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등 서울 시내의 모습. 연합뉴스광고이용섭 | 전 건설교통부 장관·현 부영그룹 회장 이재명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와 잇따른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주택시장의 불안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필자는 참여정부 시절, 집값 안정의 특명을 받고 건설교통부 장관에 임명되었다. 당시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엄중했다. 2006년 한해에만 서울 아파트값은 24.1%, 강남 3구는 무려 31.6%나 폭등했다. 장관 취임 한달 만에 1·11 대책(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및 원가공개제 도입)과 1·31 대책(260만호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발표했다. 이미 발표한 투기 수요 억제 정책에 ‘장기임대주택 공급 확대’와 ‘분양시장 제도 개혁’이라는 구조적 처방이 결합하자 시장은 마침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7년 서울 집값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 수준인 3.6%로 안정을 되찾았다. 시장을 움직인 것은 단기적 규제가 아니라 안정적으로 살 집이 빨리, 충분히 공급될 것이라는 믿음을 준 주거 안정 비전이었다.광고역대 정부가 늘 서민 주거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음에도, 집값 폭등과 투기가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크게 두가지다. 첫째, 공급의 비탄력성과 ‘시간의 간극’이라는 구조적 한계다.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세계적인 ‘초밀집 경제권’ 현상이 수급 불균형을 만성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아파트는 기획부터 입주까지 5~10년이 소요된다. 수요가 몰릴 때 즉각 공급할 수 없는 이 시간의 간극이 투기 세력에게는 가장 비옥한 토양이 된다.둘째, 가격이 오를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수요의 왜곡 현상’이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가격 상승 시 수요가 줄어야 하지만, 우리 시장은 상승기에 가수요와 투기 수요가 결합해 오히려 폭증하는 기현상을 보인다. 이는 투기 억제와 경기 활성화를 오간 역대 정부의 반복된 ‘냉·온탕 정책’이 자초한 결과다. 경기 부양을 이유로 부동산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시장에는 ‘부동산은 결국 오른다’는 잘못된 신화가 뿌리내렸다.광고광고따라서 최근의 집값 상승은 단순한 다주택자 매도 유도나 투기 억제 대책만으로는 잡을 수 없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을 넘어 시장의 기대 심리 자체를 바꿀 장기 주거 안정 체계의 구축이다.주택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산·서민층과 미래세대가 살고 싶은 곳에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평생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주택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시장을 ‘소유 목적의 분양주택’과 ‘거주 목적의 임대주택’으로 균형 있게 재편해야 한다.광고분양주택 확대 일변도에서 벗어나, 순수 거주 목적의 ‘질 높은 장기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무주택 가구의 항구적 주거 안정을 위해, 30년 이상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는 ‘장기 공익임대주택’을 전체 주택의 20%까지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여기서 말하는 ‘공익임대주택’은 기존 공공임대주택과 다르다. 공급 주체가 국가든 민간이든 상관없이 △30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고 △적정 임대료와 안정적인 거주권이 보장되며 △분양주택 수준의 고품질을 갖춘 주택을 총칭한다. 대상 역시 저소득층을 넘어 중산층까지 확대하여 ‘임대주택=저소득층 주택’이라는 사회적 낙인효과를 지워야 한다. 이를 위해 임대주택의 공사비를 분양주택의 절반 수준으로 묶어둔 낡은 규제부터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 임대주택이 ‘복지’가 아니라 ‘보편적 주거’ 형태로 자리 잡고, 시장의 수요구조가 근본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전체 주택의 20%인 약 460만호의 공익임대주택을 확보하려면, 현재 공공임대주택(약 200만호) 리모델링 외에 신규로 260만호를 공급해야 한다. 핵심은 공급 방식의 다변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부문에만 의존해서는 막대한 재원과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 민간 기업과 시중 자본이 공익임대주택 시장에 자발적으로 뛰어들도록 공공부문과 동일한 지원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결국 집값은 ‘규제’로 잡는 것이 아니라 ‘구조’로 안정시키는 것이다. 공익임대주택 20%는 단순한 공급 목표가 아니라, 시장의 기대를 바꾸는 제도적 장치로서 주거 체계를 재설계하는 것이다. 안정적이고 질 좋은 임대 재고가 충분히 확보되면, 주택을 반드시 ‘사야 하는 자산’이 아니라 ‘선택 가능한 거주 수단’으로 인식하게 된다. 주거 패러다임 변화가 주거 문화를 ‘소유’에서 ‘거주’로 바꾸고 투기 수요를 근본적으로 줄일 것이다.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