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6·3 지방선거 투표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매표소 부스에 재선거를 요구하는 문구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광고 임재성 | 변호사·사회학자 2026년 대한민국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서 투표를 하지 못하고, 개표방송이 나오는데도 투표가 이어지는 위헌적이고, 참담한 상황이 발생했다. 진실규명과 선거관리위원회 제도 개혁 등 논의가 많지만, 선거 자체에 집중해보자. 재선거·재투표는 ‘가능한 선택’일까?광고 먼저, 공직선거법(이하 ‘법’)상 재선거와 재투표는 전혀 다르다. 재선거(법 제195조)는 후보등록·선거운동 포함 절차 전체를 새롭게 하는 것이고, 재투표(법 제198조)는 기존 선거는 그대로 두고 문제가 된 특정 선거구 투표만 다시 해 기존 결과에 합산하는 것이다. 재선거부터 보자. 재선거 쟁점은 두가지다. 누가 결정하는가?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가? 먼저 주체. 오직 선관위와 법원만이 할 수 있다. 법은 선출권력인 대통령과 국회는 영향을 미칠 수 없도록 해놓았다. 현재 가능한 재선거 방식은 ①정당 또는 후보자가 제기한 ‘선거소청’을 선관위가 60일 이내 판단해 재선거 여부를 결정하는 것, ②선관위가 위 선거소청을 기각하고 이해관계자가 불복하면, 법원이 다시 재선거(선거무효)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법원 판단을 받으려면 선관위 판단을 먼저 거쳐야 한다. 개혁신당 등이 선거소청 의사를 밝힌 상황이기에 곧 선관위가 판단할 것이고, 이후 법원의 판단도 6개월 내 이루어질 것이다.광고광고 다음으로 기준. 법 224조 일부를 옮겨보겠다. “선거에 관한 규정에 위반된 사실이 있는 때라도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하는 때에 한하여 선거의 전부나 일부의 무효 또는 당선의 무효를 결정하거나 판결한다.” 법은 무효 판단 문턱을 매우 높여놓았다. ①규정 위반이 있을 것, ②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것. 대법원은 후자를 “위반이 없었더라면 후보자의 당락에 관하여 실제와 다른 결과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고 인정되는 때”로 해석한다. 1·2위가 뒤바뀌어 당선자가 달라졌을 ‘가능성’이 인정되어야만 재선거가 가능하다. 6만표 차가 벌어진 서울시장 선거를 기준으로 할 때, 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지연된 서울지역 투표소에서 부족했던 용지 수는 현재까지 4천장이 채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추후 진상조사로 10배가 더 드러난다고 하더라도 표 차에 미치지 못하고, 문제 투표구가 위치한 송파구는 오세훈 후보 강세 지역이다. 기존 선거무효 사례들은 모두 당락을 뒤집을 만큼 표 차가 극히 근소한 경우였다. 선관위나 법원이 재선거 결정을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광고 재투표도 같은 기준에서 막힌다. 법 제198조 제1항은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어느 투표구의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때’에 해당 투표구에 한해 선관위 결정으로 재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부득이한 사유’는 ‘유권자에게 귀책이 없는 사유’로 볼 수 있다.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때’에 대해 대법원은 “전체 투표권자가 투표하지 못한 경우뿐 아니라 일부 투표권자가 투표하지 못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해석한다. 즉, 이번처럼 투표용지가 없어 일부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한 경우도 ‘투표를 실시하지 못한 때’로 볼 여지는 충분하다. 그러나 법 제198조 제2항은 ‘당해 선거구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재투표를 하지 않고 당선자를 결정하도록 한다. 서울시장 기준으로는 여기서 다시 막히는 거다. 필자도 처음에는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투표구에 한해 재투표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공직선거법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투표는 선관위만 결정할 수 있는데, 무능하고 무책임한 선관위라 해도 명문 규정을 어기고 재투표를 결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특별법으로 6·3 지방선거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하자’고 주장한다. 위헌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조항인데, 헌법 제13조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소급입법에 의하여 참정권의 제한을 받거나 재산권을 박탈당하지 아니한다”고 정한다. 참정권에는 피선거권, 곧 선거로 뽑힐 권리도 포함된다. 위 특별법은 이번 선거로 당선된 이들의 참정권을 소급입법으로 침해한다. 소급입법 허용의 극히 예외적인 사정으로 인정되는 ‘당사자 귀책사유’ 등도 없다. 재선거·재투표가 헌법과 법률상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우리는 진실규명과 선관위의 전면 개혁, 무엇보다 무너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를 논해야 한다. 정치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놓치면 정치의 정당성 자체가 무너질 것이다.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