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3개월여 전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터진 이후, 가자전쟁은 잊힌 전쟁이 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자지구는 이란전쟁의 영향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된 곳이다.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설립한 평화위원회의 공식 계좌에는 개설 후 4개월간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 등 재건은 착수도 하지 못했고, 주민들의 고통도 기약 없이 길어지고 있다. 한겨레는 사단법인 아디(ADI)와 팔레스타인여성위원회연합(UPWC)의 도움을 받아 전쟁으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인터뷰를 편지 형식으로 차례로 싣는다. 세월호, 제주 4·3, 제주 해녀항일운동 등을 작품으로 그려온 김홍모 작가가 아흘람 카림의 사진을 보고 초상화를 그렸다. 그림 김홍모 광고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이란이 전쟁 중이던 지난 3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하늘에 미사일이 보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집 옥상으로 올라간 저는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는 미사일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섬광이 보이고 폭발음이 들렸지만, 제가 있는 곳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 요격을 당한 것인지 미사일이 목표를 타격해서 난 소리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쏜 미사일을 보고 저는 공포와 불안으로 매우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저를 포함한 일부 주민들은 이번 일이 가자지구에서 더 큰 확전으로 이어질까 봐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다른 주민들은 “이란의 미사일이 오랫동안 팔레스타인인들이 겪어온 두려움을 이스라엘 사람들도 일부나마 느끼게 만들 것”이라고 통쾌해 했습니다. 오랜 전쟁 중 가자 주민들이 겪어온 모든 일을 생각하면 그런 감정을 이해할 수는 없는 건 아니지만, 저는 어떤 무고한 민간인에게도 전쟁과 죽음이 닥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저는 이미 너무 많은 것을 잃었고,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을 뿐입니다. 저는 아흘람 카림(60)입니다. 가자 남부 라파흐에서 타일 공장을 운영하는 남편과 살며 두 아들과 세 딸을 키워냈습니다. 2023년 시작된 가자전쟁은 우리 가족의 집과 남편의 공장, 그리고 제 맏아들 마흐무드(33)를 빼앗아갔습니다. 마흐무드는 이스라엘군이 철수했다는 소식에 친구와 함께 라파흐에 있는 집 상태를 확인하러 갔다가 이스라엘군의 쿼드콥터(드론)의 공격으로 2024년 7월24일 사망했습니다. 적신월사 구조대는 “너무 위험해 현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고 해, 아들의 주검은 5일 동안 죽은 자리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결혼도 하지 못한 사랑하는 가족을 묻어주고 마지막으로 배웅할 권리조차 빼앗긴 그 5일은 우리 가족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광고 지난해 10월 가자에서 휴전이 시작되며 그래도 전쟁 때보단 상황이 나아지리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약 5개월 뒤인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이란전쟁이 터지자 그 영향이 곧바로 가자를 덮쳤습니다. 연료 가격 상승으로 가자에 물자 반입 비용과 어려움이 더 커졌습니다. 밀가루, 식용유, 설탕, 채소 같은 기초 생필품이 부족해지고, 공급량도 불규칙해졌습니다. 물가가 비정상적으로 폭등해 평균적인 주민들의 구매력을 훌쩍 넘어버렸습니다. 많은 가정이 기본적인 필요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제한적인 구호물자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연료 부족은 많은 문제를 낳았습니다. 병원은 발전기와 여기에 연결된 의료장비를 안정적으로 가동하지 못합니다. 구급차와 대중교통, 상하수도, 공공시설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많은 주민은 고통받고, 살 수 있던 사람도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광고광고 전쟁의 또 다른 영향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가자로부터 멀어지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가자 문제의 해결을 원하기보다 오히려 해결을 방해하고 갈등을 장기화하는 쪽으로 끌고 가려 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평화계획마저 지연시키면서, “저항세력의 무장 해제”를 명분으로 봉쇄와 공격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스라엘은 휴전 1단계에서 약속한 ‘공격 중단’, ‘라파흐 국경 재개방’, ‘전면적인 구호 전달 이행’은 지키고 있지 않습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황색 선’ 주변에서 주민들을 죽이는 상황은 심각합니다. 가자지구 60%에 주둔 중인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10월 휴전이 발표되자 황색 표지석으로 휴전선을 그었습니다. 주민들이 황색 선에 접근하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황색 선 너머에 집이 있는 주민들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거나 물건을 찾으러 갔다가 공격을 받아 죽기도 합니다. 황색 선 인근에 살던 주민들도 공격 대상이 됐습니다. 가족이나 친척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식량이나 물 같은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접근하다 변을 당한 사람도 있습니다.광고 황색 선의 위치가 바뀌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스라엘군은 비밀리에 끊임없이 황색 선의 경계석을 옮겨 자신들의 주둔 지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주민은 지날 땐 황색 선 밖이었던 길이 돌아올 때는 황색 선 안에 들어가 있는 황당한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반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다른 저항세력들은 휴전 초기 단계에서 보고된 일부 사건들을 제외하면 휴전을 지키며 이스라엘군을 상대로 군사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자 주민들 사이에서 이란에 대한 인식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싸우는 저항세력을 지원하는 이란의 역할을 높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사람들은 이란이 다른 지역 문제에 개입해 갈등을 키운다고 비판적으로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는 일입니다. 이 집단학살 전쟁 이후로 가자 주민들에게 그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습니다. 가자 사람들은 동정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세계의 다른 사람들처럼 존엄과 안전 속에서 살기를 원할 뿐입니다. 한국 국민이 인간성과 정의의 편에 서고, 가자 민간인들이 겪는 현실을 세상에 알려주길 바랍니다. 자유로운 시민의 목소리는 불의에 맞서고 인권을 지키는 데 큰 힘이 됩니다.아흘람 카림. 아흘람 카림 제공 광고아흘람 카림. 아흘람 카림 제공 아흘람 카림. 아흘람 카림 제공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가자에서 이스라엘로 떨어지는 이란 미사일을 보며
3개월여 전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터진 이후, 가자전쟁은 잊힌 전쟁이 됐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가자지구는 이란전쟁의 영향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된 곳이다. 가자지구 재건을 위해 설립한 평화위원회의 공식 계좌에는 개설 후 4개월간 한 푼도 들어오지 않는 등 재건은 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