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 메타 누리집 갈무리 광고 이서윤 | 사법연수원 교수·판사 ㄱ씨는 자정이 넘은 밤길을 혼자 걷고 있었다. 인적이 드물어 발길을 재촉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어 돌아보니,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사람이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ㄱ씨가 마음에 든다며 연락처를 요구했다. ㄱ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의 요구를 거절하고 정신없이 집을 향해 달렸다. 그가 따라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ㄱ씨는 안도했다. 다음날 ㄱ씨의 귀갓길, 어제의 그 사람이 주소를 어떻게 알았는지 ㄱ씨의 아파트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안경을 보니 불현듯, 얼마 전 회사 동료들이 보여주며 이야기하던 ‘스마트 안경’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광고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다. 카메라와 마이크가 장착된 스마트 안경도, 안면인식을 통해 인물을 식별하고 정보를 알아내는 기술도 이미 상용화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 단순히 두 기술을 연결하기만 하면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는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된다. 2024년 하버드대 학생 두명은, 메타(페이스북 모회사)와 레이밴(선글라스 브랜드)이 합작하여 출시한 스마트 안경을 안면인식 웹사이트 및 상용 인공지능에 연결하여 수십초 안에 사람들의 이름, 주소, 가족정보 등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함을 증명했다. 중국에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인물이나 번호판, 사물 식별이 가능한 경찰용 스마트 안경이 보급되어 있다. 7년 전만 해도 식별하는 데 2~3분이 걸렸지만, 이제는 100분의 1초면 가능하다. 메타에 이어 구글도 얼마 전 스마트 안경을 연내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젠틀몬스터, 와비파커와 같이 유명한 패션 브랜드와 협업할 예정이다. 빅테크 기업이 프리미엄 패션 브랜드와의 합작을 통해 디자인한 스마트 안경의 외형은 놀라울 정도로 평범하다. 유려한 외관으로 존재를 과시하는 여타 스마트 기기와 결을 달리하는 디자인의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 안경의 세계에서 눈길을 끄는 디자인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카메라가 달린 안경 너머의 상대방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이다.광고광고 메타 스마트 안경의 판매량은 지난 한해에만 700만대를 넘어섰다. 수백만, 수천만명의 이용자가 얼굴에 일반 안경과 구분이 안 되는 초소형 카메라와 녹음기를 착용하기 시작하면, 녹음과 촬영에 대한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이다. 당장 공용 화장실, 탈의실, 사우나에서의 프라이버시가 위협받을 수 있다. 메타는 촬영 때 엘이디(LED)가 점등되고 이를 상대방이 볼 수 있어 동의 없는 촬영을 막을 수 있다지만 효용성은 의문이다. 밝은 낮에는 엘이디의 점등 여부를 인지하기 힘들 것이고, 이용자들은 이미 엘이디를 가리거나 비활성화하는 방법을 온라인에서 공유하고 있다. 이런 생태계에서는 촬영되는 사람도, 촬영하는 사람도, 촬영된 정보를 처리하는 사람도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틱톡, 인스타그램의 남성 인플루언서 수십명이 스마트 안경을 이용하여 여성들을 몰래 촬영해 콘텐츠를 제작한 사실이 보도된 바 있다. 사용자들은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촬영된 성행위, 용변, 탈의, 금융정보 입력 장면을 서버로 흘려보내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데이터들을 분류하는 작업은 데이터 라벨링 근로자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남기기도 한다. 수많은 정보들이 향하는 목적지는 소수의 빅테크 기업이다. 영상의 가공과 처리는 기업에 맡겨져 있고, 소비자들의 권리는 보장되기 어려우며, 이에 대응한 법망은 취약하다. 패션으로 포장한 촬영 기기의 확산이 시민의 안전을 위험을 빠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안경에 숨어든 카메라 [이서윤의 인공지능&인권지능]
이서윤 | 사법연수원 교수·판사 ㄱ씨는 자정이 넘은 밤길을 혼자 걷고 있었다. 인적이 드물어 발길을 재촉하는데 갑자기 이상한 기분이 들어 돌아보니,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사람이 바짝 붙어 따라오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그는 ㄱ씨가 마음에 든다며 연락처를 요구했다. 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