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도서관 대출 빅데이터 분석 전국 1600개 도서관서 100명당 11.4권 대출 아동·학습서 빼면 한달 한권 남짓…23년보다도 감소 ‘빨간불’ 켜진 대구…대출 다양성은 울산, 실용서는 서울광고올 상반기 전국 1600여개 도서관의 ‘인기 대출 상위’ 목록(오른쪽)과 그 목록에서 아동·학습 도서를 제외한 인기 대출 상위 20종 목록(왼쪽). 분석 기간은 올 1월1일부터 6월29일까지다. 도서관 대출 정보를 집계하는 국립중앙도서관(도서관 정보나루)은 인기 대출 200·500·1000종별 데이터를 제공한다. 시스템상 동일 조건이라도 데이터 산출 시점에 따라 대출 건수는 미세하게 증가할 수 있다. 배경 사진은 서울 광진구 아차산 숲속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시민들의 모습. 그래픽 김은정 기자 ejkim@hani.co.kr 광고도서관에서 책을 제일 많이 빌려 읽는 이들의 도시, 또는 그 책들이 가장 외면받는 도시는 어디일까. ‘역주행 소설’은 과연 전역에서 역주행했을까. 여타의 광역 지방자치단체보다 해외 문학이 환영받은 지역, 한강 작가의 소설이 유난히 덜 읽히는 지역이 있다면. 그 모두를 압도하여 지난 5년여 동안 전국 도서관에서 가장 손때 입은 책은 어떻게 변천해 왔을까. 책을 슬며시 꺼내 들고 첫 장을 넘기려는 독자들 그 마음의 궤적 말이다. 출판 위기의 시대를 뚫고, 지난해엔 시집 판매, 올해엔 소설 판매가 늘었다. 각 연도 상반기에 두드러진 추세로, 교보문고와 예스24가 밝힌 대로다. 20대 전후가 판세에 큰 영향을 미쳐 왔고, 눙쳐 ‘텍스트 힙’이 배경으로 설명되곤 한다. 궁금한 건 이것이 과연 전국적 현상인가다. 현재 지역별 독서율·독서량을 파악할 수 있는 정부 자료는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가 마지막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지난 2일 “실태 조사는 격년으로 지속하고 있지만, 지역 단위 표본 규모에 따른 신뢰성, 예산 추가 필요 등의 문제로, 지자체별 조사는 2020년대 들어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도서 판매 집계 시스템은 미비한 수준이고, 대형 서점들도 판매량까지 공개하진 않는다. 한겨레가 도서관 정보나루(국립중앙도서관)의 2021~2026년치 빅데이터를 분석한 계기다. 도서관 대출 내역은, 마케팅·인플루언서 등이 가세해 단기 변동성이 커지는 판매 시장과 달리, 중장기 인기 도서 등 좀 더 광범위한 독서 취향과 습관을 반영한다.광고광고 대출 건수 3년 전 수준으로 올 상반기 전국 1600여개 도서관(회원 4139만명)에서 ‘인기 대출 도서 1000종’은 모두 589만2182건 대출됐다. 이 기간 총인구는 5160만9천명이니, 100명당 11.42권, 달마다는 1.9권씩 빌려본 꼴이다. 국제표준도서번호(ISBN) 분류상 아동·학습 도서를 빼면, 전체 335만745건이다. 청소년·성인의 책읽기로 100명당 6.49권을 대출해 갔다고 볼 수 있다. 달에 한권 남짓이다. 이는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2021년 상반기 5.69권, 2022년 같은 기간의 6.14권보단 많아도, 2023년(6.51권), 2024년(6.83권), 2025년(6.88권)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전인 2024년 상반기에 견주면 올해 18만1천여건 감소했다. 당시 도서관 수는 더 적었다. 서점가에서 시집과 소설 판매가 때때로 반등한다고 하나, 일상 전반의 독서량에 ‘반전’이 생겼다고 보긴 이른 셈이다. 독서 위험 신호 켜진 대구 지역별 편차도 컸다. 올 상반기 17개 광역 지자체별로 ‘인기 대출 도서 1000종’(1월1일~6월29일)을 비교 분석한 결과다. 더불어 각 지역에서 주도·주류적으로 찾는 도서 실태를 파악하고자 아동·학습 도서를 제외한 ‘대출 상위 30종’ 등을 추출해 단계적으로 살폈다.광고 상반기 지역별 1000종에 대한 대출이 가장 많은 곳은 세종시였다. 100명당 29.8권이었고, 광주(14.81권), 울산(13.52권), 부산(12.54권), 제주도(12.42권)가 뒤를 이었다. 전국 100명당 11.42권씩의 대출 평균치를 앞선 곳들이다. 국립세종도서관 이정민 관장은 한겨레에 “공직자, 연구기관 종사자가 많고, 젊은 도시라 40대와 어린이 이용률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대구가 100명당 1.14권, 인천이 5.04권을 대출해 가장 저조했다. 이 두 광역시는 경상북도(6.3권), 강원도(6.50권), 전라남도(7.31권), 충청남도(8.03권), 충청북도(8.7권) 순의 하위 그룹처럼 지리적으로 도서관 접근성도 줄고 노령·농어촌 인구가 많은 권역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과 경기도는 100명당 10.73권(6위), 10.25권(8위)을 각기 기록했다. 이 수치엔 도서관 정보나루 사업에 참여하는 공공도서관 비율도 부분 변수로 작용한다. 가령, 현재 대구는 공공도서관 53곳 중 41곳, 세종은 18곳 중 17곳이 참여해 데이터를 구성한다. 전수 데이터는 아니란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문화정보원에서 최신치로 집계해 둔 2024년도 ‘지역별 독서율’에서도, 세종시가 7.2%, 대구가 0.5%로 최고, 최하(전국 평균 1.9%)를 찍고 있다. ‘도서관에서 1권 이상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을 자체 산출한 값으로, 대구에선 “연령대별로 20대의 독서율이 0.2%로 가장 낮다”는 설명이 덧붙어 있다. 모든 지역의 연령대별 독서율에서 20대가 최하였으나, 대구는 개중 더 낮았다.국립세종도서관 어린이자료실 내부 모습. 정책도서관 기능을 특화한 국립중앙도서관 분점 격인 이 도서관은 동시에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회 등으로 2013년 12월 개관 초기부터 1일 평균 2천명 이상의 시민을 맞으며 ‘독서 허브’로 자리 잡았다. 국립세종도서관 제공 지난해 5월5일 서울광장에 마련한 야외 도서관 ‘책 읽는 서울광장’에서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이는 근년 유행하고 있는 또 하나의 시민 참여형 독서 행사로, 지난해 서울, 부산, 울산, 전북 익산 등 70곳가량에서 야외 도서관이 펼쳐졌다. 서울시 제공 ‘대출 베스트’는 ‘소년이 온다’ 올 상반기 전국 종합 ‘도서관 대출 베스트’는 한강 작가의 장편 ‘소년이 온다’로 집계됐다. 2만3204건이다. 이어 김애란의 ‘안녕이라 그랬어’(2만3205건), 성해나의 ‘혼모노’(1만8133건),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1만7428건), 양귀자의 ‘모순’(1만6081건),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1권, 1만5953건), 구병모의 ‘절창’(1만5358건) 순으로 나타났다. 모두 소설이다. 어린이 만화 ‘흔한 남매’ 시리즈가 이후 대거 포진해 있다. 에세이는 태수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22위), 교양 인문서는 ‘위버멘쉬: 누구의 시선도 아닌, 내 의지대로 살겠다는 선언’(69위)이 각 부문 앞장섰다. 서점가의 베스트셀러와 대출 인기 도서는 부분 겹치면서도 차이가 올돌하다. 특히 상반기 종합 판매 1, 2위를 다툰 국외 소설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의 경우 ‘대출 리그’에선 꾸준히 대출 빈도를 늘려 오되, 100위권 밖에 머물러 있다. 아동·학습 도서를 빼고 봐도 두 소설은 18위, 17위다. 국민적 관심사에 날쌔게 대응하는 실용서는 어떤가.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진보를 위한 주식투자’(2025년 12월 출간)도 도서관에선 100위권 밖이었다. 대신 출간한 지 1년 된 ‘박곰희 연금 부자 수업’, 6년 된 ‘돈의 속성’이 아동·학습 도서 제외 목록에서 16위, 27위로 굳건했다. ‘대출 트렌드’는 ‘시장 트렌드’보다 한두발이 늦지만, 두세해 더 지속된다. 적극적 독자 성향, 도서관별 사업, 도서 보급 절차 등이 맞물린 결과다. 대출 다양성은 울산 아동·학습 도서를 제외한 대출 상위 30종(1월1일~6월27일. 시리즈는 첫 권만 반영)을 추려 보면, 지역마다 차별화한 독서 취향이 포착된다. 아이에스비엔(ISBN) 체계상 교양·실용·여성·청소년·전문 도서만 포괄한 가운데, 선호하는 문학 등의 색채가 더 선명해진다. 상반기 가장 다양한 ‘인기 대출 목록’을 짠 도시는 울산으로 분석됐다. 김종원의 에세이 ‘너에게 들려주는 단단한 말’(3위, 전국 순위는 137위)을 위시해, 소설 ‘아웃렛’(송광용), ‘내가 없던 어느 밤에’(이꽃님),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김기태), ‘탱탱볼’(강이라) 등 10종이 전국치와 다르다. 이 가운데 3종이 울산도서관에서 “울산 시민들의 활발한 독서를 위해 매년 진행하는” ‘올해의 책’ 사업에 지난해 선정되었다. 다만 1년 단위로 전수 데이터를 집계하는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자료를 보면, 2025년 울산의 인구 대비 대출 비율은 타 권역에 비해 높지 않았다. 독서율과 독서 다양성 제고라는 과제가 이처럼 난망하다. 제주와 경북도 다채로운 반면, 정반대의 특질로 대비된다. 각기 9종이 전국치와 다른 그들만의 리스트였다. 다만 제주는 한강 작가를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빈번히 찾은 데고, 경북은 덜 찾은 데였다. ‘소년이 온다’가 12개 광역 지자체에서 대출 1위를 차지할 때, 제주는 유일하게 ‘작별하지 않는다’를 1위로 세웠다. 자신의 터전인 제주 4·3의 숨결이 살아 서린 작품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흰’까지, 15위권 내 한강의 작품만 4종이다. 경북은 유일하게 2종(‘채식주의자’가 열외)이다. 대신, 청소년 작가 이꽃님의 소설이 이례적으로 3종 포함됐다. 광주에선 전 헌법재판관 문형배의 에세이 ‘호의에 대하여’와 정지아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전남은 이금이 소설 ‘슬픔의 틈새’, 부산은 추정경의 소설 ‘열다섯에 곰이라니’와 이현의 ‘라이프 재킷’, 대구는 정유정의 소설 ‘종의 기원’, 경남에선 손원평 소설 ‘젊음의 나라’와 김홍의 ‘말뚝들’, 전북은 황석영의 ‘할매’, 충북은 법관 출신 작가 문유석의 에세이 ‘나로 살 결심’ 등이 드물게 또는 고유하게 부각됐다. 인기 대출 30종 목록에 이른바 힐링 서적을 가장 많이 담아둔 데는 대전이다. 수녀 이해인의 에세이 ‘다정한 사람이 이긴다’와 더불어 김호연·이미예의 소설만 3종이 포진했다. 서울은 실용 인문이 전국 대비 특히 읽혔다. ‘편안함의 습격’, ‘렛뎀 이론’, ‘저소비 생활’ 등은 인기 대출 서적이긴 해도, 전국치는 물론 지역별로도 30위 안에는 별로 들지 못했으나 서울 시민들에겐 달랐다. 역주행 대명사인 소설 ‘모순’과 ‘급류’는 대출 트렌드(5위, 13위)로도 확인된다. ‘급류’가 제주, 대전에서 비교적 덜 읽혔을 뿐이다. 국외 소설은 충북이 6종(일본 4종)으로 최다였다.전국 1600여개 도서관의 ‘인기 대출 상위 30종’과 차별화한 지역별 상위 30종 가운데 일부를, 100명당 대출 건수가 많은 광역 지자체 순으로 나열했다. 국립중앙도서관(도서관 정보나루) 집계로, 올 1월1일부터 6월27일까지 아동·학습 도서를 제외하고 추출한 데이터를 분석(시리즈는 첫 권만 반영)한 결과다. 그래픽 김은정 기자 ejkim@hani.co.kr 지역 맞춤 도서 정책의 필요 대출 도서 지형은 2025년 크게 흔들렸다. 2021~24년 전체 대출 상위 10종과 2021~26년 6월치를 견주니, 어린이 만화 4종, 힐링·일반 소설 각각 3종의 조합은 일반 소설 4종, 어린이 만화 3종, 힐링 소설 2종, 실용서 1종으로 바뀐다. 국내 노벨 문학상 수상 등을 계기로 기호나 수준이 다양화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앞서 보았듯, 대출 수준이 2023년보다 후퇴해 있다. 한국문화정보원의 집계를 보면, 대출 도서에 기반한 전국 평균 독서율은 2019년 2.6%에서 23년 2%, 24년 1.9%로 감소해 있다. 도서 시장은 20대 독자의 유입, 소설 판매 증가, 각종 도서전의 호황으로 고무되는 동시에 “초근목피로 연명 중”이라고까지 탄식하는 여러 출판사의 처지를 감추고 있다. 양극화가 심화되는 것이다. 이 맥락에서 지역별 도서 대출·판매 데이터가 더 아쉬워진다.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출신 이용훈 문화평론가는 “전국 통계는 큰 경향만 보여주는데 독서는 지역 편차가 심하다”며 “(정부의 공백을 대신해) 광역 자치단체가 더 많은 표본과 문항으로 지역 조사를 지속하는 것도 방안이다. 독서·도서관 정책을 위해 지역별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서규석 데이터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