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쿠팡 본사. 연합뉴스광고미국 하원이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백악관까지 나서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데 대해, 정부가 이틀 연속 유감을 표하며 반박에 나섰다. 쿠팡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원자력·핵추진잠수함 협상 등 한-미 관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이 확산되는 것을 어떻게 차단할지가 주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3일 브리핑에서 “쿠팡에 대한 조사는 모두 국내법상 적법절차에 따라 비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적에 따라 기업활동을 차별적으로 대우하거나, 누구를 표적화해 조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하원 보고서에 이어 백악관 관계자까지 나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표적 삼아 미국 기술기업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청와대가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정부는 전날에도 박일 외교부 대변인이 “미 하원 법사위원회 보고서가 쿠팡 측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했다”고 지적하며 유감을 표했고, 국가정보원도 보고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는 등 이틀 연속으로 미국 쪽의 일방적인 쿠팡 두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광고앞서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일(현지시각) 공개한 보고서에서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불만을 품은 전직 직원의 데이터 시스템 무단 접근’으로 규정한 뒤 “한국 정부가 이를 계기로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쳤다”고 비난하는 등 쿠팡 쪽의 일방적 주장만 반영했다. 이어 백악관 당국자도 2일 한겨레를 비롯한 한국 언론들에 보낸 성명에서 “어떤 합리적 기준으로 보더라도 쿠팡은 이재명 정부에 의해 표적으로 지목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디지털 서비스의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행위를 포함한 불공정 무역 관행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명백한 압박이다.문제는 미국 의회와 정부 등에서 쿠팡의 일방적인 주장이 점점 확산되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지난 2월 미국 하원 법사위가 쿠팡의 해럴드 로저스 한국법인 임시 대표를 출석시켜 증언을 들었고, 지난 4월에는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54명이 쿠팡 같은 미국 기업 차별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강경화 주미대사에게 보냈다. 정부는 주미대사관을 중심으로 미국 정부와 의회에 우리 원칙과 입장을 설명하고 있지만 역부족으로 보인다. 쿠팡의 로비가 막강한 데다, 최근 미 의회가 외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상황에 대해 매우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상황과 맞물리면서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의회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과 관련해 청문회를 개최하고 법안 관련 인사들을 제재하기까지 한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광고광고특히 쿠팡 문제가 한·미 간 핵심 현안인 핵잠,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협상 등 안보협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한·미 간 원자력 협의는 계속 미뤄지다 지난달 2∼3일 서울에서 개최됐지만, 미국에서 열릴 2차 협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채 계속 “조율중”이다. 특히 미국 하원 법사위 보고서가 ‘한국이 한-미 조인트팩트시트(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에 명시된 한·미 정상간 무역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쿠팡 문제를 더 키우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가에서는 미국 측이 쿠팡 문제를 빌미로 또다시 원자력 협의를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위성락 실장은 “이 사안이 과도하게 커져서 다른 한-미 관계 영역에 파장이 없도록 노력하고자 한다”며 “한·미 간 여러 다른 이슈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격리·분리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도 이날 “우리 정부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 및 의회에 관련 내용을 지속적으로 바로잡아 나갈 예정이며, 미국 디지털 기업을 비차별적으로 대우한다는 한-미 조인트팩트시트 상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 중임을 적극 설명할 것”이라며 “이 사안이 계속해서 한·미 양국 관계에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사안을 관리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정부의 지속적인 설명에도 미국 정부와 의회가 계속 쿠팡의 주장에 기울고 있는 현실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획기적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