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17일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 살해 사건 긴급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피해자 보호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광고친밀관계 폭력 상황에서 가해자가 피해자 몰래 위치추적기를 붙여도 현행법상 스토킹으로 처벌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위치추적기 부착을 명확한 스토킹으로 규율하지 못하면, 지난 3월 벌어진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처럼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국회입법조사처는 30일 이런 내용의 ‘남양주 스토킹 살인 사건이 드러낸 위치추적 스토킹의 법적 공백’ 보고서를 발표했다.보고서에 따르면, 친밀관계 폭력에서 지피에스(GPS) 위치추적기 부착은 ‘기술매개 학대’(TFA)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기술매개 학대란 친밀관계 폭력 과정에서 디지털·정보통신기술이 피해자에 대한 감시, 통제, 강압, 위협 등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행위를 말한다. 소셜미디어·메신저·온라인 플랫폼 등 온라인 공간에서 이뤄질 뿐 아니라, 위치추적 기능, 감시 앱, 스파이웨어, 계정 침해, 스마트홈 기기 해킹 등 일상 기술을 통해서도 일어난다. 2024년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지피에스 장치나 위치추적 앱을 통해 본인 또는 동거인·가족의 위치를 강제로 확인 당한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21.0%에 달했다.광고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에서도 가해자 김훈과 공범들은 지난해 6월부터 사건이 발생한 올해 3월까지 피해 여성 차량에 3개, 피해자 어머니 차량에 1개, 피해자 지인의 차량에 1개 등 총 5개의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는 살해당하기 전 경찰에 총 6차례의 신고를 했고, 이 중 3번째 신고(2026년 1월28일)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차량에서 위치추적 의심장치가 발견됐다고 경찰에 알렸다. 김훈이 부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호소했으나, 당시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이후 피해자는 6번째 신고(2026년 2월21일)에서 재차 위치추적기를 신고했고, 2월26일이 돼서야 경찰은 3번째 신고 당시 수거된 장치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의뢰한다. 피해자가 차량에서 위치추적기를 발견한 지 한달 후에야 증거 확보에 나선 셈이다. 이후 실시된 관계성 범죄 전수 점검에서 공개된 고위험 분류 기준에는 결별 또는 결별 요구, 전자발찌 부착자, 폭력 성향 관련 신고 3회 이상 등만 있을 뿐 위치추적장치 무단 부착은 위험 지표로 명시돼있지 않았다.광고광고보고서를 작성한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지피에스 추적은 피해자가 시도하는 은신, 이주, 보호조치를 무력화하고, 탈출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차단하며, 결과적으로 살인의 실현 가능성을 결정적으로 높인다”면서 “결별 이후 가해자가 지피에스를 활용해 피해자를 추적하는 행위는 단순한 사생활 침해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탈출 경로를 실시간으로 봉쇄하며 치명적 폭력을 준비하고 있다는 가장 구체적이고 긴박한 위험 징후로 봐야 한다”고 짚었다.보고서는 현행법상으론 지피에스 무단 부착 행위를 스토킹으로 처벌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행위를 접근·따라다니기·진로 차단, 주거 등에서의 기다림·지켜보기,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한 연락, 물건의 도달 또는 부착, 물건 훼손, 개인정보·위치정보의 제공·게시(3자에게 제공 또는 배포·게시 행위 등),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사칭 등 7개 유형으로 정하고 있다. 상대의 동의 없는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해 실시간으로 위치를 수집·추적하는 행위 자체는 직접적으로 규율돼 있지 않다. 일부 판례에서는 무단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지켜보는 행위’ 또는 ‘주거 등 또는 그 부근에 물건 등을 두는 행위’로 포섬해 처벌한 경우가 있지만, 아직 개별 사안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의존하는 상황이다.광고가정폭력처벌법에서는 가정폭력 범죄를 형법상 상해, 폭행, 유기, 학대, 체포, 감금, 협박, 명예훼손, 주거침입, 강요, 공갈, 재물손괴 등 특정 범죄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규정한다. 지피에스 추적 등 스토킹 행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재 위치추적은 주로 ‘위치정보법’ 위반으로 처벌되는데, 이럴 경우 스토킹의 맥락과 위험성을 법적으로 포착하기 어렵고,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등 스토킹처벌법에 규율된 수단을 적용할 수 없다.보고서는 스토킹처벌법의 스토킹행위 유형에 ‘상대방의 동의 없이 전자적 수단을 이용해 위치정보를 수집·추적·감시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허 조사관은 “이는 위치추적장치 발견 자체를 스토킹 위험의 중요한 정황으로 평가할 수 있게 하고,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필요성 판단을 보다 명확하게 한다”면서 “디지털포렌식 결과를 기다리기 전에도 피해자 보호조치를 우선 검토할 수 있는 근거를 강화하고, 수사기관의 위험평가에서 전자적 추적행위를 고위험 요소로 반영하는 기준을 분명하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