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셋톱박스 제조사인 마르시스에서 케이티(KT)의 셋톱박스를 생산하는 모습. 케이티 제공광고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중소 협력사의 자금 부담이 커지자, 케이티(KT)가 협력사에 메모리 구매 자금을 선지급하며 공급망 안정에 나섰다.케이티는 지난 4월 자사에 셋톱박스를 공급하는 협력사 2곳에 총 145억원 규모의 메모리 구매 비용을 선지급했다고 16일 밝혔다. 메모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협력사들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해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마련하고 자금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조처다. 통신 3사 가운데 협력사에 메모리 비용을 선지급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케이티는 설명했다.메모리값 폭등은 자금 동원 여력이 빠듯한 중소업체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케이티로부터 메모리값을 선지급 받은 협력사 마르시스의 권봉규 마르시스 영업·마케팅본부장은 “지난해 초 셋톱박스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비용이 1만5천원이었는데 지금은 7배인 10만원 수준”이라며 “납품가의 10% 정도였던 메모리 원가 비중도 현재는 70% 수준까지 치솟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월 10억원 수준이던 메모리 운영자금은 올해 7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고, 4~5개월치 재고를 확보하려면 2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필요하다. 자금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 제조사들은 필요한 물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생산과 납품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상황이다.광고높아진 비용에 수급난까지 겹쳤다. 셋톱박스에는 주로 저전력 D램(LPDDR4) 등이 쓰이는데, 이는 저가형 스마트폰과 태블릿, 티브이(TV)에 들어가는 메모리와 규격이 비슷하다. 업계에선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인공지능(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차세대 메모리 생산에 집중해 LPDDR4 등 기존 메모리 공급을 줄였으나 수요는 유지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수급 경쟁도 심화됐다고 본다. 권 본부장은 “현재 메모리 100개를 주문해도 실제 출고되는 물량은 50~60개에 그친다”며 “내일보다 오늘 사는 게 더 싸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한 자금을 마련해 재고를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케이티는 이번 선지급과 별도로 통신 3사 가운데 처음으로 2023년부터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납품대금에 반영하는 납품대금 연동제를 운영 중이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해 메모리 구매 비용 추가 선지급 방안도 검토 중이다. 권혜진 케이티 공급망관리(SCM)실장은 “최근 공급망 위기는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과제”라며 “협력사의 실질적인 경쟁력 강화와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원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