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7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 도착하고 있다. 앙카라/AP 연합뉴스광고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전황을 뒤집고 있다는 보도가 지난 4월 이후 서방 언론에서 잦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내 깊숙이 드론 공격을 해, 석유 시설 등에 피해를 더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러시아의 진공은 저지되고, 희생은 커진다는 것이다. 종전을 위해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압박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공세를 평가하며 지원 확대를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의 공습도 격화해 우크라이나 방공망이 한계에 달하고, 주전선인 돈바스에서 러시아가 전략 요충을 점령한 상반된 흐름도 나타난다. 편집자 Q. 우크라이나가 전황을 유리하게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고 한다. 광고A.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푸틴에게 불리하게 바뀌나,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제목으로 10일 이런 전황을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2월 이후 러시아에 밀리지 않고 빼앗긴 영토보다 더 많은 면적을 탈환했고, 독자 미사일·드론 개발이 결실을 거둬 국경에서 1천㎞ 이상 떨어진 러시아의 군사·산업 시설을 정밀 타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러시아의 석유 수출이 최소 40% 일시 차단되고 연료 부족 사태로 러시아 여론이 악화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리해지는 전황을 바꾸려고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확전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다.이는 앞서 4월1일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성공이 러시아 승리의 불가피성은 환상임을 드러낸다’, 5월28일 파이낸셜타임스의 ‘우크라이나가 판을 뒤집고 있다’, 6월6일 미국 외교위원회(CFR)의 ‘우크라이나에서의 전환점’, 6월26일 포린폴리시의 ‘조류가 푸틴에게 불리해지니, 물에 빠진 사람을 조심하라’ 등 보도와 분석에서 반복된 내용이기도 하다.광고광고 Q. 러시아의 피해는 어느 정도라고 전해지나? A. 러시아는 지난해 내내 전장의 주도권을 쥐었으나, 막대한 인명 피해를 보고도 우크라이나 영토의 겨우 1% 미만을 추가 점령하는 데 그쳤다. 핀란드 ‘블랙버드 그룹’에 따르면, 러시아는 2월에는 오히려 영토를 잃었고, 4월에 94㎢만 점령했다. 로이터는 우크라이나의 공습으로 러시아의 하루 원유 정제 능력이 70만배럴 이상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달 중순 폭격으로 모스크바 최대 정유소가 내년까지 가동이 전면 중단됐고 전방에서 1600㎞ 떨어진 시베리아의 안티핀스키 정유소까지 공격받았다. 석유수출국이던 러시아의 자치주 절반 이상에서 연료 배급제를 시작했다고 보도됐다. 로이터는 “러시아 현대 역사상 가장 심각한 원유 공급 중단 사태”라고 평가한다.광고러시아의 월평균 병력 충원은 3만명 내외인데, 지난 5개월간 월평균 사상자는 약 3만5천명이라고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주장한다. 지금까지 러시아의 전사자가 50만명에 이른다고 알려졌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사상자 비율은 8대 1이다. Q. 전황의 전환점으로 봐야 하냐? A. 올해 1분기를 지나면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세에 러시아의 피해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은 애초부터 소모전이었다. 양쪽이 상대의 피해를 부풀리고, 자신의 피해를 축소하는 선전전을 펴왔다. 이런 상황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이 운영하는 러시아 전문 누리집 ‘러시아 매터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한 전환점에 도달했나’라는 글에서 러시아가 입은 피해는 부분적으로 사실이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전황의 전환점으로 평가하기에는 이르다고 평가한다. Q. 양쪽의 성과와 피해를 구체적으로 비교하면? 광고A. 러시아 매터스는 전황을 제공해온 우크라이나의 딥스테이트, 미국의 전쟁연구소(ISW) 등의 자료를 이용해 분석했다. 딥스테이트의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5월1일~6월20일(51일)과 직전 3월11일~4월30일(51일), 올해 1월1일~6월20일(171일)과 지난해 7월14일~12월31일(171일)을 비교했다. 러시아의 점령지 확대 속도는 두 비교 구간 모두에서 둔화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순증가는 계속됐다.러시아가 월간 순손실을 기록한 마지막 시점은 2023년 가을이며, 이후로는 매달 순증가를 이어갔다. 러시아 점령지는 3월11일 11만6564㎢에서 4월30일 11만6837㎢로 273㎢ 늘었다. 5월1일 11만6840㎢에서 6월20일 11만6905㎢로 65㎢ 늘어 증가폭 자체는 208㎢ 줄었다. 연간 비교에서도 지난해 7월14일~12월31일 2164㎢ 늘었던 것이, 올해 1월1일~6월20일에는 734㎢로 증가폭이 1430㎢ 줄었다.미국 전쟁연구소(ISW) 기준으로는 러시아가 1~2월에는 점령지의 순증가를 기록했지만 3~5월에는 순손실을 봤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29일 자 분석에서 최근 30일간 러시아가 점령한 면적을 31㎢로 추산했다. 세 자료의 검증에서는 지상전이 뚜렷한 전환점에 이르렀는지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다는 판단이다. Q. 러시아의 진공 속도가 둔화한 것은 사실인데, 지상전 전황에서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인가? A. 오히려 주전선인 동부 전선의 돈바스에서는 러시아군이 전략 요충지인 콘스탄티니우카를 함락했거나, 그 직전 상황이다. 이 도시는 드루즈키우카, 크라마토르스크, 슬로뱐스크, 리만으로 이어지는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요새 벨트’의 중요 고리이다. 도네츠크 잔여 지역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이 도시가 함락되면 러시아가 전쟁 목표로 하는 돈바스 완전 점령 및 우크라이나 서쪽 인구 희박 저지대로 진격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이 영토를 지키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논리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설득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해당 지역을 넘기도록 압박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13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인민전선이 주최한 ‘승리를 위한 모든 것’ 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Q. 지상전보다는 드론 공격에 따른 공중전이 중요해지지 않았나? A. 드론 생산·도입 규모를 보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크게 앞서 왔다. 우크라이나는 2022년 최소 3만대에서 2025년 계획상 최대 600만대까지 늘려 잡았다. 러시아는 12만대에서 150만대로 늘렸다. 다만 실제 ‘공격 드론’ 운용 횟수에서는 러시아가 앞선다. 파이낸셜타임스의 무력분쟁위치사건데이터(ACLED)를 바탕으로 작성한 그래프에 따르면 올해 1~5월 중순 사이 러시아의 공중·드론 공격 횟수는 약 두 배에 달했다.더 심각한 문제는 요격 능력의 격차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미국산 패트리엇 미사일이 거의 바닥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현지 생산을 허가하겠다고 밝혔으나, 성사된다고 해도 몇년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지난 5일 키이우는 러시아의 대대적 미사일 공격으로 개전 이래 최대 피해를 봤다. Q. 전쟁을 떠받치는 양쪽의 경제는 어떤가? A. 러시아는 2022~2025년 누적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약 8%에 달했으나, 지난해 성장률은 약 1%로 둔화했다. 올해는 0.4~1.1% 수준으로 전망된다. 재정적자는 지난해 국내총생산 대비 약 2.6%, 올해 1~5월 약 2.6% 수준이다. 군사비 증가가 주된 원인이지만 5%를 넘는 미국 등 서방 선진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루블화는 올 상반기 미 달러 대비 큰 폭으로 절상돼, 강세를 보인 통화이다.우크라이나 경제는 심각하다. 국방비가 국내총생산의 27%인데다, 올해 1분기 성장은 멈췄고 인플레이션은 8.6%에 달한다. 정부 지출의 절반을 해외 원조와 차관에 의존한다. 지난해 겨울 유럽연합의 900억유로 지원안이 헝가리의 반대로 묶였을 때는 화폐를 강제로 찍어내 연명해야 했다. 공공 부채는 올해 말 국내총생산의 122%를 돌파해 전쟁 전의 두 배가 될 전망이다. Q. 그렇다면, 현 전황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나? A.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가 피를 거의 흘리지 않고 우크라이나가 피를 흘리던’ 상황에서 ‘러시아도 피를 흘리기 시작하고, 우크라이나는 더 피를 흘리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고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을 지낸 발레 잘루즈니 영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8일 텔레그래프에 ‘러시아가 패전했다고 추측하지 말라’라는 기고에서 “서방 분석가들이 러시아가 사실상 전쟁에서 패했다고 주장하는데, 전쟁을 위험하게 잘못 읽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기준이 크렘린이 원래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했느냐면, 분명히 그렇지 못하다”며 “하지만 패배란 초기 야망 달성 실패만으로 정의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
러시아 출혈 커져도…우크라에 지고 있다는 건 ‘오판’
정의길의 글로벌 파파고는? 파파고는 국제공용어 에스페란토어로 앵무새라는 뜻입니다. 예리한 통찰과 풍부한 역사적 사례로 무장한 정의길 한겨레 선임기자가 에스페란토어로 지저귀는 여러분의 앵무새가 되어 국제뉴스의 행간을 알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