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고스팅 l 도미닉 페트먼 지음, 최리외 옮김, 동녘, 1만6800원 광고‘1980년대의 어느 날, 삼촌은 우리 가족으로부터 유령이 되었다.’ 오랫동안 뉴미디어와 관련된 문화이론을 연구해 온 지은이 도미닉 페트먼은 갑작스럽게 이름을 바꾸고 가족을 떠나 지금까지 연락을 끊은 자신의 삼촌을 회상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과거에는 이렇게 물리적으로 사라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버튼 한번 누르는 행위만으로도 아주 간단히 상대방의 삶에서 사라져 버릴 수 있다. ‘고스팅(Ghosting)’은 에스엔에스(SNS)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에서 갑작스럽게 연락을 끊고 사라지는 관계 단절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지은이는 책에서 남겨진 이에게 애도와 유사한 슬픔과 혼란을 남기는 ‘고스팅’이란 행위를 다양한 철학, 문학, 사회이론을 통해 분석한다. 지은이는 이를 “상징적 자살”로 규정하며, 상대를 더는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죽음과 비슷한 감정 구조를 만든다고 본다. 광고 책은 연인, 가족, 친구 관계뿐 아니라 사회 구조 속 고립 문제까지 고스팅의 범주를 확장한다. 신자유주의와 개인화로 인해 관계망이 축소되면서, 단절은 더욱 치명적인 고립을 낳는다. 프리랜서·비정규직 노동자 등이 겪는 고립이나 사라지는 대인 고객서비스와 자동화된 응답 등은 개인이 사회로부터 ‘고스팅당하는’ 현상으로 해석된다. 디지털 플랫폼은 연결을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고립을 심화시키며, 우리는 점점 ‘유령화된 시민’이 된다. 지은이는 단절과 회피가 만연한 사회에서 다시 타인과 사랑을 이어가고, 대화하고, 관계 맺는 방식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