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종교계 등 601개 단체 관계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호르무즈 파병 반대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광고“국민과 투명하게 소통하고 결정은 최대한 늦추라. 파병하더라도 다자협의체에 들어가야 한다.” 정부의 현지조사단 파견으로 호르무즈해협 파병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003년 이라크 파병 등에 관여했던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방부는 지난 8일 아랍에미리트(UAE)에 현지조사단을 보내 현지 지역 정세와 안전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확인한 데 이어, 9일에는 중동 지역 다국적해상작전의 거점인 바레인 연합해군사령부 상황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조사단 파견=파병’이라는 해석은 과하다고 거듭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을 수행 중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8일(현지시각) “파병 검토는 진행 중이고 결정된 것은 없다”며 “실사단 파견도 검토 과정의 일부”라고 말했다.광고그러나 전직 고위 안보 당국자들은 정부가 현지조사단을 보냈다는 것은 호르무즈 파병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사실상 파병 준비 절차를 시작했다는 의미라고 봤다. 파병 업무를 다뤘던 한 예비역 장성은 “현지조사단이 아랍에미리트에 간 것은 아부다비에 있는 다프라 미 공군기지가 미 공군의 주요 작전 거점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며 “해상초계기 포세이돈(P-8A) 파병, 수송기 이착륙에 대비해 활주로 상태와 미군 지원시설 등을 점검, 확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파병은 동맹국의 파병 요청→정부 내부 검토→현지조사단 파견→합동참모의장의 ‘파병계획’ 검토→국방부 장관 보고→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고 등의 과정을 거친다. 이후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 국회 파병동의안 의결 절차를 밟아야 확정된다.광고광고전직 당국자들은 파병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결정된 것이 없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일 것이 아니라 파병 불가까지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투명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파병 압박이나 규모, 내용 등을 숨기지 않고 적정한 선에서 공유하면서 파병 명분과 근거, 파병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감수해야 할 위험 등에 관해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프랑스 항공모함 샤를 드골함이 지난 4월7일 중동에서 임무 수행을 위해 그리스의 크레타섬에서 출항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전직 당국자는 “정부가 이런 논의를 주도하기는 어렵고, 국회를 중심으로 여야 정치인, 시민사회, 기업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 토론회 같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정부의 고민을 국민에게 전달하고 국민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이라크 파병 당시 노무현 정부는 이라크에 보낸 현지조사단 12명 가운데 민간 전문가 2명이 포함될 정도로 투명한 논의를 위해 노력했다. 이라크 현지조사단도 한번에 그치지 않고 정부 2회, 국회 조사단 1회가 있었다.광고이어 전직 당국자들은 파병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결정도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했다. 이라크 파병의 경우 2003년 9월 현지조사, 2003년 12월 국무회의 의결 및 대통령 재가, 2004년 2월 국회 파병 동의가 이뤄졌다. 이후 파병 예정 지역 현지조사를 거쳐 2004년 8월 이라크 파병이 개시됐다.전직 국방부 당국자는 “파병 절차와 준비에는 최소한 기간이 필요해 몇달 내 파병이 가능하지 않다”며 “파병에 대한 국내 여론과 중동 상황을 지켜보며 결정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중동 상황이 안정화되면 미국의 파병 압박도 느슨해질 것이란 기대다. 이 전직 당국자는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파병하면 이란의 보복 공격에 노출돼 장병 안전, 중동 지역 재외국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했다.파병 결정을 계속 늦출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의 이란 전쟁이 침략 전쟁이고 명분이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한국이 미국의 파병 요구를 완전히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계속 시간만 끌 수는 없다”며 “어차피 트럼프는 동맹에 ‘거래’를 요구하기 때문에 파병을 한다면 핵추진잠수함, 농축·재처리 등에서 확실한 진전을 낼 수 있는 주고받기가 이뤄지도록 하는 외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만약 파병이 불가피하다면 비전투병 파견, 한국군 단독 작전이나 미군과의 연합작전을 피하고 프랑스, 영국이 주도하는 다자협의체에 동참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광고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서 모두 근무했던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원은 “지금 상황은 이라크 파병보다 명분도 없다. 다만 우리 원유가 60% 이상 통과하는 호르무즈 통항 자유를 확보하는 것은 우리 국익과도 무관하지 않다.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호르무즈해협 통항 안정에 기여하는 국제적 기여라는 측면에서 비전투 병력 파병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박원곤 교수도 “어떤 형태로든지 전투 병력 파병은 안 되고 초계기·군수지원함 파견 등 기술적 지원으로 가야 한다. 우리가 병력을 보내도 미국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는 방식은 안 된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미국의 지휘를 받는 전투 참여가 아니라, 한국군의 독자적인 지휘 체계를 가지고 해협 안정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군사적 기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2020년에도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이 불안정해지자 한국 등에 ‘호르무즈해협 공동방위’ 동참을 요청했는데, 한국은 당시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하던 청해부대의 작전임무 구역을 확장해 ‘독자 작전’을 수행했다.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
[뉴스분석] 호르무즈 파병, 국민 소통·지연 전략 필요하다
“국민과 투명하게 소통하고 결정은 최대한 늦추라. 파병하더라도 다자협의체에 들어가야 한다.” 정부의 현지조사단 파견으로 호르무즈해협 파병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003년 이라크 파병 등에 관여했던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