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도심 곳곳에 아파트가 빼곡하다. 연합뉴스 광고 박현정 | 전국팀 기자 광고 무언가를 살지 말지 고민될 땐, 사지 않는 게 후회가 덜하다. 그런데 그것이 서울 아파트라면. 2023년 겨울, 예산과 조건에 맞는 안전한 전셋집을 찾아 헤맨 끝에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를 왔다. 긴 배차 간격과 상습 지연으로 유명한 경의중앙선 열차에 끼여 타는 일에 익숙해질 무렵, 이 동네에서 오래 살아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집주인은 계약을 연장할 경우 보증금을 법정 인상 한도 최대치(5%)까지 올려달라고 했다. 1년간 모은 돈을 보증금으로 쓰자니 아까웠다. 이번 기회에 집을 사야 하나 싶었다. 지금 거주하는 곳은 서울 평균 매매가격이라는 15억원엔 한참 못 미치지만, 목돈을 대출받아야 살 수 있다. 구축에 용적률도 300%가 넘으니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살던 집에서 계속 살다 2년 뒤 매매가 나을 성싶었다.광고광고 그러나 불과 몇달 뒤 이 아파트 값은 2021년 고점을 뚫고 어딘지 모를 최고점으로 향하고 있다. 화들짝 놀라 공인중개사무소에 들러보니 “여기 집을 팔고 이사 가려는 다른 지역 아파트값도 많이 올라 거래 과정에서 키 재기 하듯 가격이 계속 오른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2년 뒤 매매는커녕 다른 동네로 가야 할 판”이라고 푸념하자 “요즘 전세 매물도 없는 탓에 당장 집을 비워줘야 하는 세입자보단 운이 좋은 편”이라는 위로가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전세 보증금도 몇달 사이 1억원이 올랐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5월18일 기준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15.5로 2021년 3월8일 116.8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는 뜻이다.광고 집에 대한 고민이 커지자 서울시장 선거 국면에서 주택 공약에 눈길이 간다. 유력 주자들이 강조하는 건 공급이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시장으로서 추진하던 민간 중심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정책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통해 2031년까지 31만호를 착공하겠다고 했다.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용도 지역을 상향하거나 용적률을 올려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을 키워주는 방식이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31년까지 민간·공공 정비사업을 병행하고 매입임대 등을 통해 36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나오는 주택은 내 집이 될 수 있을까. 서울 강북권 20평대 아파트 분양가는 이미 10억원을 웃돈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수도권의 공공분양 당첨을 기대하기엔 경쟁률이 만만치 않다. 이런 까닭에 청약통장을 해지하거나 탈서울을 결심한 친구도 여럿이다. 서울 곳곳에선 주택 건설이 이어지는데 대체 얼마나 더 지어야 하는 것일까. 국가데이터처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준공 물량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해마다 최소 3만9천호에서 최대 9만2천호(아파트는 연간 2만2천호에서 5만4천호)였다. 2015년 서울의 가구 수는 약 378만4천가구에서 2024년 415만9천가구로 37만5천가구가 늘었다. 연평균 4만1천가구가 증가한 셈이다. 시기별로 공급에 편차가 있고,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멸실도 고려해야 하지만 가구 수가 늘어난 만큼은 주택이 나온 셈이다. 그러나 서울 부동산 수요는 전국뿐 아니라 국경을 넘는다고들 한다. 결국 돈이 되는 안전 자산인 아파트 값이 안정될 거란 기대를 품긴 어렵다.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탓에 아파트가 익숙하지만, 느슨한 관계망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주택이 있다면. 은퇴를 하면 서울에서 살 필요가 없으니 굳이 집을 살 것인가. 이런저런 변수를 고민하는 사이 내년엔 서울 아파트값이 더 오를 거란 전망이 흘러나온다. 주위에선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급등한 값에 이자 부담까지 더해 내 집 장만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아직 답을 내리지 못했다.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