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달 29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시위에서 한 이란 시민이 이란의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1대), 알리 하메네이(2대), 모즈타바 하메네이(3대)가 그려진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WANA 로이터 연합뉴스 광고미국과 이란이 80여일간의 전쟁을 각자 유리한 상황에서 끝내기 위한 힘겨루기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양국은 종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사전 평화합의 양해각서(MOU)에 이란의 핵 문제와 관련된 조항을 넣을지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중이다. 양해각서 체결 뒤 30~60일 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후속 협상의 의제는 다시 이란의 핵 문제다. 이란이 두번의 전쟁으로 기존 핵전략 방향을 변경하지 않았는지, 미국·이스라엘 일부가 의심하는 대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 야욕을 품고 있는지가 국제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격의 주요 명분으로 삼는 60% 고농축 우라늄 440㎏을 이란이 보유하게 된 원인이다. 2015년 농축도를 3.67%로 제한한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을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탈퇴하자, 이란은 2020년부터 농축도를 20%로 올렸다. 이어 2021년 이스라엘이 이란 나탄즈 핵시설의 발전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감행하자, 이란은 농축도를 또다시 60%로 높였다. 60% 고농축 우라늄은 민간 목적으로는 사용할 곳이 없어,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90% 농축으로 가는 전 단계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란핵협정이 그대로 유지됐다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강력한 감시(핵확산금지조약 추가의정서 비준) 아래 이란의 핵프로그램이 일정 부분 관리됐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우라늄 농축도를 끌어올릴 명분을 제공한 셈이다. 국제사회에서 핵무기를 만들지 않지만 핵기술은 고도화하는 이란의 전략을 ‘문턱 전략’이라고 한다.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기술과 여건을 갖춰놓고, 외부의 위협·공격을 받으면 수주·수개월 안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에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2021~2024년)는 이란을 2015년 핵협정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협상을 진행했으나 불발됐고, 지난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 핵협상을 재개했다.광고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짝을 이룬 미국·이스라엘은 지난해 6월 핵협상과 지난 2월 핵협상 도중 대대적인 대이란 공습에 나섰다. 이 무렵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 스팀슨센터와 영국 채텀하우스 등 싱크탱크들에선 이란이 핵기술 수준을 높여 협상 카드로 쓰는 ‘핵 문턱 전략’을 폐기하고, 핵무기를 최대한 빠르게 획득하는 북한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에번 쿠퍼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협상 중에 감행된 미국의 공격은 이란에 ‘핵무기만이 유일한 억지 수단’이라는 확신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란에선 지난 2월 전쟁이 난 이후 핵기술을 강화하자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졌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3월 이란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전시 상황에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가 권력의 중심에 올라섰고, 핵 정책에 대한 강경 노선이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국회 국가안보외교위원회 대변인인 에브라힘 레자에이 의원이 지난 12일(현지시각) 엑스(X)에 “(미국이) 공격을 재개할 경우 이란의 선택지 중 하나는 (우라늄 농도) 90% 농축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은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졌다.광고광고 지난달 8일 휴전 이후 종전 협상이 한달 반가량 진행된 현재 상황에서 이란의 핵전략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이란 핵협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은 한겨레에 “이란이 일본을 모델로 한 핵 문턱 전략을 포기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 연구원은 “현 상황에서 문턱을 넘어 핵무기를 가지려 하면 오히려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더 강하게 공격당할 수 있고, 제재도 한층 강화되는 등 이란으로선 얻을 게 많지 않다”며 “이번 협상에서 이란이 제재 완화와 핵프로그램을 교환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만큼 핵무기 개발 가능성은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2025년 11월12일 이란 테헤란에 있는 혁명수비대 항공우주군 박물관에 전시된 이란제 미사일의 모습. WANA 로이터 연합뉴스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페르시아어·이란학과)도 “이란이 핵무기 정책을 더 강하게 밀고 나가려고 하면 전쟁의 빌미를 줄 뿐 아니라 경제 제재가 심해질 수 있다”며 “이란에 핵프로그램은 일종의 협상 카드”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이란이 이번 전쟁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아닌 자국민들”이라며 “이란의 가장 핵심적인 관심사는 경제난을 타개할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핵프로그램 완화를 대가로 동결 자산과 경제 제재 해제를 얻어내려 한다”고 말했다.광고 이란 정부가 공식적으로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은 24일 이란 국영방송에 “우리는 핵무기와 지역의 불안정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세계에 확신을 줄 준비가 되어 있다”며 “전쟁과 불안정을 지속시키기 위해 모든 기회를 이용하는 것은 바로 이스라엘 정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란 정부는 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2003년 핵무기 금지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근거로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혀왔다. 1980~1988년 이라크와 전쟁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였던 루홀라 호메이니와 당시 대통령이었던 알리 하메네이는 이라크군의 생화학무기 공격으로 이란인이 2만여명 사망하는 사건을 겪으며, 핵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는 이슬람 정신과 맞지 않다는 신념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은 최근 미국과 종전 협상 과정에서 핵프로그램 제한을 일부 수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 피비에스(PBS)는 지난 6일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 기간을 미국은 20년, 이란은 10년으로 주장하는 가운데 12~15년 수준의 절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지난 23일 양해각서 초안에는 이란이 핵무기를 절대 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향후 60일간 협상에서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방식과 우라늄 농축 중단을 논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앞으로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이란 내 군부·강경파의 요구와 이를 근거로 ‘이란이 핵무기 야욕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서방의 의심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서 핵무기 보유 주장이 나오는 가장 큰 원인은 이스라엘이 보유한 핵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북한의 핵무기에 대항할 독자적 핵무기를 보유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고 있지만, 1960년대 말부터 시작해 현재 100기 안팎의 핵무기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을 수차례 공격했고, 핵무기까지 보유한 이스라엘은 이란에 실존적 위협이다. 유 교수는 “이슬람 국가 중 유일한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이 협상 중재자로 등장한 배경 중 하나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핵무기 위협에 대한 견제나 방어막 역할을 파키스탄에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 총회에서는 1970년대부터 지난해까지 거의 해마다 이스라엘을 겨냥해 모든 국가의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과 핵무기 확산 금지, 중동 지역의 모든 핵시설을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 아래 두는 ‘중동 비핵지대’ 설립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있다. 유 교수는 “이번 종전 합의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의 핵무기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더 근본적으론 양국 적대 관계의 원인인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이스라엘이 받아들여야, 양국의 분쟁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핵협상 중 2번 공격당한 이란, ‘핵무기 문턱’ 넘어설까
미국과 이란이 80여일간의 전쟁을 각자 유리한 상황에서 끝내기 위한 힘겨루기 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양국은 종전으로 나아가기 위한 사전 평화합의 양해각서(MOU)에 이란의 핵 문제와 관련된 조항을 넣을지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는 중이다. 양해각서 체결 뒤 30~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