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0월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광고흔히 미국은 달러라는 세계 기축통화를 보유함으로써 ‘과도한 특권’을 누린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미국은 기축통화를 가진 덕분에 막대한 무역적자·재정적자를 내고도 외환위기를 겪지 않으며, 낮은 금리로 손쉽게 차입해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한다. 그러나 기축통화는 그 자체로 파멸의 씨앗을 품고 있다. 우선 기축통화국은 상대국들의 통화 보유 수요가 커질수록 자국 통화가치 절상 압력을 피할 수 없다. 이른바 ‘트리핀 딜레마’다. 통화가치 절상은 수출 경쟁력을 갉아먹고 경제의 과도한 금융화를 부추긴다. 1945년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기축통화국으로 올라선 미국이 제조업 쇠퇴와 금융화 심화를 겪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도널드 트럼프를 두 차례나 대통령에 앉히고, 그가 관세 폭탄을 앞세워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게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또 다른 씨앗은 기축통화의 막강한 영향력을 과신한 나머지 제재를 남발하는 ‘모험주의’다. 미국은 국제무역과 외환 거래 대부분이 달러 결제 시스템을 거친다는 점을 지렛대 삼아, 적대국을 이 시스템에서 퇴출하는 방식으로 제재해 왔다. 2010년대 초반까지는 리비아·북한·이라크·이란 같은 약소국이 표적이었으나, 2010년대 중반부터는 러시아 같은 강대국으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문제는 이런 일이 중국과의 패권 경쟁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나라들이 우회로로 중국 위안화를 적극 활용하면서, 위안화를 중심으로 미국의 제재가 통하지 않는 일종의 ‘해방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균열은 미국의 경제력, 군사력, 지정학적 영향력이 압도적일 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미국의 상대적 쇠퇴가 진행되는 국면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러시아·이란을 묶은 ‘위안화 결제 블록’이 해방 공간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올해 미국-이란 전쟁을 기폭제로 삼아 넓어졌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를 동결하고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퇴출했다. 올해 2월에는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고 해상 봉쇄로 원유 수출길까지 틀어막았다.광고이에 러시아는 원유·가스를 중국에 배럴당 5~7달러 할인해 팔았다. 중-러 양자 무역은 2020년 1078억달러에서 2024년 2448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에는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342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6% 급증했다(타스 통신). 이 과정에서 양국 교역 대부분이 위안화와 루블화로 결제됐다. 중-러 결제에서 위안화 비중은 2022년 이전 2% 미만에서 2024년 30% 이상으로 확대됐다. 원유의 경우, 2022년까지 중국의 최대 공급국은 사우디아라비아였으나 2023년부터 러시아가 그 자리를 꿰찼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를 보면 2024년 러시아의 대중국 원유 수출액은 약 616억달러로 중국 전체 원유 수입의 19.6%를 차지했고, 사우디는 14%에 그쳤다. 이 거래의 90% 이상이 위안화로 결제됐다. 이란-중국 교역액은 공식 세관 통계상 2025년 기준 약 100억달러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 의회 보고서는 비공식 이란산 원유 수입액(약 312억달러)을 합치면 최소 410억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란 전체 원유 수출의 90%가 중국으로 향하며, 위안화 결제 비중도 90%를 웃도는 것으로 본다. 러시아와 이란산 원유의 대중국 수출액을 합치면 1000억달러에 육박하고, 이 가운데 대부분이 위안화로 결제되는 셈이다. 사실상 ‘페트로위안’의 탄생이라 이를 만하다. 1970년대 초 등장한 미국의 ‘페트로달러’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페트로달러와 페트로위안, 닮았지만 다른 출생다만 페트로위안은 탄생 배경과 작동 방식이 페트로달러와 사뭇 다르다. 페트로달러는 1971년 달러의 금태환을 정지한 ‘닉슨 쇼크’로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던 시점에 나왔다. 미국은 돌파구로 중동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안보를 보장하는 대신, 모든 석유 결제를 달러로 하고 그 대금으로 미 국채를 사들이기로 하는 협정을 맺었다.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다른 산유국들도 달러 결제를 표준화하면서 페트로달러 체제가 완성됐다.광고광고반면 페트로위안은 미국이 달러를 지정학적 무기로 휘두르자 이를 회피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방식도 ‘그림자 선단’과 ‘그림자 금융 네트워크’에 기댄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중국 세관은 이란 원유를 대부분 말레이시아·오만·아랍에미리트(UAE) 등이 원산지라고 허위 기재한다. 그림자 선단은 선박자동식별장치를 끄고, 위치를 조작하며, 선박 간 환적으로 흔적을 지운다. 석유 대부분은 국제 금융망과 격리된 소형 정유사, 이른바 ‘티포트’(teapot)가 처리한다. 결제는 위장 회사와 소형 지방은행 네트워크가 가짜 송장을 동원해 돕는다. 이란은 이렇게 받은 대금을 자국 내 환전소나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거쳐 세탁한다. 결국 러시아·이란 사례는 미국의 경제 제재가 반미 성향 국가들을 하나의 ‘위안화 결제 블록’으로 묶는 역효과를 냈음을 보여준다.중국 대형 정유사 헝리석유화학은 달러 제재의 무력화가 어느 단계에 이르렀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지난 4월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를 발표한 뒤, 이란에서 석유를 수입한 헝리를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그러자 헝리는 자사가 수입한 석유는 이란산이 아니라고 반박했고, 중국 정부는 외국의 부당한 제재 수용을 금지하는 2021년 제정 ‘반외국제재법’을 처음으로 발동했다. 헝리는 앞으로 원유 대금을 달러가 아닌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밝혔다.광고물론 국제 무역·외환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절대 비중은 여전히 미미하다. 2015년 설립된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은 올해 6월 하루 평균 3만6844건, 8278억위안(약 1221억달러)을 처리했다. 하루 2조달러가 넘는 뉴욕 달러 청산시스템(CHIPS)에 견주면 6% 수준이다.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비중은 지난해 말 56.8%인 데 비해 위안화는 1.95%에 그친다(IMF·국제통화기금). 국제 외환거래 비중은 달러 89.2%, 위안화 8.5%이며(BIS·국제결제은행), 세계 무역금융 비중은 올해 6월 기준 달러 82.5%, 위안화 7%다(SWIFT).그러나 성장 속도를 보면 결코 얕볼 수 없다.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 거래액은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2025년까지 두 배로 늘었고, 올해 2월 이란 전쟁 이후 다시 증가세다. 외환거래 비중은 2016년 4%에서 10년 새 두 배로, 세계 무역금융 비중은 2016년 1.8%에서 3.9배로 뛰었다. 위안화가 단기간에 달러를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중국 스스로도 그런 목표를 내세우지 않는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 대안적 결제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당면 목표다. 그 정도 목표라면 러시아·이란 사례가 보여주듯 이미 달성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달러의 지정학적 무기 위력 약화달러의 지정학적 무기로서의 위력은 상당히 약해졌다고 봐야 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달 서브스택(substack)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글로벌 금융권력 도구 상자에서 가장 탁월한 도구였던 달러 패권이 대안적 결제 시스템의 부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며, 이 부상은 이란 전쟁으로 크게 가속화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달러가 글로벌 비즈니스에서 지배적 역할을 곧 잃는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라고 단서를 달면서도, 미국이 달러로 상대를 징벌할 수 있는 힘은 크게 줄었다고 봤다.국제금융 연구의 권위자인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지난 3월 펴낸 저서 ‘국경을 넘어선 화폐’(Money Beyond Borders)에서, 기축통화의 지위는 결코 영원하지 않으며 오랜 역사가 국제통화의 ‘수명주기’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는 기축통화 지위가 발행국이 대규모 무역 적자를 감내할 수 있는 능력, 법치주의와 삼권분립, 군사력과 동맹 네트워크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서 보듯 미국은 더 이상 대규모 무역 적자를 감내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 훼손 시도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통제권 상실, 동맹 관계의 균열은 달러 패권을 떠받치는 정치·군사·국제적 기반을 흔들고 있다고 봐야 한다.광고물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은 통화 절상의 역풍을 상쇄할 수 있고, 과도한 금융화는 신중한 금융 규제로 막을 수 있으며, 해외 모험에 대한 유혹은 일관된 외교정책으로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상태로는 그렇게 낙관적이지 못하다. 아이컨그린 교수는 “국제통화의 지위는 천연자원이라는 부를 부여받은 것과 비슷하다”며 “잘 관리하면 훌륭한 자산이 되지만, 잘못 관리하면 오히려 저주가 된다. 노르웨이 천연가스처럼 관리할 수도 있고, 베네수엘라 석유처럼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박현 논설위원 hyun21@hani.co.kr
미국이 겨눈 ‘달러 칼끝’이 되레 ‘위안화 블록’을 키웠다
흔히 미국은 달러라는 세계 기축통화를 보유함으로써 ‘과도한 특권’을 누린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미국은 기축통화를 가진 덕분에 막대한 무역적자·재정적자를 내고도 외환위기를 겪지 않으며, 낮은 금리로 손쉽게 차입해 높은 생활수준을 유지한다. 그러나 기축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