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2016년께 에린브로코비치의 모습. 위키미디어 코먼스 광고199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힝클리 마을에서 발생한 지하수 오염 사건은 기업이 저지른 대표적인 환경 범죄 사건으로, 모든 환경·보건·법률 교과서에 실려 있다. 발암물질 6가크롬을 무단 방류한 거대 에너지회사 피지앤이(PG&E)를 상대로 사상 최대 규모인 3억3300만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낸 소송을 이끈 것은, 당시 법률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던 에린 브로코비치(66)라는 젊은 여성이었다. 이 이야기는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 뒤 줄곧 환경운동가로 활약해온 브로코비치는 최근 인공지능(AI)을 위한 데이터센터 건설 ‘붐’에 대항하는 일에 나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지난 4월 온라인에 ‘자신의 집 근처에 있는 에이아이 데이터센터에 대해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알려달라’ 했더니 한달 만에 3800여건의 제보가 쏟아질 정도로 호응이 뜨거웠고, 지금은 미국 전역의 데이터센터 현황을 공유하는 누리집(brockovichdatacenter.com)을 만들어 조직적인 시민운동으로 가는 첫발을 뗀 상태다. 브로코비치는 29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왜 이런 운동에 나섰는지 등을 밝혔다. 데이터센터는 ‘빅테크’가 주도하는 인공지능 산업을 먹여 살리는 주요 인프라지만, 엄청난 물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등 지역사회와 생태계에 큰 영향을 준다. 그런데도 비밀리에 건설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브로코비치는 지적한다. 그가 제보를 바탕 삼아 정리한 바로는, 미국 전역에 33개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완공되어 운영 중이고, 68개는 건설 중, 41개는 건설 계획 단계에 있다. 이에 대해 여태껏 7000건이 넘는 제보가 들어왔는데, “왜 나는 모르는 사이에 공사가 시작됐을까요?” “여기에 드는 에너지 비용은 도대체 누가 감당하죠?” “이 거대한 시설이 미래 세대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야생동물들은 어떻게 될까요?” 등 한결같이 불안과 우려를 담고 있었다 한다. 직접 목격한 것 말고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어서다. 이는 과거 힝클리에서 주민들이 자신들이 모르는 사이에 오염물질에 노출됐던 것과 다르지 않은 상황으로, 브로코비치는 “‘힝클리’가 초강력 업그레이드된 것 같다”고 말했다.광고에린 브로코비치가 미국의 데이터센터 현황을 정리한 지도. 누리집 갈무리 최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관련한 시민운동을 시작한 환경운동가 에린 브로코비치. 에린 브로코비치 누리집 데이터센터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지며, 일부 지방정부는 ‘건설 유예’ 등의 조처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브로코비치는 “지방 의회들이 지역사회의 반응을 듣고 사업을 잠시 중단하려다 개발업체로부터 1억달러가 넘는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며 기업들이 되레 ‘역공’에 나서는 현실을 짚었다. 그가 대표적으로 언급한 것은 바로 미국 텍사스주 힐 카운티의 사례인데, 이곳은 소송이 제기된 뒤 결국 유예 조처를 철회했다.광고광고 가디언은 브로코비치의 운동 방식은 “고위층에 직접 정책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서부터 소송 사례를 쌓아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선 지방정부를 찾아가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보여 달라, 필요한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 자체 발전소를 건설할 것인지 아니면 이미 부족한 지역사회의 자원을 가져다 쓸 것인지 밝히라”고 요구하고, 정보들을 확보한 뒤 주민들이 직접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공청회를 여는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브로코비치는 “ 법은 여전히 유용하다”며, “지금은 (힝클리 때의) 3억3300만달러가 아니라 수십억달러는 되어야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브로코비치는 데이터센터 건설에 맞서는 싸움이 “전지구적인 문제”라고도 말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반대 움직임이 이미 초당적인 수준으로 커졌고, 미국 밖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으로도 번져가는 상황이다. 다만 그는 “용기를 내 나서야 하겠지만, 세상의 모든 돈과 지능, ‘대역폭’을 가진 세력에 맞서 싸우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광고지난 27일(현지시각)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하는 거리 행진이 벌어지고 있다. 에이피 연합뉴스 이런 전세계적인 흐름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각지에서 ‘데이터센터 유치’를 지방선거 캠페인으로 내걸었을 정도로 데이터센터를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게다가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3대 메가 프로젝트’의 하나로 550조원을 들여 18.4기가와트(GW) 규모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일각에선 다른 나라에서 지역사회의 반발로 늘리기 어려워진 데이터센터를 우리나라가 대신 유치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