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지난달 3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아파트 전경. 연합뉴스광고서울은 다층적 도시다. 누군가에게 이곳은 거주의 공간이다. 그래서 집 한 채면 족하다. 누군가에게 서울은 기회를 좇는 이주의 공간이다. 대학과 일자리가 몰려있기에 입성이 중요하다. 반드시 소유가 아니어도 무방하다. 전세든 월세든, 일단 그 안에 들어가야 기회의 연결망에 접속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서울은 소유의 공간이다. 지난 15년 동안 서울의 ‘대장 아파트’만큼 안정적이면서 높은 이득을 보장해준 자산은 드물었다. 이처럼 층위가 다른 세 요구가 서울이란 한 공간에서 맞부딪친다. 이 모두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해법은 찾기 어렵다. 이것이 지금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난제다.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의 부동산 문제는 사실상 서울, 그중에서도 서울 아파트의 문제와 등치됐다. 8월 세제개편안 발표 뒤 나타난 충격 역시 서울에 집중됐다. 강남·서초 등 초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매물이 늘고 가격이 하락한 것은 반가운 신호다. 고가 주택에 조정 압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변화만 보고 정책의 부작용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강남·서초를 제외한 서울 전반과 경기 일부 고가 아파트 지역에서 상승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초고가 주택의 가격이 다소 낮아지는 대신 더 넓은 지역의 집값이 요동친다면, 그것은 안정이 아닌 불안의 이전이다. 정책의 성패는 강남권 몇 개 아파트 단지의 가격 하락이 아니라 서울과 수도권 전체의 가격과 거래가 얼마나 안정되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불안이 초고가 지역을 벗어나 중저가 지역으로 확산되는 상황은 오히려 더 경계해야 한다.강남권 하락 매물 출현이 정책 과제가 되어서야지금 일차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은 이 파장이 서울을 넘어 수도권과 전국으로 퍼질지다. 이 문제에 있어 필자의 준거점은 2020년 전국 단위에서 관측된 추격매수, 즉 ‘패닉바잉’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 서울의 아파트 시장을 연구하면서 나는 30대의 매수 비중과 강남의 증여 비중을 주요 징표로 보았는데, 지금 두 지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30대는 매수 세력의 전면으로 돌아왔고, 강남구의 증여 비중은 서울 평균이 제자리인 사이 약 두 배로 뛰었다.광고왜 이 지표가 중요한가? 둘 다 시장 참여자들의 미래 기대와 관련 있기 때문이다. 지금 여건에서 30대가 서울 아파트를 사는 것은 가격 상승에 대한 확신 없이는 내리기 어려운 결정이다. 증여도 마찬가지다. 규제로 압박해도 다주택자가 향후 자본이득이 더 커질 것으로 믿는다면, 자산을 매각하기보다 가족 안에 남기는 편을 택한다. 이런 행동의 바탕에는 공급에 대한 불신이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사람들이 원하는 서울 지역에 충분한 주택 공급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용산공원과 탄천 부지를 둘러싼 최근의 공방은 그 믿음을 굳힌다. 두 지역 모두 공공부지라 토지 수용이나 주민 동의 같은 이해관계 조정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데도, 실현 가능성은 지금도 미지수이다. 가장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 땅을 놓고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합의가 이처럼 지지부진하다면 시장이 학습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짓는 일은 어렵다.더 심상치 않은 것은 전세시장이다. 필자는 1년 전 바로 이 지면에서 서울 전셋값은 오르고 있지만 거래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아직은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 거래량은 뚜렷하게 감소한 반면 전셋값 상승세는 오히려 빨라졌다. 앞선 진단의 전제가 흔들리고 있어 걱정이 크다.광고광고31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에는 세제개편안 발표가 한 달이 가까워지면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우려한 급매물이 크게 증가했다. 반면 세제·대출 타격 덜한 강북중저가 아파트는 호가와 실거래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사진은 이날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 모습. 연합뉴스2020년 ‘패닉 바잉’, 서울에서의 재현 가능성그러나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 2020년식 패닉바잉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금리 수준이다. 당시의 ‘불장’은 코로나 시기 ‘0%대 금리’라는 이례적 환경의 산물이었다. 돌이켜보면 패닉바잉을 끝낸 결정적 계기는 공급 증가가 아니라 2022년 3월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이었다. 물론 문재인 정부에서 누적된 과열을 고려하면 윤석열 정부 시기의 가격 하락을 충분한 조정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당시 정부는 규제 완화와 정책금융으로 시장을 떠받치며 조정의 폭과 기간을 줄였다. 그 결과 앞선 급등분과 과도한 기대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았다. 특히 한국은행은 국내외 여건을 이유로 2023년 초 이후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했고, 한미 금리차가 벌어지는 동안 환율 불안과 주택가격 반등이 동시에 정책 부담으로 떠올랐다. 어쩌면 지금의 시장 불안은 당시 충분히 조정하지 못한 대가일지도 모른다. 다행히 신현송 총재의 한은은 두 달 연달아 금리를 인상하여 기준 금리를 3%까지 끌어올렸다. 이번 결정은 향후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가를 중요한 선택이었는데 올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본다. 물론 효과가 즉각 나타나지 않겠지만 차입 여력을 제약하고 과도한 심리를 식혀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둘째는 범위다. 2020년의 불장은 전국 단위 현상이었다면 지금의 관심은 서울이다. 경기도조차 아직 같은 강도로 움직이지 않는다. 마지막은 가격이다. 2020년 약 8억7천만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지금 약 15억8천만원까지 올라간 상태다(KB부동산 기준). 강력한 대출 규제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고려하면 과거와 같은 단기 급등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기는 어렵다. 다만 정책이 시장에 새로운 혼선을 만들어 내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광고하지만 서울 아파트시장의 불안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확산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번 세제 개편의 핵심인 실거주 중심 과세가 시장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1가구 1주택 안에서 보유와 양도의 모든 단계에 걸쳐 실거주자와 비거주자 사이의 득실이 이처럼 크게 갈린 적은 없었다. 반응이 큰 것은 그래서 당연하다. 특히 집주인들이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 전세를 거두면서 물량이 줄고 가격이 오름에 따라 세입자는 “이럴 바엔 사자”는 쪽으로 넘어간다. 전세시장과 매매시장의 불안정성이 다 같이 커지는 현재의 상황은 2020년 임대차법 개정 뒤 전셋값이 급격히 오르고 그 충격이 매매시장으로 전이된 경로를 연상시킨다. 매우 우려된다.착한 1주택자와 나쁜 1주택자,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또 다른 문제는 이 구분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정치적 균열에 따른 혼선이다. 명지대 오지윤 교수의 지적대로 개편안은 실거주하는 ‘착한 1주택자’와 그렇지 않은 ‘나쁜 1주택자’를 세법으로 가르려 한다. 그런데 ‘종부세 지지 동맹’의 구성원 상당수는 이를 쉽사리 수긍하지 못한다. 소유와 거주가 언제나 일치할 수 없다. 비거주 1주택자가 된 이유는 지방 발령이나 자녀 교육, 부모 돌봄일 수도 있고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일 수도 있다. 삶의 조건은 자주 변하지만 주택은 그때마다 사고팔기에는 거래비용이 너무 큰 자산이다. 이들을 ‘나쁜 1주택자’라는 프레임으로 하루아침에 동맹 밖으로 밀어내면 개혁을 지탱할 기반도 좁아진다. 자산가액 중심 과세와 ‘똘똘한 한 채’ 억제라는 개혁의 목표가 실거주 여부라는 거친 잣대에 가려졌다. 현재의 불안한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도대체 1주택자의 실거주를 현 단계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납득하기 어렵다.지금 부동산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투기자를 가려내 응징하는 일이 아니라 시장 안정에 두어야 한다. 강남 집값 하락만 보고 성공이라 자평해서도 안 된다. 주택 구매 수요가 강남 밖으로 번져 다른 지역의 가격을 흔든다면 시장 안정 효과는 그만큼 상쇄된다. 금리 인상의 효과가 나타나고 공급이 현실화될 때까지의 공백을 버텨야 한다. 그러려면 새 규범과 예외를 보태기보다 오히려 일관성을 저해하는 ‘소음’부터 줄여야 한다.우선 실거주 중심 과세가 만든 충격을 줄여야 한다. 거주 여부에 따라 세 부담이 급변하는 구간을 완만하게 다듬고, 집주인이 전세를 거둬들일 유인도 낮춰야 한다. 정책 간 모순도 정리해야 한다. 한쪽에서 강한 규제로 시장을 눌러놓고 다른 쪽에서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 목표를 두 배로 높이는 엇박자는 시장의 불안요인이 된다. 공급은 몇 년 뒤의 일이지만 돈이 풀린다는 기대는 다음 날 집값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은행권 규제 밖의 자금도 예외가 아니다. 삼성전자는 9월부터 무주택 임직원을 대상으로 저리 사내 주택대출을 시행한다. 면적과 담보 요건으로 수위를 조절했지만 디에스알(DSR) 밖에 새로운 자금 통로가 열린 것은 사실이다. 거래가 뜸한 시장에서는 소수의 높은 가격 거래만으로도 시세가 움직이고, 그 가격이 다시 시장 전체의 기대를 자극할 수 있다.광고서울 부동산을 바라보는 세 가지 엇갈린 시각, 그리고 세금서울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의 밑바닥에는 세제 정책으로만 환원할 수 없는 근본적인 질문이 놓여 있다. 거주의 서울, 기회의 서울, 욕망의 서울 가운데 무엇을 우선하고 무엇을 양보할 것인가. 이를 결정하는 것은 조세이론이 아니라 정치와 입법의 몫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것처럼 서울에 들어올 수 있는 문을 넓히고, 공급이 실제로 도착할 때까지 정책이 스스로 새로운 불안을 만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하는 일이다. 부동산 시장은 주식시장 정책처럼 정부가 목표를 제시하고 제도개혁을 밀어붙이는 것만으로 단기간에 전선을 바꿀 수 있는 영역도 아니다. 결국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빠짐없이 한 뒤 그 효과가 나타날 시간을 견뎌야 한다. 지금 나타나는 위험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정책의 우선순위와 수단을 차분히 다시 점검하기를 바란다.최한수 경북대 교수(경제학·공정위 비상임위원)