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8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한겨레와 만난 서울 해상병원 사망 환자 유족이 인터뷰를 마친 뒤 밖으로 나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광고 정민경(가명, 57)씨는 20년 경력 현직 간호사다. 그중 2년을 정신병원에서 일했다. 그가 근무했던 병원에서도 의사 지시에 따라 환자를 격리하거나 강박했다. 하지만 변호사가 경찰을 통해 확보해준 시시티브이(CCTV) 영상을 보면서 믿을 수 없었다. 영상 속에서 전남편 박아무개(사망 당시 59살)씨는 격리실(보호실) 침대와 벽 사이에 하반신이 끼인 채 4시간 이상 방치됐다가 숨졌다. 보건복지부 격리·강박 지침상 1시간에 한 번씩 관찰해야 하며, 그게 아니라도 시시티브이로 문제 상황이 포착되면 즉각 개입하는 게 상식이었다. 하지만 그 어떤 의료진도 격리실에 들어와서 보지 않았다. 정씨는 2024년 4월19일 발생한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 사망 환자의 유족이다. 정신병원에서 주검이 된 자는 말이 없다. 유족이 대신한다. 경찰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한다면 문제가 없다. 경찰 수사는 미진해 보이고 병원 쪽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면, 유족은 병원과 대립각을 세워야 한다. 인권위에 진정하거나 경찰에 고소한다.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면서 따로 증거를 수집한다.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또는 생계에 치여, 소송에 대한 괜한 두려움으로 나서지 못하는 유족도 있다. 한겨레는 그동안 보도해온 정신병원 사망사건 환자 유족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해상병원 사건 유족을 지난 8일 서울 구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고, 반구대병원·춘천예현병원·부천더블유(W)진병원 사건 유족과는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았다. 광고2024년 4월19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 격리실에서 침대 머리맡과 벽 사이에 하반신이 끼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피해자. 그는 전날 입원해 이 병원 격리실에서 4시간 동안 이렇게 방치된 채 숨졌다. CCTV 영상 갈무리 2024년 4월19일 아침 서울 영등포구 해상병원 격리실에서 침대와 벽 사이에 끼였던 피해자를 의료진이 빼내 복도에 눕히고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하지만 흉골부위가 아닌 상복부를 거의 1초에 한 번씩 눌렀다. 유족들은 “부적절한 자세로 심장마사지를 했다”고 지적했다. 격리실의 벽지와 이불의 상태 등도 이 병원의 물리적 환경이 어떠한지를 보여준다. CCTV 영상 갈무리 정민경씨는 20대인 아들과 법적 조치를 논의해왔다. 아들을 통해 병원 재단 대표 등을 의료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했으며, 손해배상소송을 진행했다. 다만 인권위에 진정은 하지 않았다. 그런 권리 구제의 길이 있는지 몰랐다. 1심 법원은 지난 1월 “병원 의료진의 경과 관찰상의 과실로 인하여 사망했다”며 1억2800만원을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병원 쪽은 바로 항소했다. 반면 경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업무상 과실치사로 고소된 의료진을 모두 불송치했다. 경찰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병원 쪽 입장과 유사했다.광고광고 “피고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에 의한 소동이나 이상행동은 보편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어서, 망인이 침대 사이에 낀 자세로 있었더라도 곧바로 망인에게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였다고 인식할 수 없었고, 비정상적인 자세로 수면을 취할 경우 이를 바로 잡는 것보다 수면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더 적절한 조치이다.”광고 “망인의 부검감정서는 망인의 사망 원인을 불명으로 판단하고 있으므로, 망인의 사망에 관하여 피고 병원에게 책임이 없다.” “망인의 취침 자세가 망인의 사망 원인이 아니므로, 피고의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이는 법원 판결문에 담긴 피고 병원 쪽 주장 요지다. 하반신이 벽에 끼인 채 이상한 자세로 앞을 향해 고꾸라져 있는 환자의 모습을 가리켜 ‘취침 자세’라고 했다. 정씨는 “비정상적인 자세로 수면을 취할 경우 이를 바로 잡는 것보다 수면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더 적절한 조치”라는 대목에서 기함했다. 정민경씨가 피해자와 이혼한 지는 벌써 10년 넘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1996년 결혼한 남편은 욱하는 성격이었고, 갈수록 거칠어졌다. 중학생이던 아들을 데리고 나와 이혼 수속을 밟았다. 이후에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전남편은 재결합을 요구하며 집착했다. 실직에 이어 새로 시작한 사업도 뜻대로 안 되자 술 의존도가 심해졌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엔 손목에 자해했다. 겁이 났는지 자기 발로 간 병원 응급실에서 “우울증약을 먹고 있다”고 말했다가 경찰에 의해 해상병원으로 응급입원 조처됐다. 그리고 8시간 만에 숨졌다. 정씨는 “애증이 교차한다”고 털어놓았다. 전 남편에게 복잡한 감정이 남아있는 터라 그립지는 않은데, 계속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치료·보호를 받아야 할 병원에서, 아이의 아빠가 너무 억울하게 죽어서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어서다.광고 밤 내내 들여다보지 않다가 오전 5시37분이 돼서야 침대에 끼인 피해자를 발견한 해상병원 의료진은 6시가 넘어 심폐소생술을 했다. 격리실 바깥 복도에 눕힌 채였다. 정씨는 “영상을 보면, 당시만 해도 전남편에게 미세한 움직임이 있었다. 제대로 가슴부위를 압박했으면 살아날 수 있었는데, 손으로 배꼽 부분을 문지르는 것 같았다”고 개탄했다. 이후 병원 쪽은 유족 동의도 받지 않고 피해자 주검을 특정 장례식장으로 가는 앰뷸런스에 실어놓았으며, “우리는 아무 책임이 없으니 해볼 테면 해보라”는 태도로 나왔다는 게 정씨 이야기다.반구대병원에서 2022년 1월 다른 환자들에 의해 살해된 김도진(가명)씨의 동생 김지나(가명)씨가 2025년 2월19일 부산의 한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경태 기자 2022년 1월18일 밤 울산시 울주군 반구대병원 5병동 503호실에서 지적 장애인 김도진씨가 사망 판정을 받고 실려나가기 직전 김씨가 쓰러져 있는 방 안을 다른 환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저 멀리에는 또 다른 환자들이 복도에 누워 자고 있다. CCTV 갈무리 김지나(가명, 35)씨는 오빠의 죽음 앞에서 혼란스러웠다. 중증 지적장애인인 오빠 김도진(가명, 사망 당시 32살)은 2022년 1월18일 울산 반구대병원 5병동에서 다른 환자 2명에 의해 살해당했다. 사건 당일 병동 내에서 질서 유지와 통제를 전혀 안 했던 병원 쪽은 가해자 탓만 했다. 처음에는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아버지는 암 투병 중이었고, 관절염을 앓는 어머니는 생계를 이어나가기 빠듯했다.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소송은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다. 울산지검에 범죄피해자 유족구조금을 신청하러 갔을 때였다. 그곳 직원이 민사소송에 관해 물었다. “안 한다”고 하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왜 안 하느냐고 묻고 싶은 듯했다. 집에 돌아와 곰곰이 생각하다 어머니와 상의 끝에 소송하기로 결심했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이다. 병원 쪽은 ‘보호의무’ 책임을 전면 부인하는 중이다. 고소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사건 직후 인권위에 진정을 낸 일이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이를 바탕으로 한겨레 보도가 이어지면서 인권위는 재조사를 했고 결국 병원을 고발 조치해 현재 울산경찰청이 재수사 중이다. 김씨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또 다른 반구대병원 사망사건 피해자인 중증 지적장애인 강아무개(사망 당시 49살)씨의 누나(60대)는 병원에 대한 민·형사 조처를 거의 포기한 상태다. 동생 강씨는 2024년 7월17일 반구대병원 3병동 휴게실에서 다른 30대 환자에게 폭행당해 쓰러진 뒤 의식을 잃었다가 4개월 만에 숨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병원 책임자가 ‘우리가 때린 것도 아닌데 뭘 잘못했느냐’며 도의적 책임조차 없다고 한다”고 분개하면서도 “어머니는 몸이 안 좋고 나는 매일매일 일 나가느라 정신이 없다. 병원에서 명예훼손으로 소송 걸면 어떻게 하냐”고 걱정했다. 같은 병원에서 비슷한 일을 겪은 김지나씨는 “소송을 주저하는 그 처지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용기를 잃지 말아달라”며 강씨 유족에게 조심스러운 당부의 말을 건넸다. “저도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혼자서 감당하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누군가 또다시 병원을 믿고 가족을 맡겼다가 같은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그래서 끝까지 책임을 묻고 싶다”고 했다. 2024년 8월9일 경기 부천시 원미구 더블유(W)진병원 앞에서 열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 16개 정신장애인 단체의 격리·강박 사망사건 규탄 및 재발 방지 대책 요구 집회에서 피해자의 어머니 임미진(가명)씨가 발언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부천더블유진병원 사망사건 유족 임미진(가명, 62)씨는 “싸우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의 책임을 묻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유족에 속한다. 딸 박아무개(사망 당시 33살)씨는 다이어트약 중독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가 격리·강박을 당한 끝에 2024년 5월27일 사망했다. 이후 인권위 진정과 고소를 진행해 경찰이 병원장 포함 의료진 1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송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다만 민사소송은 하지 않았다. 그를 이끄는 힘은 죄책감이다. 지난 2월에는 딸의 주치의가 보석으로 풀려나자 엄마로서 죄책감을 토로하는 절절한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그는 수사진행 상황을 수시로 모니터링하고,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등이 주최하는 집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이 병원 양재웅 원장 엄벌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춘천예현병원에서 252시간 격리·강박 당한 끝에 사망한 고 김형진(가명)씨의 전 부인 박지은(가명)씨가 2024년 5월15일 한겨레와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춘천예현병원 격리·강박 사망 사건 피해자 유족인 박지은(가명, 47)씨도 “저 역시 (병원과 싸우는 게) 두려웠지만, 소송의 진짜 힘은 투명한 진실에서 나온다. 그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병원과 잘 싸우는 유족은 없고, 생각이 너무 많으면 용기가 사라질 수 있다. 오직 ‘진실 규명’하나만 생각하면 두려움을 이기는 용기가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전남편 김형진(가명, 사망 당시 45살)씨는 2022년 1월8일 춘천예현병원에서 252시간의 격리·강박을 당한 끝에 병실에서 숨을 거뒀다. 피해자와는 2000년대 후반 이혼했지만, 사망 전까지 연락하며 정서적·경제적으로 교류해왔다. 사건 직후 인권위에 진정을 넣은 데 이어 각종 정보공개신청을 통해 사건과 관련한 증거자료를 수집했는데, 이는 아들을 원고로 한 민사소송과 형사 조처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 민사소송에서는 2억2600만원이라는 극히 이례적인 배상 판결을 받아냈고, 의무기록지를 허위로 작성해 요양급여를 가로챈 ‘사기’혐의로도 병원장과 주치의를 고소해 50만원 벌금형을 받게 했다. 의료진 4명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는 모두 불송치 결정됐는데, 현재 이의신청을 해놓은 상태다. 박씨는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연내에 기소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춘천예현병원에서 252시간 격리·강박된 환자가 사망 직전 손과 발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는 모습. 격리실로 들어온 간호조무사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김씨를 지켜보고만 있다. CCTV 영상 갈무리 2024년 5월, 강원 춘천시 샛말길에 위치한 춘천예현병원 가는 길에 병원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고경태 기자 박씨는 ‘시시티브이 영상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춘천예현병원·반구대병원·더블유진병원·해상병원 사건의 결정적 증거는 시시티브이 영상에서 나왔다. 하지만 확보가 쉽지는 않다. 병원으로부터 진료기록과 시시티브이 영상 파일을 받을 수 있는 곳은 경찰과 인권위다. 두 기관은 유족이 시시티브이를 달라고 해도 잘 주지 않는다. 변호인이 법원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지속해서 강제하지 않으면 손에 넣기 힘들다. 안산 성은병원 추락사 등 다수의 정신병원 사망사고 유족을 대리해온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 대표)는 “정신병원 사망사건 시 병원 쪽 설명이 불충분할 경우 먼저 인권위 진정부터 하길 권한다”고 말했다. 인권위 조사와 권고는 경찰 수사를 보완하거나 재수사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여기에 더해 다음과 같은 대처법도 조언했다. △사인이 불분명하니 경찰에 변사사건으로 접수하고 부검 진행을 요청할 것 △병원 내 시시티브이, 의무기록, 정신병원 특수기록(격리·강박, 보호실 기록 등)을 병원 쪽에 요청할 것 △부검결과 및 수사진행 상황을 경찰을 통해 수시로 확인할 것 등이다. 유족의 민·형사 조처는 의료진을 처벌하거나 손해배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목적만이 아니다. 부천의 한 정신병원에서 근무하는 현직 간호사는 “해상병원에서 보았듯 수 시간 동안 환자가 방치돼 죽은 상황은 개인의 단순 실수라기보다 인력 배치와 관리 체계 전반의 문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유족들이 이러한 병원과의 소송에서 이기면 정신병원의 관리 시스템이 바뀌고 똑같은 일의 재발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정신병원 간호사도 기함한 가족의 어이없는 비극, 그들의 외로운 싸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오이시디(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20년 넘게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을 언급했다. “이렇게 많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망신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5년 내내 자살사망 주원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