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게티이미지뱅크 광고“어느 날 사내 메신저에서 제 이름이 지워졌더라고요.” 16년 넘게 다닌 회사였다. ㄱ씨는 그동안 일을 하며 징계 한번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내 메신저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졌고, 공동 업무 시스템 접근 권한마저 차단됐다. 책상은 엉뚱한 곳으로 옮겨졌다. ㄱ씨는 이 모든 일이 ‘공익신고’를 한 뒤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 ‘연구비 부정 의혹’ 신고…126만원 환수 뒤 종결광고 지난 2020년, 삼양그룹 계열사인 삼양사 화학연구소에서 근무하던 ㄱ씨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연구비 부정 사용 의혹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ㄱ씨는 수십억원이 넘는 연구비 집행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삼양사 국가 연구 과제에서 허위 연구원 등록, 연구비 부정 사용 등 여러 정황을 발견해 이를 신고했다”며 “실제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인력이 과제에 등록돼 연구수당을 받거나 성과가 허위로 보고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고 이후 3년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ㄱ씨 주장이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은 2021년 현장 실사 없이 조사를 종결했고,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현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산기평)은 2023년에야 전체 신고 금액의 0.05%에 불과한 126만원만 환수 처리한 채 행정처분이나 수사 의뢰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대전경찰청은 산기평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별도 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ㄱ씨는 “산기평은 해당 사업의 협약 체결을 관리·감독했던 기관이어서 직접 조사에 나설 경우 독립성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광고광고 반면 삼양사 쪽은 “연구비 환수 조처는 연구 과정 중 단순 착오 등으로 인한 것이었고, 환수 명령을 즉시 이행했다”며 “정부 출연금을 의도적으로 허위 청구하거나 연구성과를 허위 보고하는 일은 없었으며, 적법한 조사와 처분을 성실히 이행했다”고 반박했다. ■ ‘출근정지·감봉’…권익위 등 ‘징계 취소’ 요구에도 불복광고 ㄱ씨는 공익제보로 2023년 연구비 일부 환수 처분이 내려진 뒤 석연치 않은 일들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회사는 2024년 4월 ㄱ씨가 업무용 컴퓨터로 개인 문서를 출력·스캔했고 업무가 태만했다는 등의 이유로 1개월 무급 출근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 뒤 ㄱ씨가 “팀장에게 폭언을 당했다”고 신고하자, 회사는 오히려 상급자를 모함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했다며 다시 출근정지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어 자리 이동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감봉 2개월 징계까지 더해졌다. 전방위적인 압박도 이어졌다. ㄱ씨가 “개인 휴대폰, 가족 정보 등까지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개인정보 동의서 제출을 거부하자 회사는 ㄱ씨의 전자우편 시스템과 그룹웨어 접속을 차단했고, 사내 메신저 직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을 삭제하고 다른 웹메일 서비스를 제공했다. ㄱ씨는 “회사 쪽의 행위로 공익제보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직원 인증을 거쳐야 하는 익명 커뮤니티에 내 이름 초성을 쓴 비하 글이나 살해 협박 글 등이 도배되기도 했다”며 “결국 경찰의 스마트워치 지급 등 신변 보호 조치까지 받아야 했다”고 밝혔다. ㄱ씨는 행정·사법기관의 판단마저 회사가 무시했다고 말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회사의 1차 징계에 대해 ‘보복성 불이익 조치’라고 인정하며 징계 취소 명령을 내리자, 회사는 이를 수용한 지 불과 11일 만에 권익위가 취소한 징계 사유(근무태만)를 그대로 들어 다시 징계를 내렸다. 다른 두 차례 징계에 대해서도 충남지방노동위원회가 징계 취소 결정을 내렸지만, 회사는 감봉 2개월 징계만 취소하고, 다른 결정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역시 지난해 직권 조사를 통해 삼양사 대표이사와 관련 임원들의 행위를 ‘사용자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고 과태료 처분을 내렸지만, 회사가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이 진행 중이다. 노동위원회·권익위·노동청이 일제히 ㄱ씨에 대한 회사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한 셈이다. ■ “공익신고 이유로 불이익 견뎌야 하나”…삼양사 “보복성 조처 아냐”광고 ㄱ씨는 지난 2024년 제2차 공익제보를 했지만, 산기평과 대전경찰청의 조사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ㄱ씨는 “공익신고를 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각종 불이익 조처를 견뎌야만 한다면, 이제 누가 신고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겠나”라며 씁쓸해했다. 이에 대해 삼양사 쪽은 “익명으로 ㄱ씨에 대한 보안문서 열람, 직무 태만,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제보가 있었고, 조사를 거쳐 징계하고 지시 불이행에 따라 추가 징계를 한 것”이라며 “사내 메신저 직원 명단 삭제 등은 당사자가 개인 정보 사용에 동의하지 않아 사전에 안내하고 제한했다. 회사는 권익위 권고를 충실히 수용했고, 어떤 보복성 조처도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연구비 부정수급’ 공익신고 뒤…출근 정지에 익명의 살해 협박까지
“어느 날 사내 메신저에서 제 이름이 지워졌더라고요.” 16년 넘게 다닌 회사였다. ㄱ씨는 그동안 일을 하며 징계 한번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내 메신저 명단에서 그의 이름이 사라졌고, 공동 업무 시스템 접근 권한마저 차단됐다. 책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