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탈바꿈’ 시연 모습. 국립무용단 제공 광고한동안 지속하는 초인종 소리, 무언가 끊어내는 듯한 금속성 전자 음향. 붉은 탈을 쓴 9명의 무용수가 “어~ 어~ 어~” 옅은 소리를 뿜어내며 머리를 조아리고 흔들고, 무언가 뚫어지게 바라본다. 탈 뒤에 숨겨진 검고 깊은 눈길, 직접 볼 수 없어 더 매섭게 느껴진다. 곧 흥겨운 북소리를 따라 파동이 전해지듯 춤꾼들이 뭉치고 흩어진다. 마치 북청사자 무리 같다. 이어 록 사운드가 퍼지고, 형광으로 빛나는 각시탈을 쓴 춤꾼의 독무가 펼쳐진다. 전통 탈춤과 다르다. 브레이크댄스에 더 가깝다. 색다른 탈도 잇따라 등장한다. 엘이디(LED) 탈이다. 무용수가 스치듯 탈을 만질 때마다 얼굴이 바뀌고 춤사위도 달라진다. 각시탈을 구현한 듯 싶더니 순식간에 영화 ‘조커’의 주인공 얼굴 같은 모습으로 뒤바뀐다. 집단 원형무, 걸그룹의 칼군무처럼 무대도 시시각각 변화한다. 지난달 21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분장동에서 펼쳐진 시연 현장은 전통 탈춤과는 확연히 거리가 있었다.‘탈바꿈’ 시연 모습. 국립무용단 제공 진화한 탈춤이 찾아온다. 국립무용단이 오는 19~21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 ‘탈바꿈’이다. 탈바꿈은 다층적 의미로 사용한다. 탈을 바꾼다는 뜻도 있지만, 곤충이 껍질을 벗고 성장하며 형태를 달리하듯 전통 탈춤 특유의 호흡과 몸짓, 리듬을 비틀고 현대적 신체 언어로 변주해 새로운 탈춤의 가능성을 모색한다는 의미도 담겼다. 안무를 맡은 국립극단 무용수 이재화는 “탈춤은 슬프고 힘든 춤이다. 계속 뛰고 앉고 서야 한다. 버텨야 출 수 있다”며 “전통 춤을 하면서 ‘한국적’이라는 단어가 저희에게 강요됐고, 그게 무엇인지, 한국 무용은 어떻게 탈바꿈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버텨야 한다’고 억압받고 인내를 강요당하는 저희 세대에겐 오히려 이런 강요가 더 한국적으로 느껴졌다. 버텨야 가능한 탈춤, 버티는 몸에서 시작해 한국 무용의 희망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탈바꿈’ 시연 모습. 국립무용단 제공 작품은 지난 2024년 안무가 프로젝트 우수작으로 선정됐고, 2025년 국제현대무용제 폐막작으로 선보인 30분짜리 ‘탈바꿈’을 60분으로 확장한 버전이다. 인적 구성과 스케일도 바뀌었다. 과거와 달리 전원 국립무용단원으로 캐스팅했다. 탈과 무대 장치도 바뀐다. 과거 공연에선 14개의 전통 탈, 창작 탈을 선보였는데, 이번엔 가벼운 터치나 콘솔 조작을 통해 시시때때로 모습을 바꾸는 엘이디 탈을 도입해 한계가 사라졌다. 이재화는 “안동문화회관에는 100여개의 탈이 걸려 있다. 이거다 싶었다. 탈로 계급이 나뉘고, 탈이 바뀌면 무용수의 에너지가 바뀌고, 그에 따라 움직임과 질감도 달라진다”며 “탈에 따라 신분, 에너지, 행동을 자유롭게 바꾸는 장치로 엘이디 탈을 도입해 춤의 동작적 요소뿐 아니라 탈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앞부분에선 그로테스크하고 동물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뒤쪽에선 웨이브 동작 등이 들어간다. 불편함에서 오는 아름다움이 좀 더 매끄러운 아름다움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광고‘탈바꿈’ 공연 모습. 국립무용단 제공 무대는 탈춤의 원시적 기원을 모티브 삼아 거대한 탈 형상과 마당 공간을 구현했다. 특히 무대 중심의 회전 구조물을 무용수들이 밀고 돌리며 에너지를 분출한다. 이재화는 “무대 중심에 놓인 큰 수레가 회전체로 파노라마처럼 돌아가는데, 무용수들이 ‘설국열차’ ‘기생충’ 등 영화에서 보이는 현실의 계급을 얘기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탈 뒤에 숨어 양반 사회의 위선을 풍자하던 탈춤이 봉건적 신분제는 타파했지만 재산, 학력 등이 사실상 신분으로 여전히 존재하는 현대에도 유효하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작곡과 음악은 박다울이 맡았다. 5인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로 전통적인 리듬 위에 전자음악과 현대적인 밴드 사운드를 구현해 무용수의 움직임과 실시간으로 호흡하며 무대 에너지를 극대화한다. ‘탈바꿈’은 오는 10월 미국 뉴욕, 워싱턴 등 국외 공연에도 나선다.광고광고‘탈바꿈’ 공연 모습. 국립무용단 제공 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
탈춤의 현대적 진화, 한국무용의 새 길 찾는 ‘탈바꿈’
한동안 지속하는 초인종 소리, 무언가 끊어내는 듯한 금속성 전자 음향. 붉은 탈을 쓴 9명의 무용수가 “어~ 어~ 어~” 옅은 소리를 뿜어내며 머리를 조아리고 흔들고, 무언가 뚫어지게 바라본다. 탈 뒤에 숨겨진 검고 깊은 눈길, 직접 볼 수 없어 더 매섭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