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이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광고‘16만명’. 서울국제도서전(SIBF·서국도)이 지난해 관람객 숫자 15만명 기록을 갈아치우며 지난 28일 닷새간의 책 축제를 마무리했다. ‘주식회사화’와 상업화 논란, 참가사 제한으로 인한 비판 등 안팎의 잡음에도 불구하고 ‘텍스트힙’(책을 매력적인 콘텐츠로 받아들이는 문화) 열풍에 기꺼이 동참한 독자와, 두 팔 걷어붙이고 독자를 유혹하고 나선 출판사들이 만들어 낸 성과다. ‘굿즈만 동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도 있었지만, 책 판매량도 기록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는 지난 24~2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16만여명의 관람객이 찾았다고 30일 밝혔다. 지난해보다 관람객이 1만여명 늘어난 것은 온라인 사전예약 외에도 올해 현장 판매가 더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서국도 관계자는 “매일 300~1000매 가량의 현장 티켓 구매가 추가로 이뤄졌다”며 “지난해 티켓이 동났다는 보도가 나왔고, 에스엔에스(SNS)에서도 일찌감치 입소문을 타면서 ‘경험 삼아 가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이들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관람객들이 주제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이런 까닭에 18개 나라 538개 출판사가 빼곡히 자리잡은 행사장 내부는 닷새 내내 북새통을 이뤘다. 출판사들은 이번 행사에서 단순히 책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콘셉트’를 내세워 독자에게 ‘경험’을 제공하려는 경쟁을 치열하게 벌였다. “콘셉트에 진심”인 김영사는 “독서도 운동이다”라는 모토 아래 체육관 콘셉트로 부스를 꾸미고 ‘글손실’(근 손실을 패러디한 조어)이라고 적힌 티셔츠를 팔거나, 김영사 스테디셀러 ‘총 균 쇠’에 ‘총, 균, 쇠질(아령 등을 이용한 운동)’이라는 재치 넘치는 커버를 덧씌워 판매했다. ‘쌈마켓’을 콘셉트로 꾸린 사계절 출판사는 상추 모양 책갈피를 제작하거나 비밀책을 쌈(포장지)에 싸서 판매하는 등의 방식으로 독자들의 발길을 끌었다.광고 좀처럼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는 어려운 인문 출판사들도 ‘콘셉트 전쟁’에서는 지지 않았다. 올해 처음으로 서국도에 참가했다는 철학 전문 출판사 아카넷은 이번 도서전에서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에 선정된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중심에 두고 매대 없이 ‘가장 무거운 서재’라는 콘셉트로 정면 승부를 펼쳤다. 주요 사상가들의 메시지를 적은 ‘철학 타로’ 이벤트도 진행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유도했다. 김영우 아카넷 총괄이사는 “철학은 문장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이런 경험을 통해 책을 읽고 싶어지도록 할 수 있고, 자연스럽게 관련 책 판매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판사들은 책과 굿즈, 전시와 체험을 결합해 각자의 개성을 한껏 드러냈고, 그런 노력은 실제 책 판매로도 이어졌다. 참가사들 대부분은 지난해보다 책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규모 출판사 대표는 “지난해보다 매출이 훌쩍 상회했고, 규모가 큰 출판사들은 대부분 지난해보다 두배 가까운 매출을 거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에스엔에스에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파산한 사람 후기”, “‘오픈런’ 해서 가장 먼저 산 것”, “미친 사재기의 기록” 등 강렬한 제목과 함께 관람객들의 책 구매 인증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8일 행사장에서 만난 강은진(30)씨도 굿즈로 받은 가방에 15권의 책을 정리해 담으며 “살려고 계획한 책이 있었는데 막상 오니까 눈에 띄는 책들을 발견해서 예상보다 많이 사게 됐다”고 말했다.광고광고 출판계의 핵심 소비층인 20~30대 여성이 관람객 주를 이뤘지만, 올해는 장년층, 부모님과 행사장을 찾은 어린이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도서전을 찾은 점도 눈에 띄는 변화라는 게 참가사들의 설명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온 초등학교 5학년 조연서 어린이는 “3학년 때 엄마와 오고 올해 다시 왔다. 도서전에서 해파리 출판사의 ‘고양이가 되고 싶어하는 강아지’를 봤는데 좋았다. 평소 동화보다는 청소년 소설을 주로 읽고 이꽃님 작가 책을 즐겨 읽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출판사가 책을 소재로 한 굿즈를 판매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굿즈를 사기 위한 관람객이 다수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달라진 출판산업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출판사별 ‘코어 독자’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제 출판사는 종이책을 넘어, 독자가 원하는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책도 팔고, 복합 상품도 팔고 경험도 줘야 하는 것”이라며 “도서전이라는 ‘열광’ 속에 참여하고 독서 공동체에 소속된 ‘텍스트힙’ 관람객들을 어떻게 ‘코어 독자’로 만들지는 출판사의 몫”이라고 짚었다. 광고서울국제도서전에서 ‘쌈마켓’을 주제로 책을 판매한 사계절 출판사(왼쪽)와 체육관을 콘셉트로 잡은 김영사 부스. 엄지원 기자, 김영사 인스타그램 철학 타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 철학 전문 출판사 아카넷의 서울국제도서전 부스. ‘가장 무거운 서재’를 콘셉트로 정면 승부를 펼쳤다. 엄지원 기자 ‘국제’ 도서전으로서 위상도 갖춰가는 모양새다.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였다. 지난해 주빈으로 참가한 대만은 타이완콘텐츠진흥원과 타이베이도서전재단이 각각 참가해 두개의 부스를 열었다. 타이베이도서전재단은 ‘대만 감성’ 부스에서 ‘여성 정서’라는 주제로 여성의 생명 경험과 감정의 기억, 가정 관계 등을 중심으로 64권의 도서와 100가지 대만 진(Zine)을 소개했다. 작가 리앙, 영화감독 황후이쩐, 원주민 작가 아우와 마이항 등도 참석해 독자들을 만났다. 하오밍이 타이베이도서전재단 이사장은 “한국과 대만 독자들이 함께 감정의 지도를 주고받는 기회로 삼고자 했다”고 밝혔다. 타이완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대만관에서는 도서뿐 아니라 대만 캐릭터 브랜드도 함께 소개해 창작 산업을 홍보했다. 타이완콘텐츠진흥원 이안 우 글로벌커뮤니케이션 리드는 “작년 대만은 총 26건의 판권 계약을 성사시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한국은 현재 대만 출판계, 특히 번역 판권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외국 시장 중 하나이며, 앞으로 한국의 출판사, 서점들과 긴밀히 협력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독립출판사가 매대를 꾸린 책마을 코너에는 일본의 13개 서점이 ‘독립출판사 엑스포’라는 이름으로 처음 참가했다. 아트북, 만화 에세이집 등 다양한 책을 파는 이곳에는 하루 100권 이상 책이 팔려나갔고 매진된 책도 많았다. 27일 마이니치 신문은 “서울국제도서전, 일본 독립출판사 ‘예상 이상의 열기’”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광고 성황리에 행사는 끝났지만, 과제는 남았다. 대형 출판사가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관람객의 쏠림 현상도 나타나, 작은 출판사에 대한 배려와 기회 안배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탈락한 출판사들은 선정 과정의 투명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서국도 공공성 회복’을 외쳐온 일부 출판사들은 아예 ‘서울제대로도서전’ 등 대항 도서전을 열기도 했다. 서국도와 출협 쪽은 “늘어난 출판사들의 수요를 올해 감당 못 했지만 이미 내년 코엑스와 도서전 공간을 늘리기로 협의한 만큼, 내년에는 참가 의사가 있는 출판사들에게 충분히 기회가 돌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