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왼쪽 둘째)가 같은 당 유력 정치인 마린 르펜(왼쪽 셋째)과 3월18일 지방선거 유세에 나선 모습. 조르당 바르델라 엑스 갈무리 광고대선을 1년 앞둔 프랑스에서 극우 국민연합(RN) 대표인 조르당 바르델라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이다. 서른한살인 그는 반이민 정책을 앞세워 일자리 부족과 치안 불안에 지친 여론을 파고든다. 르피가로가 30일(현지시각) 여론조사기관 이에프오페(IFOP)에 의뢰해 내년 4월 프랑스 대선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조사한 결과, 바르델라는 34% 지지율로 10여명의 후보 중 1위를 달렸다. 2위권인 에두아르 필리프, 가브리엘 아탈 전 프랑스 총리가 단일화하더라도 바르델라는 이들을 16%포인트 이상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24년 총선에서 국민연합을 국회 제1당(개별 정당 기준)으로 이끈 뒤, 대다수 여론조사에서 3분의 1 정도의 콘크리트 지지율을 지키고 있다. 내년 대선의 1차 투표는 거뜬히 통과하는 판세다. 프랑스 대선은 1차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득표자 2명이 결선을 치른다.광고 바르델라는 ‘부유한 백인들 모임’으로 인식되던 국민연합 지도부에서 보기 드문 배경을 가진 인사다. 1995년 파리 교외의 서민 주거지인 생드니의 이탈리아계 가정에서 태어나, 이웃 대부분이 이민자인 공공임대 아파트에서 자랐다. 르몽드는 2024년 바르델라의 어린 시절 친구들을 인터뷰했는데 그가 ‘외국인 혐오’ 꼬리표가 붙은 국민연합의 정치인이 된 데 놀라는 반응들이 많았다. 고등학생 바르델라는 일주일에 두번 프랑스어를 할 줄 모르는 이민자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했다고 한다. 다만 그는 17살에 이미 프랑스의 대표적 극우 정치인 마린 르펜의 팬을 자처하며 국민연합의 전신인 국민전선(FN)에 입당한 상태였다. 15살 땐 여성·동성애 혐오로 악명 높은 온라인 커뮤니티 ‘죄비데오(비디오게임)닷컴’에 1천여건의 글을 쓴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국민연합의 이념에 일찍이 동조하고 정치 활동의 꿈을 품은 것으로 보인다.광고광고 이후 정치 경력은 성공 가도였다. 22살에 당 대변인을 거쳐 27살에 대표에 올랐다. 선거마다 좌파가 시장직을 가져가는 이민자 도시 생드니 출신의 급진 민족주의자라는 점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그는 2024년 르몽드에 이렇게 밝혔다. “나는 그곳(어린 시절 이민자 동네)에서 겪은 모든 일들 때문에 정치를 한다. 그것이 프랑스 전체의 일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4월18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극우 집회 ‘두려움 없이, 유럽에선 우리가 집주인’에서 연설 중인 조르당 바르델라. 이날 연단에 오른 유럽 각국 정치인들은 무슬림 등의 이민을 통제하자는 발언을 쏟아냈다. AFP 연합뉴스 대권에 도전하는 바르델라의 핵심 공약 역시 이민 통제와 치안 강화로 요약된다. 집권 즉시 이민 통제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고, 사회복지와 공공주택 입주 혜택을 프랑스 국적자에게 한정한다는 것이다. 그는 프랑스의 치안 불안과 일자리 부족을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가 이민자를 너무 많이 받아들인 탓으로 돌린다. 이런 전략은 최근 마약 유통과 잇단 소요 사태로 치안이 악화된 프랑스 사회에서 먹혀들고 있다. 바르델라는 지난 29일 엑스(X)에 “이민 정책 때문에 삶과 축제가 불가능해졌다. 범죄자 무리 없이 대중 행사를 여는 게 더는 불가능하다”고 썼다.광고 여기에 소셜미디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소통 능력도 다른 정치인에게서 드문 점이다. 청년층이 많이 쓰는 동영상 플랫폼 ‘틱톡’ 팔로어가 230만명에 이른다. 로맹 파르지에 몽펠리에대 라틴유럽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리베라시옹에 “바르델라는 아직 정치화되지 않은 젊은층 사이에서 ‘호감 자본’을 쌓고 있다”며 “급진 좌파의 콘텐츠는 매우 지루한 반면 극우는 (유머 등으로) 웃음을 독점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경제·사회 정책에서 지향점이 뚜렷하지 않은 건 약점이다. 그는 기업에 대한 규제·세금을 완화해 프랑스 기업이 자국에서 일자리를 만들게 한다는 ‘친시장’ 기조를 자주 내세운다. 그러면서 노동자 세금도 줄이겠다고 한다. 줄어든 세금으로 나라 지출을 감당할 방법은 내놓지 않고 있다. 대권 경쟁자들은 그가 정부를 이끌 준비가 안 됐다고 꼬집는다. 자기가 앞세우고 싶은 시장주의자 행보와 국민연합의 전통적 지지층인 고령·블루칼라 노동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는 것이다. 바르델라와 함께 대선 결선 진출이 유력한 에두아르 필리프는 그의 불명확한 노선을 두고 “국민연합은 모든 부문에서 챔피언이 됐다”고 조롱했다. 바르델라가 자기 공약을 확실히 세우는 시점은 이르면 7월로 예상된다. 아직 국민연합의 공식 대선 후보는 그가 아닌 르펜이기 때문이다. 르펜은 유럽연합 예산 횡령 혐의로 지난해 3월 파리 형사법원에서 징역 4년형 등을 선고받고 5년간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7월7일 항소심에서도 원심이 유지되면, 국민연합은 새 후보로 바르델라를 세울 가능성이 크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