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6월24일 경기 수원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강아무개씨가 김경숙 베테랑팀장과 주민등록증을 들고 있다. 1964년 태어난 강씨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채 60여년 이상을 ‘서류상 존재하지 않는’ 주민등록 미등록자로 살아왔다. 수원시 제공 광고“이제야 사람답게, 내 이름 석 자로 살아갈 수 있게 됐습니다.” 주민등록증 앞면에 새겨진 자신의 이름을 번갈아 보던 강아무개(62)씨의 눈시울이 이내 붉어졌다. 플라스틱 카드 한 장. 남들에겐 지갑 속 흔한 신분증일 뿐이지만 강씨에게는 지난 60평생을 바쳐도 얻지 못했던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증명서이자 생명줄이었다. 1964년에 태어난 강씨는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이 땅에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서류상 유령’이었다. 부모의 무관심 속에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친척 집을 전전해야 했고 끝내는 보육시설에 맡겨졌다. 시설을 나온 뒤의 삶은 그야말로 지옥 같은 고립의 연속이었다.광고 주민등록이 없다는 것은 사회적 사망 선고와 같았다. 아파도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병원 문턱조차 넘기 힘들었고, 흔한 은행 통장 하나 개설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일자리는 꿈도 꾸지 못했다. 신분을 되찾기 위해 젊은 시절부터 수많은 행정기관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늘 똑같았다. “증명할 서류가 없어서 등록이 어렵습니다.” 행정의 높은 벽 앞에 번번이 좌절한 강씨는 결국 꿈을 포기한 채 수십 년을 일정한 거처도 없이 떠돌며 숨죽여 살았다.광고광고 반포기 상태로 살아가던 강씨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경기도 수원시청 ‘새빛민원실’의 문을 연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워낙 실패한 경험이 많아 이번에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김경숙 베테랑팀장은 강씨의 기구한 사연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 김 팀장은 즉시 강씨의 생활 실태와 과거 기록을 샅샅이 뒤지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법률 전문가와의 상담을 연계하고, 성과 본을 새로 만드는 ‘성과 본의 창설 허가’ 심판 청구부터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갔다.광고 수원가정법원, 구청, 행정복지센터를 수십 번 오가는 동안 김 팀장은 강 씨의 든든한 보호자이자 길잡이가 되어 심문기일 재판정까지 동행했다. 마침내 지난 6월18일, 수원가정법원은 강씨의 ‘가족관계등록부 창설 허가 결정’을 인용했다. 이어 6월24일, 마침내 강씨의 이름이 세상에 공식 등록됐고, 신규 주민등록증이 발급됐다. 60년 동안 세상의 그늘에 숨어 살아야 했던 유령이 마침내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부활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강씨는 당당하게 병원에 가고, 금융거래를 하며,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됐다. 강씨는 “오랫동안 관공서를 찾아다녀도 안 돼서 인생을 포기했었는데 베테랑팀장님이 내 일처럼 나서주신 덕분에 마침내 주민등록증을 받았다”며 “평범한 시민으로 살 수 있게 길을 열어주신 이재준 수원시장과 수원시 공직자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