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미국 뉴욕 브롱크스동물원에서 사육되던 아시아코끼리 ‘해피’가 지난 26일(현지시각) 노령으로 안락사됐다. 브롱크스동물원 제공광고50여년을 동물원에 갇혀 있던 아시아코끼리 ‘해피’가 55살 나이로 최근 사망했다. 해피는 1970년대 초 타이 정글에서 포획돼 미국에 팔려온 뒤 오랜 세월 쇼·체험·전시에 이용됐는데, 지난 2018년 그의 자유를 인정해달라는 이례적인 소송의 중심에 섰던 동물이다.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타임스는 1977년부터 미국 뉴욕 브롱크스동물원에서 지내온 코끼리 해피가 지난 26일 안락사 됐다고 보도했다. 브롱크스동물원을 운영 중인 뉴욕 야생동물보호협회(Wildlife Conservation Society)는 전날 보도자료를 내 해피가 노령으로 인한 건강 악화로 최근 임종돌봄(호스피스)을 받아왔고, 신장·간 기능 저하를 겪었다고 설명했다.크레이그 파이퍼 브롱크스동물원 임시 원장은 “해피의 건강 상태와 삶의 질에 대한 지속적인 평가 끝에, 노령으로 인한 질병이 악화하였다는 점이 분명해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됐다”며 “30년 이상 자신을 돌봐온 사육사와 큐레이터, 수의사에게 둘러싸여 평화롭게 죽음을 맞았다”고 전했다. 사망 뒤 진행된 부검 결과에서 해피는 수술이 불가능한 여러 개의 자궁 종양과 관절염 등이 관찰됐다.광고해피는 ‘비인간 인격체(non‑human person) 인정 소송’의 중심이 된 동물이다. 지난 2018년 미국 동물보호단체 ‘비인간 권리 프로젝트’(Nonhuman Right Project)는 브롱크스동물원을 상대로 해피의 자유를 요구하는 인신보호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코끼리는 사회성이 높은 동물이지만, 해피는 동료들이 죽은 뒤 장기간을 사실상 ‘외톨이’로 지내왔다고 한다.당시 이들은 “코끼리는 높은 인지 능력과 감정, 자기인식을 가진 존재로서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권리의 주체로 봐야 한다”며 “해피는 40년 넘게 부당하게 감금되어 있으니 인신보호영장을 통해 석방(코끼리 보호구역으로 이송)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신보호영장은 원래 불법 구금에서 벗어나기 위한 법적 보호장치로 과거 노예나 시민권이 없는 사람에게 적용됐는데, 이를 비인간 동물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 것이다.광고광고해피는 2005년 동물의 자기인식을 보여주는 ‘거울 실험’을 통과했다. 거울 실험은 사람이나 동물이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인지·심리검사 방법 가운데 하나다. 당시 해피는 거울을 보며 자신의 머리에 표시된 엑스(X) 자국을 코로 만지고, 입을 벌려 입속을 확인하는 행동을 보였다. 당시까지 이 실험을 통과한 동물은 인간 영아, 유인원, 돌고래뿐이었다. 최근에는 아델리펭귄, 수탉, 청줄청소놀래기 등도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본다는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아르헨티나 동물권을 위한 변호사연합(AFADA)은 불법포획된 오랑우탄 ‘산드라’를 대신하여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을 상대로 인신보호영장을 청구했고, 2019년 법원은 산드라를 ‘비인간인격체’로 인정해 자연보호구역으로 옮기라는 판결을 내렸다. 유인원센터 제공비인간 권리 프로젝트는 해피 이전에도 침팬지에 대해 비슷한 소송을 제기했지만,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다. 해피 또한, 약 4년간의 법정 공방이 이어졌지만 끝내 보호구역으로의 이송은 성사되지 못했다. 2022년 뉴욕주 고등법원은 5대 2 다수결로, 단체의 주장을 기각했다. 다만 판사 두 명은 반대 의견(인신보호 찬성)을 냈는데, 이들은 해피의 감금이 “본질적으로 부당하고 비인간적”이며 “문명사회에 대한 모욕”이라고 판단했다.광고법원이 명시적으로 동물의 비인간 인격체를 인정한 사례는 아르헨티나의 오랑우탄 ‘산드라’와 침팬지 ‘세실리아’가 유일하다. 2014년 아르헨티나 법원이 동물원에 갇혀 살던 29살 오랑우탄 산드라에게 기본권이 있다고 판결하면서, 산드라는 브라질의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이송됐고, 2년 뒤 침팬지 세실리아에게도 비슷한 결정이 내려졌다.현재 브롱크스동물원에는 57살 아시아코끼리 ‘패티’ 한 마리만 남은 상태다. 뉴욕 야생동물보호협회는 “앞으로 패티의 돌봄과 관리에 관한 모든 결정을 개체 복지를 기준으로 하겠다. 미국 동물원수족관협회(AZA)와 기타 전문 기준에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비인간 권리 프로젝트의 크리스토퍼 베리 사무총장은 “해피의 고통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해피는 동물을 위한 법적 권리 재판의 문을 연 코끼리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