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지 9일이 지난 22일. “지인들의 축하 인사에 이제야 실감이 난다”는 프로농구 선수 허훈(부산 KCC)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광고“운동하면서 울어본 적 있어요?” “어릴 때 말고는 없어요.” “평소 화날 때는 어떻게 해요?”광고 “음. 화가 잘 안 나는데…(웃음).” 사람이 어떻게 매번 유쾌할 수가 있을까? 허훈(31·부산 KCC)을 보면서 든 의문은 그를 만나자마자 해소됐다. “타고나기를 긍정적인 데다가 단순해서 화날 일이 많지 않고, 화가 나더라도 금방 잊는다”고 한다. 중요한 한 가지가 더 있다. “간혹 화가 나더라도 누구한테 나의 힘듦을 잘 이야기하지 않아요. 저만의 자존심이라고 할까요. 혼자 앓고 훈련장 나가서 운동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그런데 얘기했듯이 금방 잊어서 치유도 금방되어요…. 하하하.” 광고광고 성적도, 성격도 유쾌한 허훈을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한마디로 ‘긍정적 기질과 자존심의 상호작용’이 완성한 유쾌함이랄까. 이는 허훈을 한국프로농구 최고의 선수로 빚은 비결인 것도 같다. 그는 지난 13일 끝난 이번 시즌 남자프로농구에서 프로 데뷔(2017년) 8시즌 만에 첫 우승을 하고 챔프전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혔다. 시즌을 앞두고 수원 케이티(KT)에서 케이씨씨로 이적하면서 “선수로서 꿈꿔온 우승을 하고 싶어서 왔다”던 말을 지켰고, 팀원들의 잦은 부상으로 케이씨씨가 정규 6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변수’를 이겨냈다. 광고 그토록 바라던 우승을 맛본 지 9일. 그는 “아직도 꿈 같다”며 “우승한 날은 너무 피곤해서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는데, 요즘 지인들을 만나면서 ‘축하한다’는 말을 들으니, 이제야 실감이 나는 것 같다”고 했다. 허훈은 직접 우승 반지를 획득해 손가락에 끼웠다는 것에서 더 큰 보람을 찾는다. 그에게 우승은 “내가 직접 낚아채 오는 것”이다. 그는 “죽기 살기로 싸우고 부딪히는 과정을 경험한 끝에 획득한 반지를 보니 더 값지게 느껴지더라”고 했다. 그는 케이씨씨 주전 중 “누구 한명이라도 없었으면 우승을 못 했을 것”이라며 “노력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재능 있는 사람이 노력하면 정말 무섭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번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프로 데뷔 이후 첫 우승과 함께 최우수선수(MVP)에 뽑힌 허훈. 한국농구연맹 제공 허훈이 없었어도 케이씨씨의 우승은 불가능했을 터다. 허훈은 개성 강한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구심점이 됐다. 주전들이 모두 득점력이 좋으니, 오히려 그는 동료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는 역할에 충실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와 PO에서 모두 도움주기 1위다. “전 제가 돋보이고 싶은 욕심이 없어요.” 그런 허훈을 보면서 케이씨씨 선수들은 앞다투어 자신을 내던졌다. 허훈은 “우리 팀 선수들은 다 자존심이 세서 말로 컨트롤할 수 없다. 하지만 판단이 빠른 선수들이기에 누군가 먼저 실천하면 그걸 보고 같이 열심히 한다. (제가) 그 연결고리는 만들어 준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수비에서 헌신하며, “수비가 약하다”는 그를 둘러싼 ‘오해’도 완전히 깨부쉈다. 그는 “저와 같이 운동하고 훈련해본 사람들은 제 (수비) 능력을 알 것이다. (다른 역할을 좀 더 해야 했기에) 수비에 집중을 안 했을 뿐이다. 그런 것 때문에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의외의 말을 이어갔다. “이렇게 비친 것은 다 내 잘못입니다.”광고 그는 “모든 것은 다 내 탓이라 생각하며, 주로 나에게서 문제를 찾으려고 한다”고 했다. 케이티 시절 늘 PO에 진출했지만 우승과 인연이 없을 때마다 “‘내가 여기서 이렇게 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고 스스로 다그치고 채찍질했다”고 한다. 그것이 그를 꾸준히 성장시켰다. 이번 시즌도 정규리그 6위 팀이 우승한 것은 ‘기록’이지만, 정규 때는 그만큼 부진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도 그는 “(다음 정규 때는) 잘하고 싶다. 이번 시즌은 누가 들어오면, 누가 다치는 등 운이 좀 안 좋았다”면서 “그럴수록 내가 더 잘했어야 한다”며 자신의 탓을 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첫 우승을 하고 챔프전 최우수선수도 된 농구선수 허훈(부산 KCC)을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강창광 선임기자 아버지가 전 농구 스타 허재여서, 어린 시절부터 미디어에 노출됐던 그도 어느새 31살이 됐다. 코트 안 운동선수 허훈이 목표를 달성한 지금, 코트 밖 30대 허훈의 고민은 뭘까. “음. 하루하루 행복한데…”라며 또 송아지 같은 큰 눈을 끔뻑끔뻑 떴다. “집안에서는 늘 딸 같은 존재여서, 엄마와 온종일 수다를 떨 정도로 밝아요. 조잘조잘.” 다만, 나이가 들면서 “대학 때 농구 선수 외에 여러 분야의 친구들과 교류를 했더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은 생기더라고 했다. 시야가 넓어지면서 더 많은 세상을 알고 싶은 ‘어른’으로서의 갈증으로 읽혔다. “그런데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 많은 곳 가면 기가 빨려서 지금도 좋긴 해요. 다들 저를 파워 E로 아는데 저 I거든요! 하하하.” 선수로서 꿈은 남았다. “우승 반지를 여러 개 껴보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감독도 해보고 싶고요. 저 잘할 것 같아요. 진짜 자신 있어요.” ‘유쾌한 허훈씨’는 그 꿈을 기어이 이뤄낼 것 같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