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 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광고원-달러 환율의 급등세가 5일에도 이어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여파와 외국인 주식 매도세에 더해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약정 또한 외환시장 불안의 주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9.4원 오른 1539.1원에 주간거래(오후 3시30분)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7원 낮은 1529.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가 곧바로 상승세로 돌아서 거래 초반1540원을 넘어섰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10일(장중 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 외환 당국의 긴장감을 한껏 높였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 또 다시 “(고환율 흐름에 대해)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대응하고 있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주간거래 뒤 이어지는 야간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이미 1540원선을 넘었다. 글로벌 금융플랫폼 인베스팅닷컴에서는 이날 오전 한때 1549.2원까지 올라 1550원선을 위협하기도 했다. 인베스팅닷컴 외환 시세는 국내외 외환시장에서 체결되는 실시간 거래 데이터를 종합 반영하고 있다.광고금융위기 당시를 떠올리게 할 정도의 외환시장 불안 양상을 설명하는 두 축으로는 중동 사태와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꼽힌다. 미-이란 간 종전 협상이 지리하게 이어지고 국제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함에 따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취약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다른 주요국 통화에 견줘 원화의 절하 폭이 큰 이유로 꼽힌다.외국인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는 것 또한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도 순매도하며 20거래일째 ‘팔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5월 중순 이후 일평균 순매도 규모가 3조원에 이른다.광고광고5월 중 원화는 미 달러 대비 1.8% 절하되며 주요 통화 대비 약세 폭이 가장 큰 편에 들었다. 6월 들어서도 4일까지 1.4% 추가 절하됐다. 미국-이란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절하 폭이 5.8% 수준이다.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의 방향성이 추세적으로 바뀌려면 호르무즈해협 정상화와 외국인 국내 주식자금 유입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미국-이란의 종전 합의로 호르무즈해협의 통항이 늘어나면서 유가가 한 단계 낮아져야 원-달러 환율도 안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이란 전쟁 직전인 2월27일 원-달러 환율은 1439.7원이었다.광고정용택 아이비케이(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의 주된 이유로 “중동 리스크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를 들었다.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 좁혀진 한-미 국고채 금리 차에도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과도한 쏠림에 대한 통화 당국의 경고가 무색하게 오히려 상방향으로 치닫는 것을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정 연구원은 여기에 더해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약정을 또 다른 배경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미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따른) 대미 투자가 아직 본격 집행되기 전이지만, 해당 기업이나 외환시장 참여자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수출이 크게 늘었다 하더라도 달러화를 원화로 바꿀 유인이 작아진다. 투자가 시작되면 대규모 달러 수요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고 트럼프 정부와 대규모 투자에 합의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의 통화가 지난해 이후 큰 폭으로 절하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고 정 연구원은 덧붙인다.일본이나 대만의 처지가 한국과 비슷하다. 수출 호황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급증했고, 성장률 전망치가 상향조정되고 있으며 미국과의 금리 차가 지난해 이후 크게 줄었음에도 통화가치는 크게 떨어지고 있다. 이 또한 대미 투자 약정과 얽혀 해석될 대목이다. 또 다른 아시아 주요 공업국인 중국의 위안화 환율은 한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한국은행 분석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5월(22일 기준)까지 미 달러화 지수(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가 0.9% 오르는 동안 원화 가치는 5.2% 떨어졌다. 일본(-1.6%), 대만(-0.4%) 통화 가치도 절하됐다. 중국 위안화 가치는 같은 기간 2.8% 절상됐다.광고정 연구원의 분석대로라면 중동사태나 외국인 순매도 요인이 해소되더라도 외환시장의 불안 요인은 남아있게 되는 셈이다. 그는 “원화 환율이 1500원대에 안착할 수 있다”면서도 “1500원대 환율 수준 자체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나 불안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보유액, 경상수지 같은 주요 지표상 과거 외환위기 때와는 다른 상황이고, 국가 신용도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다. 일본이나 중국, 유럽연합 등 경쟁 상대 국가들의 실질실효환율(물가와 교역비중 고려한 실질적 가치 반영) 또한 장기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아울러 고려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