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연대 북저널리즘 대표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 개인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광고‘재개발의 정치학’, ‘1인 가구와 기술’,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사회를 톺아보는 흥미로운 질문이 얇은 책 한권에 담겼다.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 2017년 출범한 ‘북저널리즘’이 내건 구호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책만큼 깊이 있게 다룬다는 취지다. 실제로 10년간 경제·사회·정치·문화를 아우르는 주제로 170여종 종이책과 2500여종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난 4월 말 사업 종료를 선언했다. ‘재정난을 이기지 못했다’는 이유다.긴 호흡의 글에 시장성이 없다고 본 걸까. 이연대 북저널리즘 대표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했다. 양질의 콘텐츠 공급이 시장에 넘쳐나는 게 문제였다. 지적 쾌락을 주는 창구가 갈수록 많아지고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통찰력의 희소가치도 떨어졌다. 이런 시대에도 긴 글은 독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 실험을 지난 10년간 지속한 이 대표를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개인 사무실에서 만났다.광고“저희가 펴낸 콘텐츠에 자부심이 있죠. 독자들이 저희 콘텐츠를 참 좋아해 주셨고 주변에 추천도 많이 해 주셨거든요.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을 만큼 ‘충분히 양질이었나’ 하는 반성은 있어요. 우리가 만든 ‘양질’의 콘텐츠가 2020년대 초반까지 유효했던 것 아닌가 하고요. 독자 입장에선 넷플릭스에 유튜브 프리미엄, 밀리의 서재, 이코노미스트 등을 다 구독하시죠. (북저널리즘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만큼 흥미로웠다거나 스티븐 킹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거나 팟캐스트처럼 대가를 앉혀놓고 직접 이야기를 들려주었냐고 자문해 보면 부족한 부분이 있었겠다고 생각해요.”이 대표는 긴 글이 각광받는 영미권 시장을 보고 북저널리즘 창업을 구상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스페셜 리포트’나 가디언의 ‘롱 리드’를 읽으면 “책보다 훨씬 짧으면서도 책 한권 읽은 듯한 깨달음”이 있었다. ‘한국에도 이런 매체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만 나열하는 기사보다 풍부한 맥락 해설을 선호하는 독자가 있으리라고 봤다.광고광고실제로 3만명(누적)의 구독자들은 매달 1만3500원을 내고 북저널리즘 서비스를 받아봤다. 주로 25∼39살 연령대의 언론인, 마케터, 작가, 기획자, 스타트업 종사자 등이 많았다. 이들은 평균 3~4개 유료 매체를 구독할 만큼 지적 욕구가 컸다. 문제는 그런 독자를 충족하는 콘텐츠도 날이 갈수록 늘었다는 점이다.“처음 창업할 때만 해도 깊이 있는 글을 다루는 매체가 많지 않았거든요. 외국 석학의 사유를 알고 싶으면 독자가 뉴욕타임스를 직접 구독해야 했죠. 그런데 2020년대 초반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개인 채널을 열고 콘텐츠를 직접 발행하기 시작했어요.” 이 대표는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이 운영하는 ‘서브스텍’ 가격이 7달러”라며 “그런 (고품질 콘텐츠) 접근이 굉장히 손쉬워진 상황에서 저희 콘텐츠가 좀 더 넓은 대중 시장으로 나아가기에 부족함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광고사업 6년 차에 접어들자 구독자 성장세가 둔화했다. 2022년을 기점으로 벤처캐피탈 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10여명 직원을 데리고 회사를 굴리기가 쉽지 않았다. 인공지능의 출현도 시장 지형을 바꿨다. “에이아이를 써 보면서 그동안 주로 공들여왔던 사건 맥락 해설이나 남다른 관점이 담긴 콘텐츠가 굉장히 흔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비즈니스가) 맞지 않는 길목에 있다’고 생각했고요. 이젠 독자의 사유를 건너뛰게 하는 글보다 전개하게 만드는 글이 훨씬 더 값어치 있어질 것 같아요.”‘짧게 만들어야 읽힌다’는 속설이 무색하게 사람들은 10시간 분량의 시리즈물이나 3시간 분량의 유튜브 여행기도 기꺼이 본다. 핵심은 글의 길이가 아니라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긴 콘텐츠 자체를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긴 글이 그동안 제공하던 정보 저장·전달 기능을 다른 창구에 빼앗겼을 뿐이죠. 우리가 물어야 하는 질문도 ‘긴 글이 살아남을까’가 아니라 ‘영상도 팟캐스트도 에이아이도 안 되고 오직 글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뭘까’고요.”그는 이제 글의 존재 가치를 ‘지식 저장고’가 아닌 ‘사유의 단련장’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에이아이가 당장 만족스러운 결론을 줄지는 몰라도 그 결론에 이르는 사유는 건너뛰기 때문”이다. “좋은 글은 답을 바로 주지 않죠. 독자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사고를 전개하고 마침내 결론에 도달하게 만들어요. 앞으로는 그런 글이 더욱 희소해질 거라 보고요. 그런 사유를 전개하려면 최소 원고지 50매 분량 이상은 돼야죠. 그런 점에서 긴 글이 분명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과거에는 글의 저항을 최대한 없애 매끄럽게 읽히도록 하는 게 목표였다. 지금은 그 저항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도록 돕고 싶다. “글을 읽다가 난해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개인의 생각을 확장시키는 입구”가 되길 바란다. 이 대표는 ‘프레임이란 세상을 보는 관점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라는 책 문장(‘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을 인용하며 “그런 정신적 구조물을 세울 수 있는 글이 세상에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광고인공지능에 맡긴 사고력을 되찾으려는 사람들의 수요도 있을 거라고 이 대표는 내다봤다. 근육을 쓰지 않는 사무직의 탄생과 함께 현대 피트니스 산업이 발전했듯, “사고하는 능력도 안 써 버릇하면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는 글이 제 가치를 찾는 길목으로 다시 나가 설 예정이다. “양질의 지식 콘텐츠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전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비슷한 취지를 살려서 다른 방식의 일을 하지 않을까 합니다.”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넷플릭스·AI와 경쟁할 ‘긴 글’의 미래는?…“사유의 단련장 돼야”
‘재개발의 정치학’, ‘1인 가구와 기술’, ‘전쟁을 짊어진 사람들’…. 사회를 톺아보는 흥미로운 질문이 얇은 책 한권에 담겼다.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 2017년 출범한 ‘북저널리즘’이 내건 구호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책만큼 깊이 있게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