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안무가 다미앵 잘레, 조각가 나와 고헤이의 협업 작품 ‘플래닛’ 공연 장면. ⓒRahi Rezvani광고모래펄에 발이 빠진 듯한 무용수 8명이 마이클 잭슨의 ‘린 댄스’(몸을 앞으로 기울이는 춤) 같은 춤을 춘다. 촛농이나 왁스처럼 보이는 끈적하고 말랑한 액체 슬라임이 비처럼 쏟아지고, 이를 뒤집어쓴 무용수의 몸은 원초적이고 원시적인 생명력을 분출한다. 살아 움직이는 고체 조각품 같은 물성을 드러내며 혹독한 환경에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이미지를 극대화한다.조각과 무용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실험적 무대가 펼쳐진다.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 안무가 다미앵 잘레와 일본을 대표하는 시각예술가 나와 고헤이는 오는 24일부터 사흘간 서울 강남구 지에스(GS)아트센터에서 ‘무대 위 살아 움직이는 조각’ 3편을 선보인다. 시각예술과 무용을 하나로 응축한 ‘플래닛’(방랑자), 세계 최정상 현대무용단 네덜란드 댄스 시어터와 협업한 필름 스크리닝 ‘미스트’, 쇼케이스 ‘프리즘’이다. 잘레는 음악가 마돈나, 톰 요크(라디오헤드) 등과 협업했고, 나와는 조각의 가능성을 유연하게 탐색해왔다.안무가 다미앵 잘레, 조각가 나와 고헤이의 협업 작품 ‘플래닛’ 공연 장면. ⓒYoshikazu Inoue“단순히 무용을 예술 작품에 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예술적 언어를 탄생시키는 융합을 만들어냈다.” 22일 지에스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예술가는 한국에서 선보일 작품을 이렇게 규정했다. 24~26일 한국에서 초연하는 ‘플래닛’은 둘의 협업 역량이 집약된 대표작이다. 모래, 감자 전분, 끈적한 슬라임 등 다양한 물질이 무용수들의 몸동작과 어우러지며 강렬한 시각 이미지를 구현한다. 나와는 “가혹한 환경에서 방랑하고 이겨내려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려 했다”며 “광물에서 생명이 태어나 식물, 동물, 인간으로 진화한 생명사, 지구뿐 아니라 우주까지 느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잘레는 “식물 기반 재료를 사용해 댄서들이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반중력적인 느낌’을 구현하려 노력했다”며 “우리가 사는 세계 너머로 가고 싶어 하는 인간이 변화하는 환경에서 어떻게 적응하고 회복탄력성을 보여주는지를 표현했다”고 했다.광고안무가 다미앵 잘레, 조각가 나와 고헤이의 협업 작품 ‘미스트’ 공연 장면. ⓒRahi Rezvani28일 선보일 ‘미스트’는 안개로 불, 화산, 폭포, 구름, 강 같은 자연의 다양한 모습을 몽환적 분위기를 구현하고, 그 속에 깃든 여러 무용수의 몸을 파편처럼 분해하거나 묶어내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순환을 그려낸다. 윤곽선을 뚜렷하게 긋지 않고 경계를 연기처럼 흐리게 만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을 연상시키는 연출로 회화 ‘천지창조’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고, 새 생명체 탄생 등을 표현했다. 잘레는 “티베트의 환생, 저승에 대한 개념에서 영감을 받고, 다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며 “형태를 통제하기 어려운 안개와 신체가 연결되는 고유하고 아름다운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해 불멸성을 부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작품 역시 한국 초연이다.안무가 다미앵 잘레, 조각가 나와 고헤이의 협업 작품 ‘플래닛’ 공연 장면. ⓒYoshikazu Inoue28일 공개하는 쇼케이스 ‘프리즘’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두 예술가와 지에스아트센터가 새로 제작한 최신 실험 예술이다. 프리즘 시트를 부착한 2개의 상자 속 무용수의 신체가 관람자의 시선과 각도에 따라 변형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상자 안 무용수의 신체는 마치 보석 호박 속에 굳어버린 곤충 같은 이미지를 자아내기도 한다. 관객이 360도 모든 방향에서 작품을 관람하며 직접 참여하는 몰입형 무대다. 잘레는 “360도를 총망라해 신체를 인지하는 방식을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 실제 인간의 신체는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것에 대한 해석일 뿐이며 궁극적으로 우리가 가진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걸 알리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광고광고나와는 공연에서 보여줄 세 작품을 “조각, 무대 예술, 컨템퍼러리 댄스 등 여러 요소가 있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만들려는 시도”로 정의하며 “관객은 선입견 없이 직접 느끼고 체험하기 바란다”고 밝혔다.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