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전북도립미술관 전시장에 나온 전수천 작가의 2008년 작 ‘측정할 수 없는 가치’. 바코드 표식과 브론즈 재질의 반가사유상으로 구성한 설치 조형물이다. 노형석 기자광고올해로 8주기를 맞는 작고 미술가 전수천(1947~2018)은 세계 미술계의 올림픽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저력을 보여줬던 왕년의 스타 아티스트로 기억된다. 1995년 46회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한국 국가관 개관 전시에 산업화시대의 폐기물과 어우러진 신라 토우 설치 작품을 출품해 국내 작가로는 처음 특별상을 받으면서 당대 한국 미술판의 대표 작가로 우뚝 섰다.2005년에는 미국 대륙횡단 열차인 암트랙 15량을 빌려 일주일여 동안 흰 천을 씌우고 미국 본토를 동서횡단하며 진행한 ‘암트랙 프로젝트’를 실행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도 문명비판적인 성찰을 심화시키면서 회화와 조각,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표현 영역을 넓혀나갔고, 말년에는 대안적인 시각예술학교를 운영하는 데 힘을 쏟았다.전북도립미술관이 전북 정읍 출신인 고인을 기려 그의 작품 세계를 처음 집약해 보여주는 회고전 ‘전수천: 언젠가 거인은 온다’를 열고 있다. 전북 미술사 연구 시리즈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시작해 오는 21일 마무리되는 이번 전시는 생전 30여년간 재료와 매체를 확장하며 동시대적 질문을 지속했던 작가의 작업 내력을 시기별 주요 작품들을 통해 살펴본다.광고전시는 자연, 문명, 사회(자본), 인간 등 네가지 주제로 이뤄졌다. 1995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출품작인 ‘방황하는 행성들 속의 토우―그 한국인의 정신’을 비롯해 미국 대륙을 캔버스로 삼은 ‘움직이는 드로잉’(2005)의 작가 동영상과 작업 아카이브, 청동 반가사유상 앞의 바코드 설치물 등을 통해 자본주의 소비 사회의 속성과 인간 존재의 문제를 다룬 ‘바코드’ 연작, 인간 내면을 탐구한 말년의 목탄 드로잉 ‘공간’ 연작과 1980년대 인간 군상을 창백한 푸른빛으로 표현한 반추상 회화 등 주요 작업들이 망라되어 나왔다.전시 제목 ‘언젠가 거인은 온다’는 전수천이 1987년 미국에서 개인전을 열 당시 내보였던 회화 작품의 제목에서 차용한 것이다. 미술관 쪽은 “질문에 가까운 작가의 예술적 태도와 시간·존재에 대한 사유를 담은 전시”라며 “전시 제목의 ‘거인’은 외부의 구원자가 아니라 자본과 문명의 시스템 속에서 실존적 자각을 이룬 미래의 인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광고광고전수천은 일본 무사시노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수학했으며, 1997~201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로 재직했다. 미술관 바깥의 거대한 자연을 화폭으로 삼는 대형 프로젝트와 인간 문명의 상징물, 폐기물 등을 활용한 설치미술 작업들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뚜렷하게 자취를 아로새긴 그는 2018년 지병으로 타계했다.전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