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주민들이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2007년 12월8일 오전 백사장을 오염시킨 기름띠를 걷어내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광고 “(발전소가 들어설 때) 환경 때문에 제일 반대했던 건데, 지금 와서 보니까 미세먼지나 공해보다 더 와 닿는 게 마을 인심을 잃은 거야.”(김용록 충남 태안군 원북면 이곡2리 이장) <한겨레>는 최근 창간기획 시리즈 ‘살아야 살린다'를 통해 지역불균형 문제를 다뤘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하나이자, 지역경제의 중심축인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진행되고 있는 충남 태안군에서 한 달 동안 머물렀습니다. 발전기가 폐쇄되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가게가 문을 닫고 사람이 떠나는 모습을 직접 보고 듣고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마을 공동체의 깊숙한 이야기가 더 있었습니다. 광고 원북면 이곡2리의 김용록(68) 이장을 만난 건, 태안 지역 취재를 절반 정도 진행한 시점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만난 모든 사람이 “발전소가 멈추면 태안이 망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김 이장은 완전히 반대되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발전소 때문에, 정확히는 발전소에서 지원한 돈 때문에 마을 공동체가 무너졌다는 내용입니다. 마을 공동체 내부의 관계와 갈등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발전소가 들어오던 30여년 전, 김용록 이장은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30대 이장이던 그는 가장 앞장서서 ‘발전소 반대’를 외쳤다고 합니다. “무조건 그때는 환경이 다 파괴돼서 죽는 줄 알고 데모했지. 그러니까 보상이라는 사탕을 주더라고. 그런데 다 주지 않고 하나씩만 주는 거야. 이게 인간성을 아주 상실하게 만드는 구조거든. 그런데 이 돈이 주민들 삶에 크게 보탬이 되는 것도 아니야. 개인적으로 나눠주는 게 아니거든.” 광고광고충남 태안군 원북면 이곡2리 김용록 이장이 발전소와 마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겨레TV 갈무리 모든 발전소의 주변 지역은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발주법)에 따라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지원을 받습니다. 환경오염 피해에 대한 대가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만 1년에 온실가스 2291만톤, 오염물질 7762만톤이 배출됩니다.(2025년 기준) ‘발주법’에 따라 태안에 지금까지 지원된 금액을 계산해봤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가 들어서는 대가로 태안군이 받은 지원금은 최소 3천억원입니다. 세부 내용을 보면, 발전소가 건설되기 시작한 1991년부터 2016년까지 받은 금액은 1957억원입니다.(2017년 <공공사회연구> 7권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의 합리적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2017~2026년 지원 금액은 약 414억원입니다.(태안군 자료) 기금 지원사업 이외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태안에 기부금 형태로 낸 지원금이 최근 10년간 734억원에 이릅니다. 광고 이 돈이 주민들의 주머니로 직접 들어가진 않습니다. 소득증대사업이라는 명목으로 영농기계, 저온저장창고 등을 사는 데 쓰이고 도로나 의료시설 등 인프라 구축사업에도 투입됩니다. 시행령에 따라, 해당 지역주민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사업만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마을 공동체 내부 문제가 발생합니다. “(영농법인 명의로 산 영농기계를) 귀농한 사람들에겐 잘 안 빌려주고 원주민을 우선으로 주니까 갈등이 생겨요. 이런 문제도 있어요. 발전소에서 나온 돈으로 (영농법인이) 트랙터를 사고는 반값에 마을 주민에게 되팔아요. 이런 게 대부분 마을에 관행이고 관례예요.”(김용록) 기금의 지원사업을 통해 마련한 농기계를 매각하려면, 원래는 군청의 승인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옆마을인 이곡1리에 사는 정영석(74)씨는 이 문제에 대해 수십 건의 진정을 넣었습니다. 그는 평생 서울에서 살다가 지난 2018년 태안에 정착했습니다. 정씨가 여러 차례 진정을 낸 끝에, 2024년 태안군청 감사실이 ‘임의매각 등의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마을 농기계 등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했습니다. 경찰도 발전소 인근 마을을 수사한 뒤 몇몇 마을의 영농조합법인을 지원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경찰 수사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마을에 지원금만 주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쓰이는지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발주법’에서는 지원 대상이 되는 주변 지역을 ‘발전기가 설치된 지점으로부터 반지름 5㎞ 이내의 읍·면·동’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태안군청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군청에서 기금을 떼어주면 면에서 알아서 해요. 마을 나름의 규율 같은 게 있으면 행정에서 개입하기가 어렵죠.” 광고충남 태안군의 한 마을 전경.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돈만 주는 건, 오히려 주민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깁니다. 발전소 지원기금만이 아닙니다. 지난 2014년 삼성중공업이 내놓은 지역발전기금 2900억원을 둘러싼 갈등이 비슷한 사례입니다. 2007년 12월7일, 태안군 소원면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크레인이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해 원유 1만900여 톤이 유출된 사건 기억나시죠? 검은 바다 앞에서 헌 옷가지로 기름을 닦아내던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아직 기억납니다. 지역발전기금은 ‘허베이 사회적 협동조합’(충남 태안·서천군, 당진·서산시 등 4곳)과 ‘서해안 연합회’(충남 보령시, 홍성군, 전북 부안군, 군산시 등 7곳)에 각각 배분됐습니다. 어장 환경을 복원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쓰일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발전소 지원기금과 달리, 이 돈은 거의 쓰이지도 못했습니다. 지난 2023년 지역발전기금 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점검해보니,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은 배분금 2024억원(이자 포함), 서해안연합회는 배분금 1043억원(이자 포함)의 대부분을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임직원 인건비를 제외한 돈은 거의 쓰이지 않은 셈입니다. 결국 배분금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고, 두 단체는 이에 불복해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신문웅 <태안신문> 국장은 “가해 기업인 삼성중공업은 약 3천억원을 주고 홀랑 빠져나갔고, 남은 건 지역민의 갈등”이었다고 말합니다. 소원면 파도리의 최장열 어촌계장은 2900억원이 지원되고 난 뒤에 어촌계가 갈등으로 와해되는 과정을 직접 지켜봤습니다. “태안 안에서도 소원면이 가장 많이 피해를 보았어요. 그런데 기금이 들어오자 여기저기 ‘우리도 피해를 보았다’는 곳들이 나타나면서 조직이 커지고, (협동조합과 연합회) 임원들이 자기 몫을 챙기면서 싸움이 많이 일어났죠.”지난달 29일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의 최장열 어촌계장이 태안 기름유출 사고 당시 주민·자원봉사자들이 바다를 되살리기 위해 기름을 치우던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손고운 기자 지역발전기금은 정작 기름유출 사고 이후 삶을 복원해야 했던 사람들에겐 가닿지 않았습니다. 무너진 어촌 생태계 앞에서 누군가는 업종을 바꿨습니다. 소원면 파도리에서 만난 이정희(78)씨는 말했습니다. “기름 사고 전엔 주꾸미 잡았었는데 그때 이후 손해가 엄청났지. 바다가 예전 같지 않길래 3년 하다가 접어버렸어. 배도 팔았고, 어장도 팔았고, 그 뒤론 농사로 먹고살았지. 지금도 바다가 옛날 같진 않아.” 태안 주민들이 원해서 석탄화력발전소가 세워진 것도,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난 것도 아닙니다. ‘바닷가’라는 특성 때문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섰고, 대형 유조선인 허베이스리트호가 인근 대산석유화학단지로 향하다가 태안 앞바다에서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과 부딪혀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오랫동안 수도권의 전력,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떠받쳐 온 지역이기 때문에 닥친 위험입니다. 위험의 대가로 지역에는 수천억 원이 흘러들어왔지만, 주민들의 피해를 복구하는 방식으로 쓰이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그렇게 설계된 기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발주법’ 제정 이유는 이렇습니다. ‘ 환경 공해 및 안정성 등의 집단민원이 빈발하고 있어 발전소 주변 지역에 대한 지원사업을 시행하게 하여 (중략)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도모하려는 것.’(1989년) ‘안정적인 전력 공급 기지’에 사는 주민들의 반발은 ‘돈’(지원사업)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입니다. 그렇게 태안에 흘러들어온 돈은 당장의 반발을 잠재웠지만, 갈등의 씨앗도 남겼습니다. 발전소가 폐쇄되면, 마을의 인심은 회복될 수 있을까요. 김용록 이장에게 물었습니다. “사람이 없는데 인심이 어디서 돌아와?” 태안(충남)=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취재 내용을 생생하게 담은 기사와 사진과 영상 등을 담은 디지털 인터랙티브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https://campaign.hani.co.kr/regional-extinction-crisis ▶4년에 한 번, 지방선거가 돌아오면 지역은 변방에서 중심이 됩니다. 지역의 목소리가 ‘반짝’ 비치고 사라지지 않도록, 한겨레TV가 자세히 들어봤습니다. 다큐 영상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수천억 돈이 갈라놓은 태안...마을엔 갈등만 남았다
“(발전소가 들어설 때) 환경 때문에 제일 반대했던 건데, 지금 와서 보니까 미세먼지나 공해보다 더 와 닿는 게 마을 인심을 잃은 거야.”(김용록 충남 태안군 원북면 이곡2리 이장) 는 최근 창간기획 시리즈 ‘살아야 살린다' 를 통해 지역불균형 문제를 다뤘습니다. 행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