu.be/Eq3QYXDyojE?si=O2LcJ6-1q8sOM0zX 이재익 에스비에스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