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클립아트코리아 광고 송아름 | 초등교사·동화작가광고 발령받은 첫해에 6학년 담임을 했다. 그때는 아이들 사춘기가 6학년쯤 오는 줄 알았다. 그다음 해에는 5학년 담임을 했는데, 그때는 5학년이 사춘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몇해 지나 4학년 담임을 할 때는 사춘기가 4학년 2학기쯤 시작되는 것 같다고 여겼다. 그리고 올해 십여년 만에 4학년 담임을 하면서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사춘기는 4학년 1학기부터다. 물론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다. 하지만 대체로 이 시기부터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학교에서도 4학년부터 고학년으로 분류되면서 어른들의 대우가 달라진다. 이 시기부터 아이들은 많은 부분을 스스로 해야 한다. 스스로의 다른 말은 자유다. 학교 끝나고 부모님이 퇴근하는 시간까지 혼자 학원을 오가는 아이들이 많아진다. 부모님과 연락을 주고받기 위해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 비는 시간에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용돈을 가지고 다니며 간식을 사 먹기 위해 편의점에 간다. 저학년으로 보호받던 3학년에서 불과 몇달이 지났을 뿐인데 아이들의 생활 반경은 갑자기 넓어진다. 이런 자유가 손에 쥐어지면 아이들은 그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경계가 어디인지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 경계를 조율하는 시간이 4학년의 사춘기인 것 같다.광고광고 십여년 전에도 휴대전화는 있었다. 아이들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또래 집단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표현이 거칠어지는 시기인 것은 맞다. 달라진 것은 또래 문화가 아니라 아이들이 접하는 매체 환경이다. 예전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듣거나 티브이(TV) 같은 매체에서 새로운 표현을 보고 배웠다면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나 쇼츠에서 훨씬 이른 시기에 더 많은 표현을 접한다. 이러한 표현들은 과거보다 훨씬 구체적인 맥락과 상황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양이 많고 변화 속도도 빠르다. 알고리즘은 비슷한 영상을 계속 보여주고, 아이들은 밈과 신조어를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문제는 표현을 익히는 속도가 의미를 이해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이런 방식으로 배운 단어를 뜻도 모른 채 재미로 사용하다가 선을 넘기도 한다. 나도 아이들에게 “선생님도 영포티예요?”라는 말을 듣고는 조금 ‘긁혔다’. 아이들은 쇼츠에서 많이 들어본 말을 한번 써보고 싶었던 것이겠지만 그 말 속에 담긴 조롱의 의미보다 그 말을 했을 때 어른들이 보이는 반응에 더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말의 맥락이나 그 말을 듣는 상대방의 감정은 아직 고려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광고 아는 것은 많아지지만 정확한 의미를 알아가는 법은 아직 모르는 상태,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은 지기 어려운 상태. 생활 반경은 넓어졌지만 위험 요소에 대처하기는 아직 미숙한 상태. 교사나 부모가 아니라면 이 시기의 아이들을 훨씬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매번 어떤 행동이 불러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헤아리고, 한번 더 말하고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동안 만난 이맘때의 아이들을 돌아보면, 저마다 자신의 경계와 사회의 규율이 제시하는 경계가 어디인가를 찾아 나섰다. 아이들마다 그 경로와 강도가 다르기는 해도 그 시기를 아예 건너뛰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아이의 사춘기를 알아채고 울타리가 되어주는 어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울타리는 아이들이 경계 너머의 것들을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는 용도가 아니다. 울타리 밖을 나가지 못하도록 억누르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은 경계를 넘나들고, 실수하고, 다시 배우면서 자기만의 기준을 만들어간다. 어른의 역할은 그 과정에서 위험에 처하지 않게 곁을 지켜주는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조금씩 자유를 사용하는 법을 배우고, 언젠가는 스스로의 힘으로 울타리를 나서게 될 것이다. 사춘기가 온 4학년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나는 좋은 울타리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