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1월 경기도 성남시의 한 카페에서 ㄴ씨가 자신의 왼손으로 ㄱ씨의 뺨을 때리고 있다. ㄱ씨 제공광고동료들 앞에서 상급자에게 뺨을 수차례 맞은 노동자가 ‘폭행에 반복성이 없다’는 이유로 회사와 노동 당국의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에 있어 ‘반복성’이 관행적으로 판단 기준이 되는 데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28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 성남시의 한 전자기술(IT) 회사에 다니던 40대 남성 ㄱ씨는 지난 1월 초 회사 앞 카페에서 상급자 ㄴ씨에게 뺨을 수차례 맞는 폭행을 당했다. 당시 상황을 담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보면, 커피 내기를 하려 가위바위보를 하던 중 기분이 상한 ㄴ씨는 ㄱ씨 뺨을 손바닥으로 두세 차례 치고, 손바닥을 ㄱ씨의 머리 위로 들어 올리는 등 위협했다. 동료 3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일이다.ㄱ씨는 모멸감을 호소하며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지만, 회사는 ㄴ씨에게 감봉 1개월 처분을 내렸을 뿐 직장 내 괴롭힘은 인정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외부 노무사를 선임해 조사한 결과 ㄴ씨가 우발적으로 ㄱ씨의 오른쪽 뺨을 왼손 등으로 한 차례 접촉한 것으로 행위에 반복성이 없고, 두 사람의 직급은 다르지만 업무상 지휘·명령 관계에 있지 않아 ㄴ씨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취업규칙상 징계 대상은 맞으나 직장 내 괴롭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광고ㄱ씨는 회사 결정에 불복해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노동청도 “반복성이 없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회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반면 경찰은 ㄴ씨 행위를 폭행으로 인정하고 지난 2월 법원에 즉결심판(경미한 범죄에 대해 정식 재판 절차 없이 심판하는 것)을 청구했다. ㄱ씨 쪽을 대리하는 전해경 노무사는 “수사기관도 폭행 혐의를 인정한 사안을 노동청은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노동 당국이 회사 판단을 별다른 검증 없이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ㄱ씨 쪽은 노동청 판단에 대해 재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노동부 성남지청 관계자는 “재진정에 대한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 사안이라 별도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근로기준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할 뿐, 반복성을 구성 요건으로 명시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일회성 행위라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판단을 피해 가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장종수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무처장은 “행위 강도 등으로 보아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안기고 이후 근무 환경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에도 단지 반복성이 없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노동 당국이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는 근로자 보호라는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