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광고옛날 청주에 흥덕사라는 절이 있었다. 고려 말 1377년에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라는 책을 냈다. 줄여서 ‘직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 앞섰다.19세기 말 조선에 왔던 프랑스 공사 드 플랑시가 이 책을 손에 넣었다. 프랑스로 돌아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금속활자로 출판된 가장 오래된 책’으로 이 책을 출품. 1901년 모리스 쿠랑이라는 동양학자가 ‘한국서지’란 책에 실었다. ‘직지’ 표지에는 “금속활자로 찍은 세계 최초의 책”이라는 프랑스어가 적혔다. 그런데 서양 사람들은 동양이 먼저 금속활자를 발명했다는 사실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1911년에는 프랑스 경매에서 골동품 수집가 앙리 베베르에게 팔렸다. 1950년 무렵에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 ‘한국책 109번’이라는 이름으로 수장고에 잠들어 있었다.박병선은 1955년에 유럽으로 유학을 떠났다. 박사 논문을 쓰다가 1967년에 프랑스에 귀화해 프랑스 사람이 된다. 박정희 정권이 윤이상과 이응노 등 유럽 유학생을 간첩이라고 조작해 잡아들이던 ‘동백림 사건’ 이후의 일.광고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일했다. 한동안 세상에 잊혔던 ‘직지’를 다시 알리기로 했다. 1972년 5월 말 “세계 책의 해” 전시, 박병선은 ‘직지’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세계 학계에 알렸다. 조선일보 신용석 특파원이 이 사실을 보도했다.1970년대 중반에 박병선은 약탈당했던 ‘외규장각 의궤’의 행방을 찾아냈지만 얼마 뒤 ‘한국의 첩자’로 몰려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사직을 강요당했다고 한다. 그런 다음에도 십년 넘게 도서관에 출근, ‘의궤’를 연구해 세상에 알렸다.광고광고1985년 청주에서 흥덕사 터가 발굴됐다. ‘직지’의 인쇄 장소를 확인. 2001년에는 ‘직지’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2011년 4월과 5월에 한국은 ‘외규장각 의궤’를 돌려받았다. 박병선은 그해 11월에 세상을 떠났다. 학자였지만 현충원에 묻힌 드문 예가 되었다.김태권 만화가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