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 l 박혜윤·신성준·최은경 지음, 아몬드, 2만1000원 광고생애 말기에 연명의료(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존엄한 죽음’을 택하겠다고 사전에 서약한 사람이 지난해 12월 기준 32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인의 75.4퍼센트가 병원에서 생을 마무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의 마지막까지 의미 없는 치료에 의존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여전히 놓치고 있는 점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만 쓰면 의식이 없을 때 목이나 코에 호스를 끼워 기계로 숨 쉬게 하는 치료 같은 것은 안 받게 될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연명치료 중단은 법적으로 ‘임종 과정’에 해당했을 때만 가능하다. 임종 과정이 아니라면 의료진은 인공호흡기 등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사실을 잘 몰라 의료진과 환자 가족 사이에 갈등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는 이미 법제화된 제도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엔 ‘연명의료결정법’을 넘어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되는 등 ‘조력임종’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국민의 약 80퍼센트 이상이 ‘조력임종’ 도입에 찬성했고,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도 ‘안락사’ 등을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장면도 흔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깨끗한 죽음이라는 환상’은 제목 그대로 지금 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조력임종’이나 ‘안락사’ 담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짚어주는 책이다. ‘조력임종’ 제도를 도입하면, 가족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불필요한 의료도 받지 않으면서, 내가 원할 때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일종의 환상이라는 것이다. 되레 많은 사람이 ‘조력임종’ 도입을 원하는 현상은, 그만큼 우리 사회에는 “평안한 임종을 위한 다양한 경로가 충분치” 않으며, 생애 말기 돌봄 공백 상태를 방증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비참한 죽음만은 피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이 통계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조력임종’ 제도 도입을 섣불리 논하기보다, ‘한국에서 말기 환자는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가’라고 바꿔 질문하고, 생의 마지막까지 누구나 존엄과 돌봄 속에서 존재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폭넓게 논의하자고 제안한다. 광고 책은 정신종양·완화정신의학을 전공하고 암과 중증 질환을 가진 환자와 가족들을 진료하는 박혜윤 서울대 정신과학교실 교수와 내과 전문의이면서 연명의료와 의료조력임종 등을 연구하고 있는 신성준 동국대 의대 일산병원 교수, 최은경 경북대 의대 의료인문학 교수가 함께 썼다. ‘안락사’ ‘조력임종’ 등을 둘러싼 개념 정리부터 해외 사례까지 입체적으로 다루면서, ‘죽음’이란 문제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