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내셔널몰의 리플렉팅 풀은 녹색으로 뒤덮였던 지난주보다는 맑았다. 하지만 풀 가장자리와 모서리에는 연두색 덩어리가 군데군데 남아 있었고, 바닥에는 녹색과 갈색 얼룩이 길게 이어졌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광고2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내셔널몰의 리플렉팅 풀은 녹색으로 뒤덮였던 지난주보다는 한결 맑았다. 풀 가장자리에 서자 얕은 물 밑바닥의 물결무늬가 보일 정도였다. 회색빛이 도는 수면에는 구름과 주변 나무, 링컨기념관의 모습도 비쳤다. 이날도 수질 개선 작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물속에 설치된 호스 주변에서는 작은 기포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미 내무부와 국립공원관리청은 오존을 이용한 ‘나노버블’ 장비와 과산화수소를 동원해 녹조 제거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내무부 대변인은 과산화수소가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염소보다 순한 처리제”라며 생물과 환경에 해롭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녹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풀 가장자리와 모서리에는 연두색 덩어리가 군데군데 남아 있었고, 풀 바닥에는 녹색과 갈색 얼룩이 길게 이어졌다. 낙엽과 작은 부유물도 얕은 물 위를 떠다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했던 선명한 ‘성조기색 파랑’이라기보다는 푸른색과 회색, 갈색이 뒤섞인 모습이었다.광고 리플렉팅 풀 수질이 미국 전역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독립 250주년을 앞두고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지시하면서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전 대통령들이 이곳을 더럽고 황폐한 상태로 방치했다고 비난하며, 물을 깨끗하게 만들고 바닥을 ‘성조기색 파랑’으로 바꾸어 ‘진정한 리플렉팅 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공사가 시작됐고, 회색에 가까웠던 바닥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선택한 짙은 남색인 ‘올드 글로리 블루’가 입혀졌다. 바닥 코팅에 1470만달러, 수처리 시스템에 170만달러 등 모두 1600만달러(약 245억원)를 웃도는 비용이 투입됐다.22일(현지시각) 워싱턴 리플렉팅 풀 가장자리에 수질 개선용 나노버블 장비와 펌프류가 가동되고 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그러나 지난 5일 물을 다시 채우기 시작한 지 며칠 만에 녹조가 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했던 파란색 수면은 탁한 녹색으로 변했고, 바닥 코팅 일부도 들뜨거나 큰 조각째 떨어져 나왔다.광고광고 전문가들은 녹조 발생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버지니아주 조지메이슨대학교의 수생생태학 교수 로살리나 스탄체바 크리스토바는 지난 16일 풀에서 물 시료를 채취해 검사한 뒤 19일 미국 공영라디오 엔피알(NPR)에 “이맘때 이 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는 녹조류”라며 “강한 햇빛과 얕고 정체된 물 등 녹조 성장을 촉진하는 최적의 조건 때문에 과도하게 증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녹조 번식을 ‘반달리즘(고의 훼손 행위)’ 탓으로 돌렸다. 그는 이날 아침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누군가 코팅에 “300피트(약 91m) 길이의 상처”를 냈고, 물속에 화학물질도 불법으로 넣었다고 주장했다. 연방 기념물 훼손에는 최대 징역 10년형이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경비 강화도 지시했다.광고 실제로 이날 풀 주변에서는 주방위군 병력과 연방 공원경찰이 수시로 순찰을 돌고 있었다. 매사추세츠주에서 왔다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관광객은 한겨레에 “관광지인데 군 병력과 경찰이 너무 많아 어색하다”며 “평일 낮이라 사람도 많지 않은데 경비 인력이 더 눈에 띄어 기이하다”고 말했다. 주말 동안 최소 5명이 체포되고 다른 5명이 연방 법규 위반 통지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자 가운데는 올림픽 카누 미국 대표로 세 차례 출전한 데이비드 헌(67)도 포함됐다. 헌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이미 들떠 있던 코팅을 손으로 잠시 만졌을 뿐이라며 워싱턴포스트에 “나는 아무것도 훼손하지 않았다. 어떤 것도 망가뜨리거나 찢거나 벗겨내지 않았다”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수갑을 차고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상된 코팅을 수리하려면 풀의 물을 상당 부분 다시 빼야 할 수 있다며 즉시 보수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는 물이 그대로 차 있었고, 배수나 코팅 재시공 작업은 보이지 않았다. 새 보수공사의 구체적인 일정도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글·사진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