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3월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 살해 사건 긴급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참가자들은 피해자 보호 대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류우종 선임기자 wjryu@hani.co.kr 광고연인으로부터 교제폭력·스토킹을 겪어온 ㄱ씨는 지난해 경찰에 신고한 뒤 ‘고위험 피해자’로 분류돼 경찰로부터 주기적으로 가해자 접근 등을 확인하는 ‘모니터링’을 받다가 올해 초 ‘저위험 피해자’로 분류됐다. 이후 위험징후가 줄었다고 판단돼 저위험 모니터링조차 해제됐다. 그러나 해제 일주일 뒤 가해자가 ㄱ씨에게 극심한 상해를 입히는 살인미수 사건이 벌어졌다. 스토킹 살인 사건 등이 잇따르면서 경찰과 성평등가족부가 ‘관계성 범죄 조기 개입 및 재발 방지 대책’으로 내놓은 ‘피해자 공동모니터링 대책’이 실질적으로 가해자의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고 범죄 재발을 막는 데 실효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과 성평등가족부는 지난해 8월 관계성 범죄(스토킹, 교제폭력, 가정폭력 등)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피해자를 고위험(A등급)과 저위험(B등급)으로 나누고 고위험 피해자는 경찰이, 저위험 피해자는 민간 상담소가 모니터링하는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지난달 5일, 광주 17살 여고생 이채원양이 일면식 없는 20대 남성에게 살해당한 직후에도 해당 대책을 다시 한번 발표했다.광고 피해자를 ‘고위험’과 ‘저위험’으로 분류하는 기준은 1년간 신고 횟수, 3년간 사건 발생 횟수,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 결정 여부 등이다. 시범운영 기간 등을 거쳐 5월18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저위험·고위험 등급 분류와 해제는 경찰이 결정한다. 지난 15일 기준 고위험 등급은 2만1423명, 저위험 등급은 2만8483명이다. 그러나 ㄱ씨 사례처럼 상담소의 모니터링만으로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고 사건을 예방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모니터링 사업이 피해자에 대한 상담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한겨레가 확보한 ‘경찰-가정폭력상담소 친밀관계폭력 피해자 공동모니터링 운영지침’을 보면 민간상담소 모니터링 내용은 △현재 심리적·신체적 건강 상태 △추가 피해 △보호·지원 제도 안내 등이다.광고광고 호남 지역의 ㄴ상담소장은 “상담소의 상담은 범죄 파악이 아니라 피해자의 피해 회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범죄 위험성을 판단하려는 대책의 취지는 결국 ‘피해자가 제대로 말 안 해서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것 아니냐'라는 피해자 탓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강원 지역의 ㄷ상담소장도 “피해자들이 상담할 때 선택적으로 얘기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그걸로 피해자 피해 회복 위주로 상담해온 상담소가 완벽하게 위험도를 파악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피해자가 나에게 또 피해가 생길 것을 예측해야 되는 등 이런 부담이 고스란히 피해자한테 전가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이 모니터링을 꺼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가의 보호라는 느낌보다는 반복되는 전화 등이 일상의 침해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ㄹ상담소장은 “5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우리 상담소에서 받은 B등급 피해자는 3명뿐이다. 피해자들이 동의를 하지 않으니 사업이 실효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비수도권 상담소들은 아직 피해자를 연계받지 못한 경우도 있다.광고 이 때문에 피해자 ‘관리’보다 가해자 ‘관리’에 대책이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피해자 공동모니터링 대책’에 대해 “잠정조치까지 나오지 않은 가해자들을 경찰이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는 것이 피해자를 등급 분류해 연락하는 것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지민 고나린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