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청년밥상문간 이화여자대학교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상은씨의 서른 번째 생일잔치에 시민들이 식사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광고“제가 서른이었을 때 직장 다니면서 결혼해서 상은이가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상은이도 계획대로라면 지금쯤 결혼해서 예쁘고 안정되고 꿈에 부푼 서른 살을 맞이했을 것 같아요. 딸이 그곳에서라도 화사하고 예쁘게 빛나길 바랍니다.”4년 전 이태원 참사로 외동딸을 잃은 강선이(56)씨가 눈물을 삼키듯 천천히 숨을 고르며 말했다. 옆에선 남편 이성환(60)씨가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 두 사람의 외동딸이었던 이상은(당시 26살)씨는 지난 2022년10월 이태원참사로 목숨을 잃은 159명 중 한 명이다. 부부는 오는 29일 돌아오는 딸의 서른 번째 생일을 기념해 26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한 식당을 빌려 무료 식사 나눔 행사를 열었다.부부가 딸 상은씨의 생일을 기념해 손님들에게 식당을 빌려 무료로 음식을 대접하기 시작한 건 햇수로 올해가 벌써 네번째다. 허망하게 딸을 보낸 부부가 참사 이듬해 돌아온 딸의 생일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한 강씨 친구가 ‘또래 청년들에게 무료로 식사 나눔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한 게 계기였다. 강씨는 “처음엔 정말 저희를 위해서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며 “그간 많은 분이 와서 함께 울어주시고 상은이를 기억하고 생일을 축하해주셔서 우리 가족뿐 아니라 다른 유가족들도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했다.광고이날 열린 상은씨의 서른번째 생일 ‘잔치’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께까지 160여명의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메뉴는 흰 쌀밥에 김치찌개. 콩나물 무침과 방울토마토가 곁들임으로 나왔다. 상은씨 부모와 이모, 삼촌 등 가족들은 보라색 앞치마를 둘러맨 채 손님을 안내하고 식탁을 닦으며 분주히 움직였다. 식당 입구에 세워진 입간판에는 ‘상은아 생일 축하해 영원히 사랑해’라는 문구와 함께 상은씨 사진과 이날 식사 나눔 행사의 취지가 적혔다. 식당 벽면 곳곳에는 유가족과 연대하는 작가들이 그린 상은씨의 초상화가 곳곳에 걸렸다. 식당 한쪽에 자리한 노트북에서는 상은씨와 가족들이 찍은 사진들이 재생되고 있었다.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청년밥상문간 이화여자대학교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상은씨의 서른 번째 생일잔치에 고인에게 보내는 메모가 붙어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우연히 식당을 찾은 시민들은 포스트잇에 유가족에 대한 감사와 위로의 마음을 남겼다. 이화여대 재학생 한아무개(22)씨는 “평소 자주 오던 식당이라 오늘도 공부하다가 식사 나눔을 하는지 모르고 점심을 먹으러 왔다”며 “상은님이 사고 당시 26살이셨다고 하는데, 저랑도 나이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다. 꽃다운 나이에 참사를 당하신 게 안타깝고, 딸을 잃은 슬픈 마음을 나눔으로 베푸시는 유가족들을 보니 이태원 참사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온 인근 직장인 박아무개(52)씨는 “저도 아이가 있는 입장에서 남의 일 같지 않고, 정말 울컥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엄마, 아빠 꿈속에 한 번이라도 다녀가요’라고 적은 포스트잇을 입간판에 남겼다.광고광고에스엔에스(SNS)에서 나눔 행사 소식을 접하고 시간을 내어 찾아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딸과 함께 온 임그린(44)씨는 “처음 생일잔치 하실 때 갔었고, 올해 다시 두번째로 왔다”며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 유가족들에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직장 동료와 함께 식사하러 온 송모민(32)씨는 “아직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다른 것보다 유족분들 입장이 조사 과정에서 잘 반영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유가족들은 참사 후 4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이태원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조사 진행 상황과 관련 수사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강씨는 “이태원 참사는 행정참사”라며 “각자의 자리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해야 할 일을 했다면 이렇게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각자 어떤 일을 해야 했는데 하지 않았다는 부분들을 좀 명명백백하게 특조위가 밝혀줬으면 하고, 그 과정에서 유가족의 알 권리와 참여할 권리를 인정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