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오만 북쪽 호르무즈해협에서 11일 타이 국적 벌크선 마유리 나리가 발사체에 피격된 뒤 연기가 치솟고 있다. 미국은 이 선박 피습의 책임을 물어 이란을 다시 공습했다. AP 연합뉴스광고이란이 ‘지역 패권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에 집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으로부터 제재 완화나 수백억달러 자금을 받는 것보다 호르무즈 통제권 확보가 이란에 더 중요한 과제여서, 미국과 전면전 재개 등 군사대결도 불사할 것이라는 우려이다.미국과 이란은 12일(현지시각) 종전 양해각서 체결 이후 3번째 군사적 공방을 벌였다. 앞서 미국은 지난 10일 이란에 11일까지 호르무즈 개방 선언을 하라고 통첩을 했으나, 이란은 이를 무시하고 12일 오히려 호르무즈 폐쇄 선언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호르무즈의 오만 연안을 통과하려는 선박을 공격했고, 이에 미국은 이란을 공습했다. 최근 일주일 새 이뤄진 세번째 미국의 대이란 공격이다.이란이 해협을 통제하려는 것은 해협 통제가 미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수백억달러 규모의 경제 제재 완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분석했다. 이란 지도부는 2월말 전쟁을 시작한 미국·이스라엘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물러남에 따라, 이란이 중동의 새로운 ‘지역 패권국’으로 부상했다고 믿고 있다. 호르무즈를 영구적으로 통제하고 페르시아만 경제권을 장악해 새로운 안보 질서를 공고히 하면, 미국의 제재 완화를 비롯한 나머지 실익은 결국 알아서 따라올 것이라는 계산이다.광고이란 의회 국가안보외교정책위원회의 에브라힘 아지시 위원장은 “호르무즈해협에서 이란 중심의 새로운 질서를 인정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어온 모하메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 역시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의 위협이 아닌, 오직 '이란의 준비 절차’에 의해서만 열릴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이란 지도부의 이런 발언은 이란이 전쟁을 통해 페르시아만 일대를 자신들의 세력권으로 만들었고 호르무즈 통제를 필수적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전쟁 기간 미국이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페르시아만 일대 동맹과 우방들을 보호하지 못했고, 이란은 호르무즈 통제를 제도화해서 중동에 새로운 ‘팍스 이라니카’(이란 주도의 평화질서)를 세우려 한다는 것이다.광고광고이런 관계 변화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장례에서도 드러났다. 이란 전쟁 때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받았던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중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오만 등 3개국이 조문단을 보냈다. 장례식에 불참한 아랍에미리트(UAE) 등 나머지 국가들도 이란과 직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라즈 짐트 소장은 “걸프국들은 결국 ‘지리의 폭정’이라는 현실에 직면했다”며 이란 정권은 사라지지 않고 저 자리에 계속 있을 것이고 트럼프는 영원히 미국의 대통령일 수는 없기 때문에 이란과 공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정학 분석가 살만 알 안사리는 이란의 패권 의식을 “망상”이라며 “현재 이란이 가진 것은 깡패 짓, 해적 행위, 훼방 능력이 전부이고, 이는 패권국의 자질이 아니라 그저 불량배 특성”이라고 비난했다.광고미국 내에서도 이란과의 합의 타결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다. 미국 고위 관리들은 이란이 경제적 혜택을 대가로 호르무즈 해협을 열어두겠다는 가장 기초적인 임시 약속조차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훨씬 더 복잡한 최종 핵 합의 등에 도달한 희망은 거의 없다고 분석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파기를 선언하고 제재를 복원한 이상, 이제 그에게는 3가지의 극단적 선택만이 남게 됐다고 외교·군사 분석가들은 보고 있다. 전면전 재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수위가 낮아진 양보성 합의를 하는 불완전한 타협, 그리고 중동에서 아예 발을 빼는 중동 철수이다.문제는 이 세가지 선택지 모두가 호르무즈를 이전으로 돌리는 보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면전을 재개하는 순간 호르무즈는 완전히 폐쇄되고, 재개방 여부와 시기는 미궁에 빠질 수 있다. 불완전한 타협 자체는 이란에 호르무즈에 대한 일정한 양보를 의미한다. 또 미국의 중동 철수는 호르무즈를 이란 손에 넘겨주고, 페르시아만 일대 동맹과 우방과의 관계를 파탄나게 할 것이다.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