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지난 3일 서울 드래곤시티호텔 앞 보도에서 용산경찰서 경찰관이 시민단체 활동가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엔딩크레딧 제공광고‘모든 방송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라는 요구를 들고 방송의날 기념식장을 찾았던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무력 진압을 당하고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 인권·시민단체들은 경찰이 과도한 물리력 행사와 위법한 체포로 인권을 침해했다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방송계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 연대체인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엔딩크레딧)과 직장갑질119, 문화예술노동연대,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등 단체 소속 활동가 12명은 3일 저녁 제63회 방송의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드래곤시티호텔 31층 ‘르 시엘’ 행사장 밖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회의원, 방송·미디어 규제 기관장, 방송사 임원, 언론현업단체장 등 업계 유력 인사들이 모이는 행사에서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미디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대책을 촉구한다는 취지였다.다만 이날 저녁 6시10분께 시작된 기자회견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호텔 쪽 보안요원들이 ‘사설 구역 침입’을 주장하며 활동가들과 실랑이를 벌였고, 회견 시작 5분여 만에 경찰에 신고를 접수했다.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관과 보안요원, 활동가 사이 대립으로 장내가 소란스러운 가운데 6시37분께 연대 발언과 회견문 낭독이 마무리됐다. 문제의 진압 및 체포는 활동가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밖으로 물러난 뒤 발생했다.광고엔딩크레딧 등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3일 방송의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에서 방송·미디어 비정규직·프리랜서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고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박강수 기자시민단체 쪽에서 기록한 영상과 민변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이날 차헌호 비정규직 이제그만 집행위원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고 차 집행위원이 이를 거부하자 수갑을 채웠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김남규 기아차 비정규직분회 조직실장이 만류하는 모습을 보이자, 경찰은 김 실장을 넘어뜨린 뒤 무릎으로 목 부위를 눌러 무력으로 제압했다. 이후 경찰은 업무방해, 퇴거불응, 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를 고지하고 활동가 12명을 용산경찰서로 이송했다. 연행된 활동가들은 민변의 도움을 받아 이날 자정께 풀려났다.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집행위원은 4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도 아니고 이재명 정부에서 이런 경찰 폭력이 벌어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경찰관의 폭행에 대해서는 유엔(UN) 등 국제인권기구에 진정을 넣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관의 무력 진압 모습이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똑같다”고도 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은 2020년 미국에서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무릎으로 목을 누른 채 놔주지 않아 질식사하게 한 일이다. 이 사건 이후 미국에서는 흑인에 대한 공권력의 과잉 진압을 규탄하는 항의 시위 ‘블랙 라이브스 매터’ 운동이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되었고, 해당 경찰관 데릭 쇼빈은 2021년 살인 혐의로 징역 22년6개월형을, 이듬해에는 민권 침해 혐의로 징역 20년형을 각각 선고받았다.광고광고민변은 용산경찰서의 체포 과정에서 고지한 혐의(업무방해, 퇴거 불응 등)가 성립하지 않고 현행범 체포, 긴급체포 요건에도 어긋난다며 위법한 법 집행이라고 주장했다. 민변 집회·시위 인권침해 감시 변호단 단장을 맡고 있는 최종연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기자회견이 행사장 바깥 복도에서 길을 막거나 진행을 방해하는 일 없이 평화적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업무 방해’는 성립될 여지가 없고, 자유로운 통행이 가능한 호텔 복도에서 30여분간 진행하고 나갔으므로 ‘퇴거 불응’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범죄 혐의가 인정되더라도 경미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없기 때문에 현행범 체포든 긴급 체포든 요건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 저희 검토 결과”라고 덧붙였다.3일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63회 방송의날 기념식 참석자들의 모습. 왼쪽부터 성기홍 청와대 홍보소통수석, 송기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안형준 문화방송 사장,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한국방송협회 제공방송의날 행사를 주관한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한겨레에 “과거에도 기습적인 시위 경험이 있고, 방송의날에 여러 주체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괜찮다고 여겨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한 대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사전에) 가지고 행사를 시작했다”며 “(활동가들 연행 뒤) 호텔 쪽에 협회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도 전달했다. 호텔에서도 법적 조처를 취하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에서 주장하는 공무집행방해 건에 대해 최종연 변호사는 “유형력 행사(경찰관 신체를 잡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 없이 신분증 제시에 불응한 것 만으로 공무집행방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무력을 행사한 경찰관을 독직폭행으로 고소하겠다고 했다.광고결과적으로 63회 방송의날 기념식은 방송계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소외에 더하여 경찰의 과잉 진압 논란이 겹치면서 빛이 바래게 됐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은 한겨레에 “프리랜서·비정규직 노동자들은 10년을 일해도 어느 날 갑자기 계약 해지되면 퇴직금 한 푼 없이 나와야 하고, 일하면서도 휴가·휴일을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다. 일하다 다쳐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도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당하는 현실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다”라며 “그것이 이렇게 인권유린과 폭력을 당할 일인가. 프리랜서·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무차별적 폭력을 가한 경찰의 행태가 분노스럽다. 용산경찰서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