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클립아트코리아 광고송선형(46)씨의 아들은 초등학교 3학년이던 2020년부터 약 8개월간 태권도장 탈의실 등에서 동급생들에게 집단 폭행과 괴롭힘을 당했다. 사과를 받는 선에서 학교폭력 피해 사건을 마무리하려 했으나,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가해 학생들과 같은 학교에 배정되지 않으려면 학교폭력 피해를 공식 인정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신고했다. 그러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주동자 1명만 가해자로 인정하고, 나머지 4명에게는 ‘조처 없음’ 처분을 내렸다. 송씨는 이에 불복해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 이어 교육지원청 쪽의 상소로 첫 신고 이후 2년6개월이 지나서야 ‘3명의 가해 사실이 인정된다’는 판결이 확정됐지만, 송씨와 그의 아들은 소송 과정에서 교육지원청 쪽이 보인 태도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교육지원청 쪽은 2심 재판부에 낸 항소이유서에서 “(송씨 아들이) 혼자 맞았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하고 수치스럽다고 생각해, 여럿이 자신을 때렸다고 과장하거나 거짓 진술을 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의 녹취록을 두고도 “무용담을 늘어놓는 것처럼 보인다” “아프다고 표현한 것은 명시적 거부 의사라기보다 함께 장난치고 놀았던 것처럼 들린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깎아내렸다. 준비서면에서는 “허위 진술 가능성이 농후하다” “감정에만 호소한다” 등 날 선 표현도 등장했다. 송씨는 “가해자 부모도 아니고, 교육지원청이 아들을 거짓말쟁이 취급하는 건 용납이 안 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피해 학생(원고)이 제기한 학교폭력 행정소송에서 소송 구조상 피고가 되는 교육지원청이 자신들의 기존 처분이 정당했음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가해 학생을 대변하는 변론을 펼치면서 피해 학생이 2차 가해에 노출된다는 우려가 나온다.광고 23일 한겨레 취재에 따르면, 피해 학생 쪽이 가해 사실을 인정해달라며 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 행정소송은 최근 5년간 206건에 이르는데, 변론 과정에서 언제든 송씨 아들과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는 셈이다. 교육지원청 근무 경력이 있는 박종민 변호사(법무법인 파트원)는 “가해 학생 편을 심하게 들어 화가 날 정도였던 적도 있다”고 전했다. 행정소송 지휘권을 가진 법무부가 승소 가능성에만 집중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는 경향도 피해 학생의 고통을 장기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지역교육지원청 소속 변호사는 “법무부는 교육 목적보다 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는지, 법리적으로 다툴 부분이 있는지 (우선) 검토한다”고 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법리와 기록을 보며 구체적 타당성에 따라 판단한다”고 했다.광고광고 피해 학생에게 2차 가해가 이뤄지지 않도록 소송 과정에서 교육지원청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폭력 전문 안진혁 변호사는 “피해 학생의 성격이나 인성 등 사건 외적으로 공격하는 걸 지양하고 증거나 법리에 의해서만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