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서울시청 로비에서 꽃다발을 받은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광고서울시장 선거는 끝났지만, 그 결과가 남긴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이번 선거를 단순히 한 후보의 승리와 다른 후보의 패배로만 읽으려 한다면 이는 일차원적 독해다. 지방 선거 결과로부터 정치권이 읽어내야 할 신호는 무엇일까? 집권 여당인 민주당 입장에서 그 신호를 해석해보자. 여당은 경기와 인천에서는 여전히 강했고, 한국의 ‘스윙보터 지역’인 충청 지역 광역 단체장을 싹쓸이했으며, 더 나아가 쉽지 않아 보이던 부산·울산도 승리했다. 심지어 인구와 산업구조상 보수의 색채가 짙어질 때로 짙어진 대구·경남에서도 비록 석패했지만 과거보다 더 많은 표를 얻었다. 그렇다면 웃어야 할까? 그러나 이 모든 결과의 소감을 바꾸어버리는 결정적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서울 시장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점이다. 이번 서울 시장 선거는 탄핵 이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의 흥분과 열기에 잠시 가려졌던 민주당의 두 가지 약점을 다시 끄집어냈다. 하나는 20·30대 남성을 축으로 한 세대 균열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 아파트를 둘러싼 부동산 정치의 부활이다. ■ 20·30대 남성층이 주도하는 세대 균열 광고 먼저 20·30대 남성 문제를 보자. 이들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 우호적이라는 사실 자체는 이들의 이전 투표 성향에 비추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 이미 2022년 대선에서 20대 남성은 자신의 정치적 선호를 분명히 했고 선거 결과를 좌우한 집단으로 인정받았다. 이번 결과가 한층 분명히 보여준 것은,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후보에게 열광하고 끝내 윤석열을 지지했던 20대 남성들의 흐름이 특정 코호트에 내재된 일회성 현상이 아니라, 젊은 남성 전반의 세대적 특성이라는 사실이다. 이러한 특성은 2025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가시화되었는데, 이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개혁신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대선 당시 이준석 후보처럼 20대의 표를 분산시킬 만한 후보가 아니었다는 데 있다. 사실 지난해 대선, 서울에서 이재명 후보는 지지율 1위를 차지했지만 그의 득표율은, 김문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 합보다 낮았다. 보수와 진보가 총 결집하여 ‘진검승부’를 펼친 22년 대선에서도 서울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뒤처졌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의 이번 득표율은 두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보다 높았다. 그가 패배한 것은 그의 득표율이 개혁신당 후보와 오세훈 후보의 득표율의 합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의당을 포함한 ‘범진보’로 계산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최근 4차례 선거 가운데 3번의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최대 45~48%대에 갇혔고, 보수와 제3지대의 표가 합쳐지는 순간 번번이 과반의 벽에 막혔다는 공통점이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보수-진보 구도가 팽팽히 유지되고 서울의 연령구조가 현재의 패턴을 유지하는 한, 민주당의 서울시장 수복은 쉽지 않다. (역으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보수 단일 후보가 유지되는 한 서울에서의 선거는 유리해 보인다.) 오히려 서울에 대학과 대기업 일자리가 모여 있어 전체 유권자 중 20대 비중은 계속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서울에서 민주당이 갖는 열위는 오히려 구조적인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해보인다. 광고광고 연령구조가 정치적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장기적이기에 방향이 한번 정해지면 여간해서 바뀌지 않는다. 이것이 정치학자 론 잉글하트(Ron Inglehart)가 말한 ‘조용한 혁명’ 개념의 핵심이다. 그의 논지는 사람들은 유년기와 청소년기, 사회 초년기에 기본 가치관과 규범을 확립하고, 일단 굳어진 가치관은 이후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가치관 변화는 기존 세대가 새로운 가치관에 설득된 결과가 아니라, 나이 든 세대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젊은 세대가 채운 점진적 변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는 것이지, 뒷물과 앞물이 섞이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말년의 잉글하트와 공동 연구를 진행한 피파 노리스(Pippa Norris)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바로 이 단순하지만 흔히 간과되는 사실 - 정치적 견해를 비롯한 가치관 변화는 ‘설득’이 아닌 ‘세대교체’를 통해 이루어지며 한번 자리 잡은 세대효과는 길게 간다 - 을 강조하며 이 과정을 뱀이 삼킨 쥐가 몸통을 천천히 통과하는 모습(rat in a python)에 비유한 바 있다. 또한 이러한 이론적 프레임은 정당이 20대 남성·여성 유권자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함의를 던진다. 세대 간 이견은 그 기원이 경제적 격차일지라도, 그 지속은 ‘타 집단에 비해 우리 집단이 체제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집단적 정체성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질적 보상만으로는 체제에 대한 불신과 ‘공정성의 훼손과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심리적 상흔을 치유하는데 한계가 분명하다. 이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해법은 분명하지 않다. ■ 서울 전역의 ‘정치적 강남화’ 가능성 광고 두 번째 균열은 부동산이다. 정원오 후보는 서울의 다수 자치구에서 신승했다. 그러나 오세훈 후보는 강남 3구와 용산 등의 한강벨트에서 압승했고 그것이 선거 결과를 갈랐다. 이들 지역의 결집은 ‘아파트 정치’의 압축판이다. 재건축·재개발 기대, 보유세 부담, 대출 규제에 대한 불만, 집값 상승의 경험이 모아 한 방향으로 매우 강력하게 표출된 모양새다.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과 투표성향에 대한 관계는 여러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다. 행정동 단위로 서울의 평균 주택공시가격과 민주당-국민의힘 득표율 격차 간의 관계를 살핀 런던정경대(LSE) 소속 신수현의 분석에 따르면, 평균 주택공시가격이 더 비싼 행정동일수록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득표율 차이가 민주당에게 불리한 쪽으로 더 벌어졌다. 구체적으로, 행정동의 평균 공시가격이 1억원 높아질 때마다 민주당의 득표율은 국민의힘보다 약 3%포인트씩 더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주목할 점은 이런 경향이 강남 3구 같은 지역뿐 아니라 공시가격 9억원 이하 지역에서도 매우 일관되게 나타난다는 사실이다(다만 가격이 표차를 설명하는 설명력은 떨어진다.) 이는 앞으로 서울 아파트 ‘1강 현상’이 가속화될수록, 서울 전역이 ‘정치적 강남’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세제개편 과정에서 논의될 종합부동산세 개혁안의 난제가 튀어나온다. 흔히 일반인들은 종부세의 자장 안에 있는 계층을 60대 이상 고령자로 한정해 인식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5억2천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지금 15억7천만원에 이르고, 그 결과 종부세 과세대상의 절반가량은 이미 40·50대로 범위를 넓혔다. 거침없는 집값 상승은 아직 종부세 대상이 아닌 40·50대 중산층, 장기 1주택 보유자, 맞벌이 고소득 가구도 그 자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인식하게 만든다. ■ 종부세 딜레마와 서울시장 선거의 의미 광고 종부세는 다음의 두가지 측면에서 정책 수단으로서 한계가 있는 제도다. 집값은 세금보다 ‘은행 이자’나 ‘대출 한도’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데 종부세는 집값이 오르내리는 속도를 실시간으로 따라가지 못하기에, 주택시장 안정화 수단으로서 한계가 뚜렷하다. 실제로 종부세가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실증적 근거는 제한적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부유세로서의 의의인데 이마저도 자산 가치가 아닌 ‘주택 수’에 따라 과세 기준을 달리하는 현재의 과세 방식으로 인해 수평적 형평성을 달성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처럼 정책 효과는 입증되지 않은 채 부담 계층은 확대되고 있으며, 그렇다고 현상유지를 하자니 시장의 기대와 핵심 지지층의 요구와 충돌한다. 종부세 해법이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이 이 난제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가 주목되는 이유이다. 정치가 구조만으로 결정되진 않는다. 후보의 매력, 선거 구도, 정권 심판론, 돌발 변수는 언제든 결과를 흔든다. 그러나 여야의 판세가 초접전이기에 구조적 쏠림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서울은 이미 다음 선거의 문제지를 펼쳐 보였다. 이 난제를 각 정치 세력이 어떻게 대응하고 돌파하느냐가 내후년의 총선 그리고 다음 대선의 향배를 결정지을 것이다. 인구과 자산의 변동성, 일자리와 주거 불안이 응축되어 그 균열이 가장 먼저 투표로 터지는 도시. 이러한 면에서 서울은 단순히 한국 정치의 사후적 반영체가 아니다. 오히려 그 미래가 가장 먼저 도착하는 곳이다. 그래서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앞으로의 한국 정치를 보여주는 ‘먼저 온 미래’다. 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