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경기 연천군 은대리 문화벽돌공장에서 기획전 ‘피어난 자리’가 열리고 있는 모습. 송상호 기자광고 그을린 가마와 벽돌 운반 레일의 흔적이 검게 남은 경기 연천군 은대리 문화벽돌공장에 색과 풍경, 조각이 들어섰다. 지난 10일 개막한 기획전 ‘피어난 자리’에는 국대호·권기동·이흠·전강옥·정상곤 등 작가 5명이 참여했다. 전시는 9월13일까지 열린다.국대호 작가는 도시와 여행지에서 기억한 색을 수평의 띠로 쌓았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색의 줄은 벽돌이 층층이 쌓인 가마와 나란히 놓인다. 규격에 따라 반복 생산된 벽돌과 달리 색띠는 폭과 물감의 두께가 조금씩 다르다. 낡고 그을린 공장의 흔적 사이에서 파랑과 노랑, 초록이 더욱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다.이흠 작가는 반짝이는 사탕 정물과 사탕을 산봉우리와 골짜기로 그려낸 ‘캔디 산수’ 연작을 선보인다. 멀리서 보면 안개 낀 산수화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산등성이를 이루는 건 녹아 흐르는 듯한 사탕이다. 그림은 벽돌과 사탕의 뜻밖의 공통점도 떠올리게 한다. 둘 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물건이지만, 벽돌은 실제 도시를 세우는 데 쓰였고 사탕은 화면 안에 낯선 산수를 만들고 있다는 차이를 만들어낸다.광고권기동 작가는 거리와 건물, 도로처럼 익숙한 도시 풍경을 사진과 화면을 거쳐 낯설게 바꿔 그린다. 벽돌이 건물과 도시의 재료가 됐다는 점에서, 그의 풍경은 공장의 과거와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전강옥 작가는 풍선과 무거운 사물을 한데 묶어, 위로 뜨려는 힘과 아래로 끌리는 무게를 보여준다. 가마와 철골이 남은 공장 안에서는 가벼워 보이는 풍선과 묵직한 구조물이 더욱 뚜렷하게 대비된다. 정상곤 작가는 나무와 풀 등 일상의 풍경을 그리고 지우기를 거듭해 붓질과 얼룩을 남긴다. 그을음과 보수 자국이 겹친 공장 벽과 함께 보면, 대상보다 오랜 시간 쌓인 흔적에 눈길이 간다.이처럼 관람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작품들을 품고 있는 전시장 자체로 옮겨간다. 은대리 문화벽돌공장은 1988년부터 벽돌을 생산하다 폐업한 뒤 장기간 비어 있던 곳이다. 연천군은 이곳에 전시장과 아카이브, 지역작가관, 체험공간을 들인 뒤 지난해 7월 문을 열었다. 개관 특별전이 끝난 뒤 석달간 정비를 거쳐 올해 4월28일 재개관했고, 작가 12명의 작품을 모은 첫 기획전 ‘도달한 삶의 찰나’도 열렸다. 이번 ‘피어난 자리’는 그 뒤를 잇는 두 번째 전시다. 선사유적과 접경 관광에 치우쳤던 연천에 전시를 보고 아이와 함께 체험하거나 전시장 옆 카페에서 쉬었다 갈 수 있는 상설 문화시설이 생겼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고 있다.송상호 기자 ss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