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이재명 대통령이 19일 경북 안동의 한 호텔에 마련된 정상회담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확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광고길윤형 | 논설위원지난달 10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실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일본’이라는 기사를 읽고 또 읽었다. 이 기사는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장’이라는 두 개의 커다란 안보 위협과 마주하고 있는 일본이 2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직면하게 된 ‘전략적 곤경’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예측할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미국은 최소 앞으로 3년간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남을 테지만, 일본에 이를 대체할 ‘플랜 비(B)’란 존재하지 않는다. 대안 없는 일본이 “트럼프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려 하면 할수록, (이 사실을 더 잘 아는 미국으로부터) 점점 더 비참한 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답답한 현실이 ‘‘노’라고 말하지 못하는 일본’을 엄습하고 있는 ‘국난’의 정체라고 할 수 있다.이 ‘불행한 구도’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지만, 한·일 사이엔 결정적 차이가 있다.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두 나라의 ‘대중관’이다.광고예로부터 ‘중화질서’라고 불리는 국제 질서를 수용하며 살아온 한국인들은 중국을 맞상대하기 힘든 ‘대국’으로 여긴다. 이에 견줘 일본은 중화질서의 밖에서 살아 왔고, 메이지 유신(1868)으로 부국강병을 이뤄낸 뒤엔 청을 꺾고 나름의 지역 패권 질서를 만들어냈다(1895)는 강렬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일본이 중국 중심의 지역 질서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들의 오랜 ‘정체성’과 청일전쟁 이후의 국가적 ‘성취’를 동시에 부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라의 골격이 부러지지 않는 한 이를 도무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이 뻔뻔한 침략 전쟁을 벌인 끝에 무참히 패했는데도 동아시아의 전후 국제 질서가 그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재편됐다는 점이다. 현재 이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미국, 즉 ‘미-일 동맹의 힘’이다. 그렇기에 한국인들이 ‘미-중 가운데 어느 편에 설 것이냐’는 질문을 ‘도구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일본인들은 이를 생사가 걸린 ‘존재론적’ 추궁으로 느끼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일의 ‘대중관’이 근본적으로 갈리고 만다.광고광고돌이켜 보면 ‘중국의 부상’이 시작된 2010년 이후 일본 외교는 ‘미국을 도와’(!) 현존 질서를 어떻게든 유지해 가려는 처절한 사투였다고 요약할 수 있다. 국내 반발 여론을 짓누르며 ‘집단적 자위권’의 한정적 행사를 위한 입법 작업을 마무리(2014~2015)했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이라는 ‘중국 견제’를 위한 글로벌 전략을 내놓았으며(2016),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올리기로 다짐(2022)한 데 이어, 한·미·일 3각 군사 협력으로 가는 첫발을 떼는 데 성공(2023)했다. 이를 발판으로 본격적인 대중 압박에 나서려는 찰나 2기 트럼프 행정부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3월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품에 뛰어드는 몸짓과 “세계에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도널드뿐”이라는 노골적 아부를 뒤섞어 가며, 미-중의 ‘전략적 접근’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 베이징에서 만나 두 대국이 앞으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합의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다카이치의 일본’에 격렬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광고지난 14일 베이징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본격적인 ‘G2의 시대’로 접어들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일본 외교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금 같은 답 없는 대중 강경책을 유지한다면, ‘개헌 등 보수 어젠다 추진을 위해 중국과 관계를 의도적으로 나쁘게 유지하고 있다’(다나카 히토시 전 외무심의관 6일 지적)는 비난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한·일이 힘을 합쳐 미·중 모두로부터 일정 정도 자율성을 확보하는 ‘플랜 비’를 고민해 볼 순 없을까. 개헌을 통해 미-일 동맹 강화라는 ‘플랜 에이(A)’에 올인하려는 일본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과 관계 개선은 좋은 일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해 나갈 것인지를 두고 앞으로 적잖은 ‘이견’이 이어질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의 진보와 일본 주류의 ‘전략관’은 역시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정부도 이런 리스크를 염두에 뒀으면 한다.charisma@hani.co.kr
‘플랜 B’ 없는 일본과 어떤 협력을 할 것인가 [아침햇발]
길윤형 |논설위원 지난달 10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실린 ‘트럼프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하지 못하는 일본’이라는 기사를 읽고 또 읽었다. 이 기사는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핵무장’이라는 두 개의 커다란 안보 위협과 마주하고 있는 일본이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